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스컴의 영향으로 분화시장에서 특정 기능을 가진 식물들의 인기가 높아졌지만 '반짝 수요'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aT화훼공판장 분화매장에 진열된 기능성 식물.

그라비올라·월명초·스테비아 등 방송 타고 ‘수요 반짝’
뒤늦게 키워 2~3개월 후 출하 땐 물량 증가로 애먹어 


경기도 용인시에서 관엽을 재배하고 있는 조보연 씨. 그는 최근 기능성 식물 재배를 두고 고민이 많다. 조 씨는 “전반적으로 관엽 소비가 크게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도 기능성 식물은 수요가 높은 것 같아 재배비중을 늘릴 생각이지만, 재배법 등의 관련 정보가 워낙 적은데다 수요가 일정하지 않아 한발 늦게 재배를 하면서 피해만 보게 될까 불안한 마음도 크다”고 토로했다.

구색품목으로 소량만 시장에 나오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야생화, 허브, 열대식물 등이 기능성 식물로 언론에 소개되면서 수요가 크게 느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올 봄에는 그라비올라, 월명초, 스테비아, 삼백초 등 몇몇 품목들이 방송을 탄 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농가들이 늘어나는 수요를 보고 새롭게 재배에 뛰어들 경우 물량이 출하될 때쯤 이미 시장에서의 인기는 사그라지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1월 한 TV프로그램에서 강력한 항암효과를 가졌다고 소개된 그라비올라는 3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에 출하되지 않았던 품목이다. 재배농가도 국내에 1~2농가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3월 aT공판장에 처음 출하된 그라비올라는 3월에는 2000분(9cm크기)이 거래되며 평균 1449원의 경락가를 받았지만 6월에는 638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물량이 1만분 이상 늘어난 반면 수요는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유찰도 많아졌다.

야생화의 한 품목인 명월초 역시 aT화훼공판장에서 매달 평균 200~300분이 거래되는 구색품목이었으나 올해 초 당뇨에 좋다는 내용이 매스컴을 타면서 지난 3월에만 1만1520분이 팔리고 평균 경락가도 902원을 기록하는 등의 인기를 보였다. 그러나 6월에는 2600분이 평균 630원에 팔리는 등 인기가 한풀 꺾이는 추세다.

aT화훼공판장에서 분화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강영 중도매인은 “그라비올라, 명월초 등의 경우 3~4월 잠깐 인기가 좋았는데 이제는 시장에 물건만 많고 찾는 사람이 없다”며 “언론에 방송된 기능성 식물의 경우 인기 있는 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농가가 재배를 시작하면 2~3개월 이후에나 물량이 늘어나 시기상 수요와 공급이 엇박자가 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현장에서는 기능성 식물 재배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양인석 aT화훼공판장 관엽경매사는 “기능성을 강조하는 품목의 경우 기본수요가 적고 수요예측이 안되기 때문에 쉽게 추천하기 힘들다. 힘들게 길렀는데 물량이 몰리고 수요가 줄면서 유찰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기능성 품목을 기르기 전에 재배방법 숙지는 물론 미리 판매 현황이나 시장반응을 확인하고 앞으로의 수요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현희 기자 kimh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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