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 밭농사 작업시간 연간 437.2시간…남성 403.6시간 초월

▲ 지난 15일 충남 논산에서 열린 ‘여성친화형농기계 교육’에 참가한 한여농 회원들이 직접 농기계를 조작해보고 있다.

여성농업인 노동강도 심각, 인건비 감당하기 역부족
농기계 임대사업으로 적극 보급, 관련 교육도 필수


여성농업인의 농작업 참여가 확대되면서 이른바 ‘여성친화형농기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여성친화형농기계란 여성의 신체적 조건을 고려해 여성농업인이 사용하기 편하게 설계·제작됐거나, 여성농업인의 이용도가 많은 농기계 및 편이장비를 일컫는다.

2011년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농업인의 농작업 참여시간은 남성의 87% 수준으로 조사됐지만, 밭농사에서 여성농업인의 농작업 시간은 연간 437.2시간으로, 오히려 남성(403.6시간)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여성농업인들의 참여가 많은 밭작물의 경우 기계화 및 여성의 신체적 조건을 고려한 ‘여성친화형농기계’ 보급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여성친화형농기계는 안전과 조작편이를 위해 성능이 다소 떨어지게 제작돼 남성 농업인들에게 인기가 없고, 여성농업인들의 경우 고가의 장비 구입을 꺼려해 시장자체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밭작물의 파종, 이식, 수확 등의 작업으로 인해 여성농업인들의 노동 강도는 굉장히 높고, 인력 의존도 역시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실정이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농촌인력 부족으로 여성의 농작업 시간이 증가하고 있으나 중대형 농기계는 여성이 직접 운전하는 것을 기피하고 있고, 여성이 다루기 쉬운 소형·경량·자동화 농기계의 개발은 미흡한 실정”이라며 “여성농업인의 참여가 많은 밭작물의 파종, 이식 및 수확작업과 관련된 농기계 개발·보급과 함께 농기계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한여농) 이길성 회장은 “우선 농기계임대사업을 통해 여성친화형농기계를 적극 보급해 여성농업인들의 노동 강도를 낮추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정부 대책은

박대통령, 보급 상황 등 재차 점검…정부 지원 기대
농진청, 농기계 현장기술교육 참가자 10% 여성 할당

▲ 지난 3월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농민단체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건의 내용을 메모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농민단체장들이 간담회를 가진 3월 27일 이후, 정부에서도 여성친화형농기계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날 한여농 이길성 회장이 여성농업인단체를 대표해 “여성친화형농기계 개발 및 보급확대”를 요청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여성들이 농기계 사용 등에 애로가 있는 만큼 여성농업인들이 농업을 이끌고 가려면 사용자 친화적인 농기계 개발이 필요하다”고 화답하면서 정부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이동필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여성친화형농기계 개발 및 보급상황을 재차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에 따라 농식품부가 여성친화형농기계 개발 및 교육확대 계획을 마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이동필 장관을 만나 여성친화형농기계 개발 및 보급 확대에 대해 물었는데 이는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아무래도 같은 여성이다 보니 여성농업인들의 고충을 해소해주는 여성친화형농기계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여성친화형농기계 개발 및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농촌진흥청도 최근 ‘2015 여성농업인 농기계교육 추진계획’을 마련,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는 농기계현장애로해결 기술교육 참가자의 10%(2만6100여명)를 여성농업인에게 할당했다. 아울러 한여농 등 여성농업인단체와 연계해 농기계교육을 확대·실시하고, 오는 10월 중으로 ‘2016년 여성농업인 맞춤형 농기계교육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여성친화형 농기계 교육현장

작동원리·조작법 등 이론교육 후 시연…두려움 훌훌
‘승용관리기·다목적이식기’ 조작 단순·안전 “맘에 쏙”


지난 15일 충남 논산 동양물산기업 연수원에선 한여농 회원을 대상으로 ‘여성친화형농기계 교육’이 진행됐다. 이날 연수원을 찾은 30여명의 여성농업인들은 농기계의 작동원리와 조작법 등 이론교육을 경청한 후 직접 농기계를 시연하며 농기계 조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냈다.

특히 이날 교육에선 동양물산기업이 여성농업인들을 위해 개발한 ‘승용관리기’와 ‘다목적이식기’가 큰 관심을 받았다. 승용관리기의 경우 소형화한 것은 물론 안전을 위해 운전석에서 엉덩이가 떨어지면 자동으로 시동이 꺼지도록 했고, 최고속도도 15km로 제한했다. 특히 조작횟수가 적은 레버는 좌측에, 조작횟수가 많은 레버와 페달은 우측에 배치하는 등 세심한 배려가 여성농업인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남편과 함께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순우(56·논산시 노성면) 씨는 “여성농업인들이 조작하기 쉽게 잘 만들어진 것 같고, 특히 안전장치가 마음에 든다”며 “여름이면 풀과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데 승용관리기를 사용하면 앉아서 작업이 가능하고 부부가 동시에 농기계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비싼 농기계가격은 구입을 망설이는 첫 번째 요인으로 꼽혔다. 이 씨는 “승용관리기의 경우 본체 외에도 작업기를 목적에 맞게 따로따로 구입해야 하는데 솔직히 부담스럽다”며 “가능하면 임대사업을 통해 농번기 때 사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목적이식기는 줄기가 있는 작물을 제외하고 콩과 감자, 브로콜리 등 거의 모든 작물을 심을 수 있고 심는 깊이를 조절할 수 있는데다, 경사진 밭에서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울기 조절이 가능해 이목을 끌었다. 특히 여성친화형으로 제작돼 가벼운데다 허리를 구부리지 않고 작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여성농업인들이 구입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딸기와 멜론 등 하우스 농사와 밭농사를 함께 짓고 있는 이용금(55·논산시 노성면) 씨는 “보행관리기를 자주 쓰는 편인데 기존 제품은 무거워 사용하기 힘들었는데, 오늘 실습한 제품은 가벼워서 너무 좋았다”며 “현재 일손이 굉장히 부족하고, 그나마 일손을 구해도 인건비 부담이 매우 커 앞으로 농기계 사용을 늘려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교육을 준비한 이길성 한여농 회장은 “FTA 등 개방화시대 밭작물 전환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여성친화형농기계 보급이야말로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키워드가 될 수 있다”며 “여성농업인들이 농기계와 좀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농진청 등 국가기관에서 실시하는 여성농업인 농기계교육부터 여성친화형농기계로 실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아울러 한여농도 자체적으로 여성친화형농기계 교육을 확대·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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