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와 강원수출파프리카생산자연합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시설농가 환경개선 모색을 위한 좌담회’가 지난 5일 강원 춘천 소재 강원도농업기술원에서 개최됐다. 강원 지역의 수출파프리카 생산농가는 물론 농림축산식품부, 강원도청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와 업계가 함께 좌담회에 참석해 원예시설의 환경개선을 위한 진지한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좌담회의 주요 발언을 정리했다.


|농가 시설운영 한계점은
생산시설 낙후…생산량 기복
신축·개보수 공무원 교육을
비닐온실도 후치담보 돼야

 

▲최기영=농가들이 시설 운영에 있어 문제나 한계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정환석=강원도 지역은 날씨가 춥다는 이유로 시설재배에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 시설이 낙후됐고 취약하다. 이러다 보니 생산에서 문제가 생긴다. 특히 하절기 작형으로 수출 파프리카는 강원도 지역이 대부분인데 생산시설의 낙후로 생산량의 기복이 심하다. 하절기인 8~9월에는 평균 생산량의 20%를 밑도는 경우도 적지 않고 비품생산도 타지역 보다 높은 것이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물량이 부족해 일본에서 네덜란드로 거래처를 바꾼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있다. 수출가격도 다른 국가에 비해 낮다. 일본에서는 물량만 확보되면 평균 가격 이상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수출할 물량이 없다. 이유는 과거 온실을 지을 때 측고를 낮게 하면 난방비도 적게 들고 온실내 온도를 유지하기가 쉽다는 이유로 측고를 낮게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형태가 10년 이상 유지되다 보니까 생산량에서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현재 온실을 첨단온실로 신축을 하거나 개보수를 통해 측고를 높여야 하는데 농가들은 자금도 부족하고 비닐온실은 담보도 안 되니까 신축이나 개보수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상현=온실을 신축하거나 개보수하려면 각종 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사실 담당 공무원들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비는 차치하더라도 도비 지원을 받으려면 담당 공무원의 역할이 없으면 진행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각 지자체 공무원들이 견학할 수 있는 좋은 시설이 생겨서 직접 보고 느끼면 사업을 이해하고 지원도 수월할 수 있을 것이다. 농민들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지만 공무원들의 교육도 많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용하=파프리카 수출가격이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 인건비나 각종 비용이 올랐지만 수출농가의 입장에서는 10년 전에 비해 오히려 적자다. 엔저 현상도 크지만 생산물량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박재순=농가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농사를 지으면 소득이 보전돼야 하는데 지금 농가들은 돈을 벌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농가의 수취가격을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주길 바란다.

▲권오성=시설원예에 있어서 시설은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비교할 수 있다. 그만큼 시설은 시설원예의 기본이다. 그런데 농가들이 한 번에 좋은 시설을 지으려고 해도 쉽지가 않아 매년 조금씩 시설을 늘리거나 보완을 하고 있다. 이런 방법은 비용만 더 들 뿐더러 매번 공무원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 또 정부의 정책이 융자로 가고 있는데 농가들의 상황이 넉넉하지 못하다 보니까 담보능력이 없어 융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유리온실은 후치담보가 가능한데 비닐온실은 그렇지 않다. 농민들에게 비닐온실도 큰 재산인데 담보가 되지 않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런 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규모화되고 경쟁력 있는 시설을 할 수 없다. 매우 시급한 문제인데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김병균=7년 동안 파프리카 농사를 지으면서 8~9월 가격이 좋은데 왜 물량이 없을까 고민하다 정식시기를 달리 하는 농가를 방문해 봤다. 5월에 정식을 해 9월에 첫 수확을 하는 농가였는데 최상품도 많고 수확도 많이 했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연구기관에서 월별 정식에 따른 수확량을 연구해 정보를 제공하면 농가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시설업계 요구사항은
시설 낙후돼 생산량 편차 커
첨단온실 보급 급선무
농가 수익안정 대책 모색을


▲최기영=강원 지역에서 8~9월 생산량이 떨어지는 이유를 농가들은 시설노후화에 기인한다고 얘기를 하고 있다. 시설업계의 애로사항과 정부의 지원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고자 한다.

▲이시민=오늘 좌담회에 참여한 농가들은 내수 보다는 수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수출에 필요한 바이어를 물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강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농가의 해외 선진지 견학을 통해 현지 바이어를 만나 그들이 어떤 품종을 원하는지 등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다. 또 강원도만의 특화된 품종을 생산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럴 경우 지자체는 해외 바이어들이 요구하는 품종과 기후환경을 파악해 권역별로 생산품종을 달리하는 것을 지원하는 방안도 강구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또한 잘하는 농가에게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택하면 농가와 정책당국이 서로 윈윈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농기계조합에서도 농가들의 생산량 증대와 경영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개발을 위해 업체들과 많은 논의를 하겠다. 특히 시설원예 자재의 품질 표준화를 위해 올해 2개 제품에 대한 표준화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처럼 농가들의 시설환경 개선이 용이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

▲신동창=온실은 환경을 제어해 재배환경을 만드는 기술의 집합체다. 온실의 환경은 하루에도 온도와 햇빛량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시설이 발전되지 않으면 온실의 안정화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급변하는 환경에서 안전이 담보된 온실에서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 온실관리의 핵심이다. 그래야만 농민들도 수익이 보장된다. 최근에는 온실 환경을 정밀하게 관리할수록 안정적인 농산물 생산이 가능하다. 과거의 온실은 안전에 대한 기준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파프리카의 경우 작물의 무게까지 감안이 돼야 하는데 지금도 이러한 기준이 없다. 생산시설 대부분이 노후화가 된 현재 농가들의 상황에서는 지역별, 온실별로 생산량 편차가 크다. 따라서 첨단온실의 보급이 시급하다. 그런데 생산성이 낮은 시설을 보유한 농가는 장기융자를 받아야 시설을 설치할 수 있지만 신용이 부족해 재투자가 되지 않는 현실이다. 시설원예 농가들의 수익이 안정되고 안전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사업 마련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지자체 대책은
스마트온실사업 적극 반영
지역에 맞는 모델 개발·제시를
파프리카 수급문제 함께 고민 


▲최기영=중앙정부와 지자체에 대한 요구가 많다. 한정된 예산이라는 어려움 점도 있겠지만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어떠한 계획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허성재=지난해 시설원예 뿐만 아니라 농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 이처럼 농업인들이 어려움을 겪다 보니 중앙정부나 지자체 요구나 건의사항이 더 많지 않나 생각된다. 신선농산물 주 수출국이 일본인데 최근 엔저 현상으로 여러 어려움이 있어 강원도에서도 물류비를 보전하는 농가지원을 고민하고 있다. 수출문제가 정리가 된 후에 시설지원 등을 고민해야 하는데 재정적인 부담도 있어 숙제인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시설지원과 같은 문제는 중앙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등의 큰 틀을 마련할 수 있도록 같이 고민을 해 나가도록 할 것이다. 내년에 중앙정부에서 스마트온실사업을 신규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 사업이 강원도에서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

▲방문진=강원도의 시설원예농업이 하절기 과채류 생산의 메카로 떠오르는 것처럼 비중있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시설원예 시책에도 강원 지역에 일정 비중을 두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농가들이 하절기 생산량이 떨어지는 이유로 시설이 낙후된 점을 얘기했다. 좋은 시설을 가지면 생산량과 품질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고 시설개선이나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별 특성이 고려되지 않는 일률적인 시설 보다는 강원 지역의 상황에 맞는 모델을 더 연구해서 제시한다면 정부 시책에 반영하는데 수월할 것이다. 농가나 공무원들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시설원예 분야도 교육과정을 만들었는데 신청이 없어서 진행되지 못했다. 토마토의 경우 별도로 교육을 하고 있다. 파프리카도 지역별 교육이 필요하다면 제안을 해 주길 바란다. 시설개선을 위해 농가들이 일시에 투자를 해야 하지만 형편이 어려워 안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특히 비닐온실이나 유리온실의 후치담보 문제는 농가나 업계에서 적극적으로 건의를 해 주길 바란다. 파프리카 가격은 수급문제와 관련이 있다. 이는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파프리카의 경우 자조회가 잘 조직돼 있는데 이러한 조직을 활용해 생산자들 스스로가 문제해결을 위한 고민을 해 봐야 한다. 정부도 수급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서로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남겨진 과제는
신축지원 기준단가 현실화
온실측고 높이면 재배 더 수월
담보능력 부족한 농가 고려를


▲최기영=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해야 하는 농가의 몫도 있고 생산시설 개선을 위한 지원이라는 정부의 역할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으로 더 할 얘기들이 있으면 말을 해 달라.

▲정환석=첨단온실 신축지원사업에서 비닐온실은 평당 기준단가가 25만원에 불과하다. 이 기준으로는 첨단온실의 골조만 가능하다. 현실에 맞게 기준단가를 늘려줘야 한다. 또 융자 상환기간도 비닐온실의 경우 3년 거치 7년 상환인데 너무 짧다. 기준단가와 상환기간만 늘려도 신청을 할 수 있는 농가들이 생길 것이다.

▲방문진=이 부분은 홍보가 덜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단가를 적용해 25만원이 넘어도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준단가 25만원은 참고일 뿐인데 시군에서는 이 기준이 넘으면 안된다고 오해하는 것 같다. 융자기간의 연장도 현재 예산부처와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농가들이 요구하는 것을 한 번에 해결을 못하지만 하나씩 개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신동창=강원도 지역의 시설원예 온실의 측고는 3미터가 대부분으로 작물의 재배공간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 보니 ICT융복합을 접목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측고를 인상하면 온실 내 온도가 4~5도 떨어져 하절기 작물재배에 훨씬 유리하다. 하절기 온도를 떨어뜨리면 냉방에 필요한 에너지도 절감할 수 있고 온실 내부 환경이 안정화돼 생산성도 크게 오른다. 온실의 측고만 인상해도 이렇게 이점이 생긴다. 또 온실측고를 인상할 때 구조안전에 의문을 갖고 있는데 측고 인상 전에 기존 온실 보다 안전하게 구조를 개선해 공사를 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정부의 우수과제로 선정됐다. 아울러 측고인상이 첨단온실 신축지원사업의 포함돼 농가에게 융자로 지원되는데 농가들의 담보능력이 없어 접근이 힘들다. 시설현대화사업이나 품질개선사업에도 반영이 돼 농가들이 안정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시설원예업계도 발전할 수 있도록 해 달라.

▲방문진=강원지역의 시설원예 농가들과 업계를 이해하는 좋은 자리였다. 시설원예농업이 과거 일정 시점에서 투자가 끊겨 농가들 스스로가 자생해 온 것도 사실이다. 이후 지원을 해 오고 있지만 농가 입장에서는 많이 미흡할 것이다. 현재 시설원예산업이 농업의 대표산업으로 관심이 크다. 정부에서도 끊임 없이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해 나가도록 하겠다.

▲최기영=오늘 좌담회는 지역을 대표하는 농가들과 정부, 학계, 업계가 참여해 서로 공감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앞으로 농민과 업계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돼 시설원예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 지자체, 학계에서도 함께 노력하겠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참/석/자
최기영 강원대학교 교수<좌장>
방문진 농림축산식품부 원예경영과 사무관
허성재 강원도청 유통원예과장
정환석 강원수출파프리카생산자연합회장
이시민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부장
신동창 화신농건 대표
이상현 강원수출파프리카생산자연합회 사무국장
김병균 강원수출파프리카생산자연합회 강릉농단 대표
지용하 강원수출파프리카생산자연합회 평창농단 대표
권오성 강원수출파프리카생산자연합회 횡성농단 총무
박재순 강원수출파프리카생산자연합회 양구농단 대표
박용희 강원수출파프리카생산자연합회 인제농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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