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길 논설실장·선임기자

 

정부가 동시다발적으로 밀어붙이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수출산업은 이익을 보고 농업은 일방적으로 희생되고 있다. 이런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FTA를 보완하기 위해 제시된 것이 ‘무역이득공유제’다. 

이 제도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경제민주화와 농업피해 보완이라는 관점에서 2012년 처음 제기했다. FTA로 인해 손해 보는 국민(농어민)이 생긴다면 당연히 국가와 이익 보는 산업분야에서 손해 보는 쪽에 피해를 보전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농연은 그 방안으로 법인세 1% 또는 FTA 이후 수출산업의 수출증가액 일부를 농어촌부흥세로 적립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농축산단체 대부분이 무역이득공유제 법제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국회 농식품위에는 무역이득공유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이 중 홍문표 의원 등 17명이 2012년 6월 발의한 법안은 농식품위를 거쳤으나, 정부 반대로 3년째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국회 여야정협의체가 한·중 FTA 국내 보완대책 마련시 무역이득공유제나 그 대안을 논의키로 합의한데 따라 곧 정부안이 제출돼야 한다. 이제 논의가 고비를 맞고 있는 시점이다. 

이런 시점에서 이정환 GS&J 이사장이 ‘이제 무역이득공유제 논의를 덮자’는 주장을 하고 나서 미묘한 파장을 던지고 있다. 그는 FTA의 이득을 계량하는 것이 불가능해 기업에 과세하면 기업의 반발로 조세저항에 빠질 것이고, 이득을 특정하려면 수입가격이 낮아지는 혜택을 보는 소비자에게  부과해야 하므로 현실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거론되는 기부금의 경우 기업의 목을 비틀어 내게 하는 것이 될까 끔찍하다고도 했다. 설사 별도 자금이 확보된다고 해도 농특세가 늘어난 만큼 일반예산이 줄어든 사례처럼 농업예산 총액은 별로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아가 ‘FTA가 체결될 때마다 농업지원대책이 마련됐는데, 무역이득공유제 도입을 주장하며 세월을 보내기보다는 피해를 보전하는 실질적 방안을 법률화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설득한다. 그 방안으로는 피해보전직불제를 현행 수입기여도를 존치하되, 쌀변동직불제와 같이 기준연도 가격 이하로 하락하면 차액의 85%를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안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정환 이사장의 주장은 여러 측면에서 납득할 수 없다. 그의 주장은 그동안 정부와 재계 등의 반대논리와 닮은 꼴이다. FTA 이득을 계량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이미 정부와 국책연구기관, 재계 측은 FTA 논의시 마다 산업별 수출 증가액, GDP 기여율이 얼마라고 자료를 내놓고, 반대하는 농민들을 국익 운운하며 겁박해왔다. 체결할 때 계산되는 산업 이익이 왜 농민 지원할 땐 측정할 수 없는가? 실제로 정부는 농민들에게 지급하는 FTA 피해보전직불금은 법에도 없는 수입기여도를 넣어 1원 단위까지 계산하고 있는데, 회계·세무자료와 세관자료, 수출통계가 있는 수출기업의 이익을 특정하지 못할 리 없다.    

다음, ‘FTA가 체결될 때마다 농업지원대책이 마련됐는데 새삼스럽게 현실성도 실익도 없는 무역이득공유제’라고 규정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정부의 FTA 피해지원은 늘 실제 피해규모에 크게 미달했고, 간접피해는 계산하지도 않았다. 무역이득공유제를 주장하는 배경은 그동안 정부가 일방적으로 FTA를 하면서 농업지원은 축소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특히 조세저항을 거론하는 것은 큰 오해의 소지가 있다. 무역이득공유제는 FTA로 이익 보는 분야의 기업의 법인세나 수출이익에서 걷자는 얘기다. 국민적 공감대를 통해 무역이득공유제도를 잘 설계하면 되는 일이지, 애먼 소비자와 국민다수를 거론하는 것은 농민을 고립시키는 논리가 된다. 

농특세를 예로 들며 현실성이 없다는 논리도 그렇다. 농특세는 수입개방으로 농업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기존의 예산과는 별도로 재원을 추가 확보하기 위해 법에 따라 목적세로 만든 제도이다. 농특세가 문제가 아니라 농특세 취지를 살려 제대로 세수를 확보하고, 이를 농업에 온전히 지원하지 않는 정부가 문제인 것이다. 심지어 FTA를 강행하면서도 농업예산은 줄여왔기 때문에 무역이득공유제가 나온 것이다. 

무역이득공유제를 접고 피해보전직불제를 개선하자는 주장은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무역이득공유제와 FTA 피해보전직불제 개선은 논의 차원이 다르다. 현행 피해보전직불제의 경우 법에도 없는 수입기여도를 적용해 피해지원금을 축소시키는 제도로, 당장 수입기여도를 삭제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런 마당에 피해보전직불을 개선하되, 수입기여도를 인정해야 한다고 한다는 그의 주장을 농민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무역이득공유제 시행여부는 정부와 국회의 의지 문제다. 제도를 법제화 한다는 의지만 있다면 무역이익을 특정하거나 징수 대상을 정하는 것은 기술적인 사항에 불과하다. 이정환 이사장의 ‘딜’ 제안은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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