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자캐기 행사에 참여한 도시민들이 열심히 감자를 캐고 있다.

지난달 주말 감자 캐기 행사 잘 했다. 그토록 애를 태우던 단비가 그날 아침 막 퍼부었다. 30명 학생들과 하는 행사가 잡혀있었지만 걱정은커녕 환호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전국적으로 몇 차례 비소식이 있었지만 야속하게도 충북 괴산의 하늘은 외면하고 지나갔다. 너나할 것 없이 간절한 기도로 비를 원했다. 딱 3시간동안 퍼붓더니 아이들이 도착하는 그 시간에 다행히도 잦아들었다.

내친김에 더 왔어도 될 터인데 오랫동안 기다린 첫 수업을 지켜주시느라 잠시 멈추었다. 아이들은 예정대로 감자 캐기 행사를 진행했다. 비닐 속에 있는 감자는 뽀송뽀송하고 예쁘게 분칠하고 있었다. 혹시나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행사를 못할까봐 예비수업으로 준비한 감자요리 수업도 함께했다. 오히려 감자 캐기보다 감자전을 부치고 둘러앉아 함께 식사하는 시간이 더 즐거웠다.

아이들은 모든 게 놀이다. 땅속에 함께 사는 지렁이와 땅강아지와 쥐며느리를 보고 잡아보고 신기해한다. 유기농으로 10년 동안 지켜온 땅이니 유기물이 많고 저희들 사는 환경에 맞으니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악동들이 호미를 들고 감자를 캐느라 야단법석이라 더 정신없는 건 벌레들이었다. 벌레입장이나 아이들 입장이나 정신없기는 매한가지라 신발에 묵직하게 달라붙은 진흙 때문에 일찌감치 방으로 들어온 아이도 있고 진흙쯤이야 상관없이 열심히 캐는 아이도 있다. 한보따리씩 집으로 가져갈 생각에 열심히 캐서 담는다.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해 아이들이 모두 요리에 참여했다. 중학생언니들은 집에서 해봤는지 제법 잘한다. 감자를 갈아서 밀가루를 약간 넣어 동그랗게 작게 부쳤다. 뒤집기도 쉽고 하나씩 들고 먹기도 좋다. 감자 캐고 뛰어놀던 아이들이라 쫄깃쫄깃 부드러운 감자전에 푹 빠졌다.

아이들과 농사체험하고 손맛의 느낌을 이야기하고 농작물의 커가는 과정을 이야기하며 농부아저씨와 농사이야기를 나누는 수업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고대해온 농촌생활학교던가?

꿈 가까이 간다고 했다. 정말로 15년 열심히 농사를 짓고 나니 좋은 기회가 왔다. 처음부터 유기농으로 정직하게 농사짓고 당당하게 소비자와 만났다. 농부의 수고로움을 생각해서 조금 높은 가격일지라도 응원해 주었고 시중가격이 치솟아도 우리가 받아야할 금액만 받았다.

그 신뢰가 오늘까지 이어져 소비자들이 늘어났고 직거래대상에서 우수상을 받았으며 이번엔 비 맞지 않을 체험학습공간을 마련하게 되었다. 꿈에 그리던 교실을 지으며 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어느 날 갑자기 귀농해서 적응하고 몸에 익히느라 울고불고 많이 싸웠지만 그사이 아이들은 훌쩍 커버려서 아이를 잘 키워보자고 내려온 이유에 대해서는 정말로 할 말이 없다.

우리아이들은 손을 놓고 방치했지만 그럭저럭 생각 있는 아이로 잘 커줬다. 아마도 좋은 환경 좋은 이웃 삼촌들과 이모들과 어울려 살아서 그런지 성격은 여유롭고 넉넉해서 좋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최소한의 능력은 우리 몸 안에 타고난다.

다만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 아이인지 일깨워주고 건드려주면 아이들은 춤추며 노래한다. 더 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몸으로 함께 뒹굴 것이다. 폼 나는 수업 말고 선생과 아이가 동등한 자격으로 만나 소통하는 수업으로 아이를 읽어낼 것이다. 농촌은 교실, 자연은 교과서라 했다. 이보다 더 좋은 교실이 더 좋은 교과서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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