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식품부가 지난 구제역 발생 당시 방역상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한 ‘구제역 방역대책 개선방안’에 대해 공청회를 열었다. 사진은 공청회 장면.

구제역 발생 시 권역을 정해 가축의 이동을 금지시키는 권역별 관리체계가 도입된다. 살처분 보상금 체계도 현행 방역규정을 안 지킬 경우 보상금을 깎는 네거티브 방식에서, 보상금을 20%만 지급한 뒤 방역규정 준수 여부에 따라 추가로 보상금을 지급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바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일 농협중앙회 중회의실에서 축산 관련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구제역 방역대책 개선방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구제역 방역대책 개선방안은 크게 6가지로 △권역별 관리 △구제역 예찰 강화 △축산업허가제 강화 △가축질병 공제제도 도입 △살처분 보상금 제도 개편 △구제역 백신 관리 강화로 나눌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준원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린 닭의 분변 1g에 100만마리를 감염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가 들어있고, 구제역에 걸린 돼지가 내뿜는 바이러스가 우리나라 전체 사육중인 소를 모두 감염시킬 수 있을 정도로 전파력이 강력한 바이러스”라면서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연구가 되지 않은 것이 많고, 또 변이가 일어나기 때문에 방역이 어렵다는 것을 지난 1년 동안 느꼈다. 그만큼 초기대응이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이번 방역대책 개선안을 마련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농가가 10만호이고, 관련인원까지 하면 50만명이다. 여기에 축산관련차량으로 등록된 것이 5만대, 자가용까지 하면 10만대가 넘는다”면서 정부가 단독으로 이를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부 뿐만 아니라 지자체, 생산자단체, 농가, 관련업계 등의 협조가 없으면 방역이 어렵다”고 협조를 당부했다.

한편, 이번 공청회에서는 축산업 허가제 강화, 살처분 보상금, 권역별 관리 강화에 따른 가축의 이동 제한, 구제역 단가백신 접종 등에 대해 논의가 집중됐다.


#구제역 방역체계 개선방안

최초 발생지 중심 권역 설정, 비발생지로 이동제한 방침
방역규정 안 지킨 농가 살처분 보상금 20%만 우선 지급 

축산허가제 정기점검 연 1회로 강화·백신 공급선 다변화

이날 공청회에서 제시된 정부의 구제역방역대책은 크게 6가지로 나눌 수 있다. 최초 발생지역을 중심으로 권역별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권역별 관리강화 방안과 발생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NSP 항체검사를 전체 가축으로 확대하는 구제역 예찰강화, 그리고 살처분 보상금 제도의 세분화 및 구제역 백신 관리 강화 방안 등이다. 농식품부가 내놓은 6개 분야 대책의 주요 내용을 살펴본다.

▲권역별 관리=백신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구제역이 발생할 경우 감염축 위주의 부분 살처분과 농장단위 이동제한이 이뤄져 초기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 돼 왔다. 이에 최초 구제역 발생지역의 경우 방역관리를 강화하고 시도 또는 시군 단위로 권역을 설정해 구제역 확산 우려 시 발생 권역에서 비발생 권역으로 가축의 이동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살처분 범위도 현행 임상증상이 있는 개체 중심으로 선별적 살처분을 하는 것이 아닌, 비발생 지역에서 처음으로 구제역이 나왔을 경우 농장단위 살처분을 실시하고, 이후 해당 지역에서 추가로 구제역 발생 시 임상증상 개체만 살처분 하는 것으로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제역 예찰 강화=그간 구제역 발생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도축장 출하가축에 대한 항체(NSP)검사가 전국으로 확대된다. 돼지는 농가단위로 분기 1회, 소는 연간 검사물량을 정해 무작위로 검사가 이뤄진다. 이와 함께 돼지 농장간 가축이 이동할 경우에 대해 검사증명서 휴대 의무제가 우선 도입된다. 종돈 및 자돈분양 전문농장의 경우 수의사가 임상증상을 확인한 후 이상이 없을 경우 검사증명서를 발급하고, 이후 이동이 허용되는 것이다.

▲축산업허가제 강화=농식품부는 현재 가축전염병예방법은 백신 미접종 구제역 발생 농가에 대해 과태료 부과와 살처분 보상금 삭감, 가축사육 제한 등이 가능하도록 돼 있는 조항을 강화해 구제역 발생농가 중 백신 미접종 농가에 대해 발생횟수에 따라 영업정지 또는 축산업 허가취소하는 등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 현재 2년에 한 번 진행하는 축산업 허가제 정기점검을 연 1회로 강화한다.

▲가축질병 공제제도=생산주체의 자발적 상시 질병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가축질병 공제제도가 도입된다. 이 제도는 공제조합과 민간진료소와 연계로 정기적 진료서비스와 농가 예찰 등을 진행한다는 것이 골자로, 농가 또는 계열업체가 공제에 가입해 공제료를 납부하고 정부는 기본설계 및 제도 운영, 공제료 일부를 지원한다는 계획. 총 16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제도에 대해 농식품부는 올해 7월 검역본부와 수의사회, 농협 등으로 TF팀을 구성하고 2016년과 2017년 2년에 걸쳐 시범사업을 실시해 제도 보완 후 2018년부터 본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살처분 보상금 제도 개편=농식품부는 또 살처분 보상금 제도의 감액기준을 현재 8종에서 30여종으로 세분화하고, 방역조치 위반 시 유형별로 건당 5~10% 최대 80%까지 추가감액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연속으로 질병이 발생할 경우에는 20~80%의 감액을 추진할 예정이다. 반대로 우수농가에는 건당 5~10%의 감액 경감 등의 인센티브 부여로 방역의식을 고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일정수준(20%)의 보상금을 먼저 지급하고 방역규정 준수여부를 따져 추가로 살처분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인 포지티브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구제역 백신 관리 강화=메리알사로 단일화 된 구제역 백신 공급선도 다변화 될 것으로 보인다. 평시에는 주변국 발생동향과 국내에서 긴급하게 백신이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상시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도입하는 한편, 구제역이 발생할 경우 세계표준연구소(퍼브라이트) 백신매칭률 검사의뢰와 함께 검역본부에서도 동시에 검사를 실시키로 했다.

또한 백신 국산화를 위해 구제역 백신에 대한 국내 생산원천기술을 확보키로 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백신 국산화와 효능 향상을 위해 연구개발을 추진 중이다. 올해 8월에 김천에 백신연구센터를 완공하고, 연구 활성화를 위해 산업체 공동연구와 백신연구센터의 외부기관 사용공유를 검토할 계획이다.


#종합토론

농가 이동제한 경제적 피해 우려
자돈까지는 이동 허용해 줘야

국산백신·단가백신 도입 필요
이동제한 대비 온라인 방역교육
보상금 차등지급 재검토 주문도


권역별 관리에 대해서는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좀 더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신용욱 충남도청 방역계장은 “권역별 관리 제도는 네덜란드 제도를 바탕으로 했고 도입 취지에 대해선 찬성을 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 지자체와 네덜란드와는 차이가 있고, 시도·시군별로도 도축장 운영 여부가 다른 만큼 권역별 관리에 있어 보다 세부적인 고민과 함께 시도 단위에서 사후 관리를 어떻게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병규 경기도 축산위생연구소장도 “이번 구제역 사태를 볼 때 오염지구와 비오염지구를 나눠 관리를 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며 “단지 한번 이동제한지역이었다고 해서 이동을 모두 금지시키는 것 보단 불가피한 경우 이동을 할 수 있도록 고려하는 세부적 내용까지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농가 입장에서는 이동제한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우려될 수밖에 없는 상황. 김현섭 행복한농장 대표는 “소 보다 회전이 빠른 돼지의 경우 최소한 자돈의 이동이 허용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게 안 되고 있다”며 “올해 초 한 농가가 구제역 발생에도 불구, 돼지를 세종시에서 철원까지 무단으로 이동한 사례가 있는데 그 사람이 법을 어기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어 그렇게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권역별 관리에 있어 축종별로 매뉴얼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며 “1년에 1마리만 나와도 365일 소독을 해야 되고, 소에서 구제역이 안 나와도 가축시장부터 모든 것이 통제돼 농가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축산업 허가제에 대해선 영업정지나 허가 취소 등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태욱 AP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영업정지나 허가취소는 음식점을 대상으로 쓰는 대표적 사례인데 음식점은 다시 시작하는데 큰 애로가 없다. 하지만 가축사육은 연속성이 중요한데 자칫 영업정지나 허가 취소가 농가에 매우 치명적 결과가 될 수 있다”며  “축산업 허가제 안이 도입되더라도 세부요건에 신중하고 세심한 배려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산백신과 단가백신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현수 충남대 교수는 “단가백신을 사용하면 항체가를 떨어트리지 않을 수 있고, 원가 절감과 이상육 발생도 피할 수 있다”며 "다른 타입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어쩌나 걱정을 하지만 그때가서 매칭시험을 해 새로 도입해야지, 다가백신을 쓰면 면역력도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동제한에 대비한 온라인 방역질병 교육과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남인식 농협중앙회 상무는 “농협에서 방역 교육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동제한이 걸릴 경우 온라인을 통한 방역질병 교육이 필요하고, 특히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도 각 나라로 번역된 온라인 교육 실시로 방역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살처분 보상금 차등지급에 대해서는 초동방역이 중요한 구제역에는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초동방역이 농가의 신고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데 살처분 보상금을 낮추면 신고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해 살처분 보상금 감액보다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

김현섭 행복한농장 대표는 “기본원칙은 국고에서 100% 보상을 해야 신속한 신고와 조치가 가능할 것”이라며 “초동방역에 있어 농가 신고가 제일 우선인데 보상금을 깎게 되면 신고를 할지 말지 고민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구제역의 선제적 조치를 위해선 비발생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조기신고를 했을 경우 보상금을 더 줘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신창섭 양돈수의사 회장은 “선제적인 방역조치 강화를 위해선 100% 보상에 플러스 알파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고려해 조기신고를 유도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비육돈의 경우 백신을 1회 접종할 경우 출하일령에 이르러 항체가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방역당국이 2회 접종으로 변경할 계획인 가운데 이에 대해 반대의견이 제시됐다. 정선현 한돈협회 전무는 “1회 접종을 할 경우 30% 정도에서 화농이 나오고, 2회 접종하면 90% 가량에서 화농이 나온다”면서 백신접종 횟수를 늘리는데 대해 신중할 것을 주문했다.

김관태·안형준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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