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수 의원과 염동열 의원,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지난달 29일 국회 본청 귀빈식당에서 ‘농업용수의 효율적인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물그릇을 키워야 한다는 등 가뭄을 극복하기 위한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김흥진 기자

전국이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강화 가뭄현장에서 “장마 전까지 시·군 저수지 준설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가뭄이나 홍수 등의 대책은 재해가 발생했을 때만 정치권이나 예산당국이 관심을 가질 뿐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예산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게 문제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9일, 국회 본청 귀빈식당에서 안상수 새누리당(인천 서구·강화을) 의원과 염동열 새누리당(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주관한 ‘농업용수의 효율적인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려 농업계와 비농업계 모두의 관심을 모았다. 


#주제1/기후변화에 대응한 농업용수의 효율적 관리·확보방안
“109개 저수지 둑높이기…용수 2억4000만톤 추가 확보”

가뭄주기상 향후 10년 대가뭄 우려 
하천 준설사업·지하댐 개발 등 필요

 

▲가뭄·홍수대비 물그릇 확대 시급=최근 빈번한 가뭄과 홍수에 대비해 저수지의 물그릇을 키우는 것을 비롯해 장기적 수자원 확보방안 마련 및 재난예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강병문 한국농어촌공사 수자원운영처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최근의 기후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장기적인 농업용수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강수가 홍수기에 집중되고 지역별로 편중돼 물 관리 여건이 열악하고, 연간강수량 편차가 심해 가뭄과 홍수의 극단적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또 경기 북부지역과 강화, 강원 철원지역 등지는 2014년에 이어 올해도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과거가뭄주기를 분석한 결과, 124년 주기와 38년 주기의 교점에 있어 향후 10년(2025년) 동안 대가뭄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강병문 처장은 “자연환경보전 논리와 인근주민과의 협의가 어려워 다목적댐, 대규모저수지 등의 신규개발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기존 수리시설물을 이용한 수자원확보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즉, 수자원 확보를 위해 저수지 둑높이기, 하천 준설사업 추진, 지하댐 개발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병문 처장은 “저수지 물그릇을 키우자는 것은 현재 저수지의 담수능력을 높이자는 것으로 109개소에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며 “기존 용수량은 6억700만톤 수준인데 109개 저수지의 둑높이기를 통해 2억4000만톤의 용수를 추가로 확보해 8만2000ha의 농경지에 안정적인 용수공급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저수지 준설의 경우 2015년 기준 대상지역이 88개소에 261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곳은 28개소에 50억원 예산에 불과하다. 따라서 강병문 처장은 “기시행 중인 28개소는 조속히 추진을 완료하고 잔여지구 60개소, 211억원은 관계부처와 협의해 연내 추진될 수 있도록 건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주제2/가뭄대책 및 중장기 농업용수 정책방향
“강수패턴·재배형태 등 고려 가뭄대응능력 지도 만들 것”

수리시설관리 농어촌공사 일원화 
농어촌용수이용 합리화계획 추진

 

▲기상재해 항구대책 마련 필요=한준희 농림축산식품부 농업기반과장은 주제발표에서 올해 가뭄발생 및 대책추진 상황과 농어촌용수의 합리적 이용계획 등을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6월말 장마로 강화지역을 제외한 상당부분 가뭄이 해소가 됐다. 하지만 이전까지 인천, 경기, 강원, 충북, 경북 등 5개 시·도, 39개 시·군에서 논물마름 2822ha, 밭작물 시들음 4536ha 등 7358ha가 가뭄피해를 입었다. 

잦은 기상이변과 국지적 가뭄이 매년 발생하는 것과 관련, 정부차원에서도 T/F팀을 구성해 항구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저수지·양수장·관정 등 설치여부와 강수패턴, 재배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국단위 가뭄대응능력 지도를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자료에 근거한 가뭄상황을 판단해 가뭄예상지역별로 특화된 용수개발, 저수지 준설, 밭 기반정비 등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와 시·군으로 나눠져 있는 수리시설관리의 효율화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장단점이 있다. 한준희 과장은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방식으로 수리시설관리의 효율화를 추진할 경우 시설이 노후화된 시·군·구역까지 전문적인 농업용수관리가 가능하고, 재해발생 시 유역단위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전문 인력 확충을 비롯해 연간 5000억원의 국고부담이 증가하고, 시설이 보강되지 않을 경우 전체적인 물 관리 서비스의 질 저하에 따른 정부불신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2015년부터 2024년까지의 중장기계획으로 ‘농어촌용수이용 합리화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에는 목표연도인 2024년도의 논·밭 면적을 추정해 농어촌용수 수요량을 산정하고, 향후 농어촌용수 이용계획 및 규모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2024년 논밭면적은 현재의 173만ha보다 다소 줄어든 161만ha로 예상되며, 정부는 기존 수리시설 보강, 수자원의 효율적 활용 등을 통해 20억톤의 용수공급 가능량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종합토론 

버려지는 하천·빗물 모아 활용을

▲있는 물부터 아끼자=‘버리는 물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일단 하천에서 흐르는 물, 비가 내려 모이는 물 등을 채워놓자는 의미다. 

정재길 농협중앙회 농촌지원부장은 “통계상으로 하천 물의 74%가 바로 해안으로 흘러간다고 하는데 하천에 평상시 흐르는 물을 저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하천에는 늘 물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담수하기 위해서는 특별히 다른 예산은 필요없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정 부장은 “특히 가뭄 상습지에는 이 같은 대규모 기반시설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또 김성준 건국대 교수는 “강우량이 증가했는데, 댐으로 들어오는 양은 매년 줄었다”며 “비가 내리면 42%가 증발되기 때문인데, 특히 예년보다 4월, 5월, 9월, 10월은 기온이 많이 상승하고 있어 증발되는 양이 50%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빗물을 가둘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수맥지도’ 만들어 관정개발해야

▲효율적인 지하수 활용방안 마련=지하수가 점차 줄고 있다는데 대한 우려도 높았다. 지하수를 체계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성준 교수는 “지하수는 일정부분 채워진 양 만큼 쓰도록 하고 있지만 그 양보다 더 쓰고 있다”며 “암반지하수는 1년에 100~150m밖에 못올라오는데 그 이상의 물을 빼서 사용하고 있어 지하수 저장량이 계속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전국적으로 지하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고, 이것 때문에 호주에서는 ‘기후부’가 만들어졌을 만큼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정재길 부장은 ‘수맥지도’를 제안했다. 관정을 위해서다. 정 부장은 “대관정을 뚫는데는 2000여만원, 정관정은 800여만원이 드는데 관정을 뚫어서 물이 나오면 다행이고, 안나오면 예산은 낭비되는 게 현실”이라며 “수맥지도가 현실적으로 필요한 이유”라고 밝혔다. 정 부장의 말에 차형선 한국수자원공사 조사기획처장은 “지하수지질도를 5년 단위로 만들고 있는데 조금만 참으면 국민들에게도 SNS 등을 통해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관 통합가뭄지수 공유를

▲효율적인 통합 물관리 시행=한국농어촌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기관간의 ‘물관리 통합시스템’을 주문하기도 했다. 

차형선 처장은 “농어촌공사에는 최근 2개월 누적강우량, 저수율의 평년대비 비율 등을 가지고 만든 가뭄판단지표가 있다고 했는데, 수자원공사에도 저수지 유입량, 농업용 저수지 저수율, 지하수위 등을 고려한 와디(WADI)지수라는 비슷한 지표가 있다”며 “기관간에 통합가뭄지수를 만들어 공유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 처장은 “물관리 자료도 실시간으로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해놓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어촌공사와 수자원공사가 지난달 20일 ‘가뭄 총력대응을 위한 공동 협력 선언문’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물 정보 공유 및 장비지원, 물 인프라 구축 등 장기대책 마련 등에 함께 힘을 모으기로 했다. 차 처장은 “양 기관이 통합 물관리를 하는 것에 대해 공감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댐·저수지 토양침식에 수질 저하

▲쓸려오는 토양도 문제=토양침식을 방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댐이나 저수지로 토사물이 흘러들어오게 되면 물그릇이 그만큼 줄어들 뿐만 아니라 수질도 악화돼 수자원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는데는 애로사항이 많다는 판단이다. 

김성준 교수는 “비가 오면 흙탕물이 같이 내려와서 흙이 쌓이는 것도 문제지만, 수질저하라는 문제까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비가 오면 물이 찼을 것이라고 좋아하는데, 토양자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농업용저수지의 경우 퇴적이 더 되기 때문에 물이 차있는 것 같아도 관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양해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부회장이 사방댐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 양 부회장은 “집중호우가 왔을 때 댐이나 저수지에 흙탕물이 유입되는데, 사방댐이 있으면 토사물을 1차로 거르는 효과가 있다”면서 “사방댐을 조경시설로 예쁘게 만들려고 하지말고, 실질적으로 사방댐을 농업인들이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시설 낙후, 지속 투자 절실

▲예산당국의 불편한 시선=농업생산기반시설에 대한 예산당국의 입장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준희 농림축산식품부 농업기반과장은 “이제는 생산기반이 어느 정도 된 것 아니냐는 인식을 많이 갖고 있어 참 어렵다”고 말했고,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예산당국에서도 이제는 할 만큼 한 것 아니냐는 인식이 강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관련예산을 확보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는다는 하소연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 과정은 “농업생산기반시설들은 상당수가 노후화 돼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특히 한 과장은 밭기반정비사업를 예로 들어, “과거에 밭기반정비사업은 정부가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에서 1년에 6000ha씩 안정적으로 지원했었는데, 이 사업이 지역발전특별회계로 넘어가면서 지금은 4000ha 밖에 지원되지 못하고 있다”며 “회계를 예전처럼 바꾸기 위해서 예산당국과 협의하고 있지만 만만치 않다”고 밝혔다.   

양해질 부회장은 “저수지 준설, 지하댐 개발 등과 같은 사업은 정부가 충분히 예산을 확보해 조기에 추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둠벙 만들어 산간지역에 활용을

▲다목적 저류지도 해법=밭을 포함 중·산간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방안들도 제시됐다. 

김홍상 수석연구위원은 “수리시설이라는 게 그동안 논 위주로 만들어져 왔는데, 밭작물을 위한 수리안전 형태도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준 교수는 “둠벙(웅덩이)을 살려야 한다”며 “논 지역에서도 대규모 저류지 같이 둠벙을 크게 만들어서 산간지역에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차형선 처장도 “상류쪽에 다목적 저류지를 많이 설치해 놓으면 평소에 건천화 방지를 위해서 좋고, 건천화가 방지되면 지하수위도 올라가 관정개발에도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ir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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