신념휘호: 성천 류달영 박사 (본사 명예회장)

계미년 새해가 밝았다. 밝은 마음으로 한해를 설계해야 할 새해 아침, 모두가 희망과 포부를 갖고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한다. 새 대통령이 당선되고, 새로운 변화와 개혁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어 더욱 그렇다. 지난해 시련과 고통을 경험한 농민들의 새해를 맞는 심정은 어떠한가. 농민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대통령 당선자의 약속에 기대와 설렘으로 새해 아침을 맞는 농민도 있지만 우리 농업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주변 여건을 볼 때 농민들의 얼굴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엄혹한’ 농업 현실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현재 진행되고 있는 DDA 협상과 2004년 쌀 재협상, 한·칠레 FTA 타결 등 시장개방 압력은 농민의 목을 더욱 죄고 있다. 이것이 세계화의 흐름 속에 거스를 수 없는 엄연한 대세이지만 우리 농업·농민에게 새로운 분수령이 될 중요한 사안이기에 이에 대응할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농업·농촌에 수조원을 투자했지만 결과는 농가소득과 농가자산이 모두 감소하는데 농가부채만 증가하는 심각한 양상을 빚고 있다. 농어촌지역 주민의 ‘삶의 질’ 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농촌인구가 감소, 공동화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새해에 ‘소중한 농촌, 대접받는 농민’ 을 만들기 위해 현 농업·농촌의 위기상황을 올바로 인식하고 책임 있게 대처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농업과 농촌의 붕괴로 끝나지 않고, 더 큰 국가적인 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새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2003년 새해와 함께 출범하는 노무현 정부는 이러한 농업·농촌의 어려운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고, 농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정, 추진할 것을 주문한다. 새 대통령이 여러번 ‘농업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쓰러져 가는 농업·농촌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이러한 생각만으로 풀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새 대통령은 물론 국민과 함께 전 농업계가 농업·농촌의 가치에 대한 올바른 철학을 확립하는데 중지를 모아야 한다. 농업철학에 근거하지 않은 임기 응변식 농정은 이제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또한 성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우선 국민의 관점에서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극대화하는 기본 농정목표를 세우자. 이를 실현하기 위해 농업구조정책과 가격·농가 소득안정정책, 지역정책 등을 효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농촌지역의 소득과 복지수준을 향상시켜 농촌 주민들의 삶의 질이 개선돼야 함은 물론이다. 현재와 같은 중앙집권적인 농정 추진체계에선 이것이 어렵다. 중앙 집권적인 농정에서 지방정부에 권한을 대폭 이양해 주는 방향으로 농정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특히 시장개방이 가속화되면 환경 및 식품안전성에 관한 국민의 관심이 고조된다. 소비자의 욕구와 그 변화가 신속 정확하게 농민에게 전달되는 시스템을 갖춰 고품질 농산물의 생산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국내 농산물의 경쟁력 제고와 소비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새 각오로 새 출발새 시대에 사람과 조직의 변화가 없이는 농업·농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경쟁력을 갖추는 데도 한계가 있다. 농정관료는 물론 협동조합, 농업관련 단체의 인력 및 조직의 변화와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만 한국 농업의 새로운 활력과 희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장의 농민이 중심이 되지 않는 형식적인 변화와 개혁은 지양해야 한다. 한국농어민신문은 계미년 새해에 ‘소중한 농촌, 대접받는 농민’을 만들기 위해 정부와 국민, 농업인, 학자, 언론, 정치인 등 모두의 힘을 모아 새로운 농어촌을 건설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올 한해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각오로 출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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