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백수오 사태’가 빠르게 갈무리되고 있는 모습이다. 백수오를 수매해 온 건강기능식품업체 내츄럴엔도텍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됐고, 올해로 출범 20년을 맞은 홈쇼핑업계도 여러 잡음과 논란이 있었지만 소비자들의 백수오 환불 요청을 받아들여 관련절차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사태로 집중포화를 받은 식약 당국도 부랴부랴 사태의 책임을 통감하며 건강기능식품 관리체계 개선 방안을 내놓았고, 관련업계에 대한 비난 여론도 비교적 잠잠해진 상황이다. 최근 국회에선 건강기능식품의 신뢰도 회복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개최돼 사태 수습 및 재발 방지 논의 등도 이뤄졌다. 지난 두 달은 어느 때보다 혹독했던 시기였지만, 그만큼 빠르게 일상의 한 부분으로 묻히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산지 상황은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한숨과 걱정이 늘고 있다. 사태는 수습 국면에 들어갔지만, 백수오 재배 농가들의 혹독한 시기는 진행 중이며 앞으로 더 큰 위기에 처해있다. 국내 백수오의 상당 부분을 수매해 온 내츄럴엔도텍이 무너지며 사실상 판로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수확기는 그동안의 결실을 보상받아야 할 순간이지만, 올해만큼은 참담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백수오 농가들의 마음은 수 십 년 만에 닥친 가뭄으로 쩍쩍 갈라져 버린 농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백수오 최대 주산지인 제천의 한 농가는 “그저 지난해처럼 백수오를 심고 키운 것밖에 없다”며 “소비자들도 등을 돌리고 수매업체도 없어 수확 이후가 막막한 상황이다. 요새는 백수오 밭만 봐도 한숨만 저절로 나온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농가는 “백수오가 저장성이 2년 정도 되니까 이번 수확한 물량을 저장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는데, 농가들의 현실을 너무 모르는 얘기”라며 “2년 동안 끌고 갈 여력이 있는 농가들이 몇이나 되겠냐”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산지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소비자들은 환불 요청 목소리를 내고, 국회에선 현안보고를 통해 관련자들에게 사태 전말을 호되게 문책이라도 할 수 있지만, 백수오 재배 농가들은 하소연할 곳조차 변변치 않다. 그나마 제천시에서 진품 백수오 농가들의 선의의 피해를 막기 위해 1억8000만원의 예비비를 긴급 투입해 올해 파종한 백수오에 대해 GAP(우수농산물) 인증제도를 도입해 시에서 ‘진짜 백수오’를 인증해 주겠다고 나섰다. 농협에서도 하반기 수매자금을 추가로 확보하고, 소비자와 수요업체 대표자들을 불러 백수오 소비를 늘릴 수 있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농가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도와주려는 노력은 환영이다. 꼭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근본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생산한 백수오가 창고에 쌓이고 수확되지 않은 채 밭에 버려지지 않기 위해선 백수오 재배 농가들을 위한 실질적인 수매 대책이 나와 줘야 한다. 판로 확보는 개별 농가의 역량에 달려있다고 치부해선 산지에서의 백수오 파동을 손 놓고 마냥 지켜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대책을 마련할 시간과 예산 등의 여건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겠다는 정부 당국의 의지다. 백수오 사태가 누군가에게는 이미 지나간 일이 되고 있다. 농가들이 지금 겪는 시련도 하루빨리 지나간 일이 될 수 있도록 피해 대책이 마련되기를 바래본다.

식품팀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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