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선(건국대 교수)

지난 5월 29일 ‘지역농산물 이용촉진 등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김춘진, 박민수, 이해찬 의원이 개별적으로 대표 발의한 3개의 법률안과 정부의 법률안 등 4개의 법률안이 통합·조정되어 제정된 것이다. 지역농산물의 이용 촉진이라는 부분과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라는 비슷하지만 같지 않은 두 가지 목표를 지향하는 하나의 법률이 만들어지다 보니, 이 법률에는 지역농산물의 이용 촉진이라는 부분과는 다소 거리가 먼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률은 현재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 및 농산가공품의 지역소비가 부진한 상황에서 그 이용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도매시장 중심 혹은 대형유통업체 중심의 농산물 유통체계에서 직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렵게 통합 조정되어 만들어진 법률이고, 지역농산물과 직거래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경제적 의의가 큰 만큼 시행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에 대한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취지로 몇가지 한계를 지적하고자 한다.

도, 광역시 등 광역지자체 역할 미미

첫째, 본 법률은 지역농산물의 개념을 특별자치시·특별자치도·시·군·구에서 생산된 농산물로서 해당지역에서 유통·판매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제2조). 특징적인 점은 광역지자체(도와 광역시)가 제외되어 있다는 점이다. 지형적 구조에서 보면 농촌지역이 광역지자체를 감싸고 있는 지역도 많고, 도농복합의 기초지자체를 포함하고 있는 광역지자체도 다수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광역지자체의 역할은 무시할 수 없다. 일본의 경우에도 도도부현이라는 광역지자체의 적극적인 활동이 없었더라면 현재와 같은 지산지소운동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광역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해야 할 역할과 그 근거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광역지자체의 역할이 광역지자체가 위치해 있는 자치구에서의 역할로 축소될 우려가 있다. 

둘째, 기본계획의 수립 등과 관계된 부분이다. 법에서는 농식품부 장관이 5년마다 지역농산물 이용촉진 등을 위한 지원 방안 등을 포함한 기본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있다(제5조). 현재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에서도 농업 농촌 및 식품산업발전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도록 되어 있지만, 5년마다 수립되는 이 계획이 실제로 우리의 농업 농촌의 발전과 식량자급률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이번에는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배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또한, 기본계획의 수립 및 실태조사와 관련해서 농식품부 장관은 특별시장, 광역시장, 도지사 또는 특별자치도지사, 특별자치시장 등에게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제6조). 광역자치단체 범위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지역농산물에서 제외되어 있는데, 광역자치단체장이 시행계획을 수립 시행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이른바 ‘페이퍼 작업’으로 끝날 공산이 매우 크다. 농산물에서 지역이 가지고 있는 의미의 중층성에 비춰볼 때, 기초뿐만 아니라 광역단위도 적극적으로 실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강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쉬운 대목이다.

지역의 중간지원조직 활성화 필요

셋째, 농식품부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지역농산물 이용촉진 및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 전문기관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한 내용(제10조)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조사, 분석, 경영컨설팅지원, 협력체계의 구축, 전문인력의 양성은 전문기관이 아닌 지역의 중간지원조직의 활성화를 통해 해결하고, 그렇게 되면 머리(계획)와 발(실천)이 따로 노는 일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지역먹거리운동의 가치나 지향점에 대한 고민이 없는 짝퉁직매장이 난립하고 있듯이, 짝퉁 전문기관이 활개칠까 우려된다. 또한, 법률은 농식품부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관련 사업장의 설치·개설·운영, 판로개척, 컨설팅, 안전성 검사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농산물 직거래사업자 및 지역농산물 취급사업자의 육성을 위한 교육 및 훈련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장의 설치와 운영, 컨설팅 보다 중요한 것은, 그리고 사업자에 대한 교육 훈련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생산자들의 조직화와 지역소비자들의 조직화라고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내용은 기본계획에 소규모 농가의 조직화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에 그치고 있다. 지역농산물 이용이나 직거래 활성화를 유통적 관점에서 접근한 결과가 아닌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넷째, 우수 농산물 직거래사업에 대한 인증제도와 관련된 내용이다. 법에서는 농식품부가 정하는 인증기준에 맞는 직거래 사업장에 대해 우수 농산물직거래 사업장으로 인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증이라는 제도에서 벗어나 생산자와 소비자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를 형성하자는 의미를 갖고 있는 ‘얼굴있는 먹거리’가 지역농산물이다. 물론 이러한 신뢰가 쌓이기까지 인증이라는 제도가 필요할 수도 있으나, 품질과 관련한 인증은 이미 품관원 등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농산물에서 중요한 인증은 장소(지역)에 대한 인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역농산물에 대하여 일괄적으로 농식품부가 인증기준을 정하는 것은 법의 근본 취지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농식품부는 가능하면 큰 틀의 지침을 내리고, 그 세부적인 내용은 지자체가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판단된다.

거점가공센터 설립 요구 담아야

다섯째, 법률은 지역농업과의 연계강화를 위해 농업인(또는 생산자단체)과 지역농산물 가공사업자가 지역농업과 연계하여 사업을 추진할 경우 이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제13조). 물론 이에 대한 지원도 의미가 있지만, 농업인 또는 생산자단체 스스로가 6차산업화를 추진하는 경우에도 당연히 지원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는 것이 지역사회에서 더 많은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게 하는 방법이고, 이에 대한 현장의 요구는 매우 높다. 이른바 거점가공센터의 설립 지원 등을 통해서 지역농산물의 이용촉진, 농촌내의 고용창출, 안전한 농산가공품의 공급 등이 보다 시급하다.     

희망을 잃어 가고 있는 우리의 농업 농촌문제를 지역농산물의 이용촉진이나 직거래 활성화로 일거에 해결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동안 농정에서 소외되었던 농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넓히는 것은 의미있는 농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지난한 과정을 거쳐서 어렵게 만들어진 법률인 만큼 우리 농민들이 희망을 열 수 있도록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보다 많은 지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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