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 전담부서 부활 요구 나오는 이유는

▲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부활을 요구하는 여성농업계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함안여성농업인센터에서 여성농업인들을 위한 취미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모습.

●농촌복지여성과 예산 살펴보니…
연금보험료 지원, 보육개선 등
복지 관련 예산이 대부분
여성농업인 육성 정책은 전무

●여성농업인 육성 시행계획 예산은…
전체 예산 70%가 보육 예산
“보육=여성 책임” 인식 여전
여성비율 단순 적용 부풀리기도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부활을 요구하는 여론이 다시 일고 있다. 1998년 김대중 정부 당시 농림부 내에 ‘여성정책담당관실’이 만들어진 이후, 여성정책과를 거쳐 농촌사회여성팀→농촌사회과→농촌복지여성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여성농업인 전담부서’가 지속적으로 축소돼 왔다는 게 여성농업계의 주장이다.

반면 농식품부 입장은 조금 다르다. 1998년 이후 부서 명칭만 바뀌었을 뿐 여성농업인관련 업무를 지속해 왔으며, 특히 2013년 ‘농촌사회과’가 ‘농촌복지여성과’로 명칭을 바꾸면서 여성농업인 전담부서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것.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식품부 내에는 ‘농촌복지여성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농업계는 ‘여성농업인 전담부서’를 요구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사실 중요한 문제는 부서 명칭이 아니라 예산이다. 예산이야말로 정부의 여성농업인 육성 의지를 확인하는 중요한 척도이자 기준이기 때문이다. 본지가 농식품부 농촌복지여성과의 예산내역을 입수, 분석한 결과는 여성농업계가 왜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부활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2015년 농식품부 농촌복지여성과 예산은 총 4033억7400만원으로, 이중 여성농업인 인력육성과 관련된 예산은 전무했다. 항목별로 보면 △농어업인 건강·연금보험료 지원 3367억4300만원 △농촌보육여건개선 사업 290억6600만원 △농업인자녀 및 농업후계인력 장학금 지원 151억5000만원 △농촌출신대학생 학자금 지원 114억원 △취약농가인력지원 86억1000만원 △농업안전보건센터 지원운영 24억500만원 등 주로 농촌복지와 관련된 예산으로 확인됐다.

여성농업인 육성을 위한 정책예산이, 농식품부가 주장하는 여성농업인 전담부서에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등 타부처 및 타부서에 산재해 있는 여성농업인 관련 예산을 모아놓은 ‘여성농업인육성 시행계획 과제별 예산’ 역시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총 1조6074여억원인 이 예산 중 복지부의 보육예산이 1조1000여억원으로 약 70%를 차지하고 있고, 상당수 예산항목은 여성농업인과 직접적인 관련성을 찾기 힘들었다.

여성농업계 관계자는 “매년 수립되는 여성농업인육성 시행계획의 과제별 예산을 보면 타부처 및 부서의 일반 정책사업 예산에 여성비율을 적용해 마치 여성농업인을 위한 예산이 그만큼 쓰이는 것처럼 부풀리고 있다”며 “정부가 여성농업인 예산이라고 주장하는 보육예산은 말 그대로 복지예산이다. 보육이 무조건 여성책임이라고 보는 정부의 시각자체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여성농업인육성 시행계획 과제별 예산 중 ‘농기계임대사업 확대’의 경우 올해 예산이 176억원으로 추산돼 있는데, 이는 총 사업비 440억원에서 임대농가 중 여성비율을 적용해 계산한 것에 불과하다.

오미란 전 광주여성재단 사무총장은 “과거에는 여성농업인 전담부서에서 여성농업인 정책을 주도했고 ‘여성농업인센터’를 만드는 등 많은 성과를 냈는데, 지금 농촌복지여성과는 너무 복지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여성농업인 인력육성이라는 확실한 목적을 갖고 있는 전담부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은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여성농업인을 경영인력으로 육성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전혀 이뤄지지 못하다보니 여성농업계에서 전담부서 부활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당장 더 많은 예산과 정책을 만들어달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전담부서는 기존 정책사업에 여성농업인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조율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농촌복지여성과 관계자는 “여성농업인 관련 예산은 타부처 및 부서에 산재돼 있기 때문에 단순히 우리 과 예산만을 놓고 분석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현재 여성농업인을 위한 신규사업 발굴을 위해 국내외 사례를 찾아보고 있지만,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지자체에서 여성농업인 관련 전담부서를 설치할 경우 국가에서 이에 대해 행정적·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여성농업인육성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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