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기 위한 숲…마을공동체 문화 회복 ‘큰 몫’

전통마을숲의 가치를 찾자
①왜 전통마을숲을 봐야 하나?
②전통마을숲을 직접 거닐다
③함께 만들어가는 전통마을숲

삶에 여유가 생기면서 많은 사람들이 숲을 찾고 있다. 휴식이 주어지면, 금세 숲을 향해 떠나려는 게 요즘의 모습이다. 그만큼 숲은 우리 삶에서 중요한 휴식처가 되고 있다. 이처럼 숲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숲을 보는 눈도 달라지고 있다. 나무가 우거진 숲이 아닌 ‘가치’있는 숲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전통마을숲이 숲문화의 새로운 화두로 던져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전통마을숲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게 현실. 이에 본보는 3회에 걸쳐, 마을의 역사적·문화적·전통적인 보전·관리의 가치를 지닌 전통마을숲을 알아보고, 이를 통해 오늘날 숲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겨보고자 한다.

▲전통마을숲, 왜 사라졌나?=전통마을숲이란 마을의 지형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주민들이 마을에 조성해온 숲이다. 이런 전통마을숲은 ‘보기 위한 숲’이 아니라 ‘함께 살기 위한 숲’이었다. 전통마을숲은 회의를 하고, 모임을 하고, 휴식을 취하던 곳, 그러면서 땔감을 얻고, 바람을 막고, 기운을 얻는 곳이었다. 전통마을숲은 삶을 위한 또다른 공간이었던 셈이다. 그만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전통마을숲에는 우리 조상의 삶과 문화, 정신이 깃들어 있다는 점에서 중요문화유산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가치에도 불구하고, 전통마을숲은 도시화·산업화 과정에서 빠르게 훼손돼가기 시작했다. 일부는 아예 사라지기도 했다. 이를 두고 김학범 한경대 교수는 “문화재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전통마을숲은 그 가치가 올바르게 인식되지 못하고 있으며, 현대문명의 발달과 함께 이뤄지고 있는 도시화 또는 산업화에 따라 그 원형이 파괴되고 있을 뿐 아니라, 숲 자체가 계속 없어져 가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또 농산촌 지역주민의 고령화로 농산촌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면서 전통마을숲이 자연스럽게 없어지고 있다.

‘생명의 숲’이 펴낸 백서에서 “전통마을숲은 문화자원으로서 가치가 높지만,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없어져갔다”며 “택지개발, 도로개설 등으로 자취가 사라졌고, 심지어 홍수 등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곳도 제대로 복원되지 못해 점차 쇠퇴해 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003년부터 전통마을숲 복원=전통마을숲이 복원되기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다. 점차 ‘숲’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토착신앙, 전설·구전 등 농산촌의 역사가 담겨 있는 전통마을숲을 산림문화자산으로 육성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

전통마을숲을 복원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2003년~2007년까지 산림청의 전통마을숲 복원사업을 수행해온 ‘생명의 숲’에 따르면, 무엇보다 역사적·문화적·경관적으로 가치가 높은 전통마을숲을 발굴해 후대에 문화유산으로 남긴다는 생각이 우선이었다. 또, 전통마을숲의 환경적·생태적 기능과 마을공동체 문화를 회복하는 등 전통마을숲의 기능을 되살림은 물론, 마을숲이 갖는 역사적·문화적·경관적 가치의 우수성을 널리 알린다는 취지도 있었다. 특히 전통마을숲을 체험공간 및 놀이공간으로 활용하면서 도농간 교류를 활성화한다는 의미도 한몫했다.

산림청은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총 67개소의 전통마을숲을 복원했다. 전체 1346개소 중 5%다. 향후 2017년까지 총 110개소까지 복원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산림청의 송갑수 도시숲경관과 사무관은 “훼손되고 소멸되고 있는 전통마을숲을 복원해 본래의 기능을 회복, 산림문화를 계승하고, 지역주민에게 산림공간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통마을숲의 유형들=장미아 ‘생명의숲’ 전문위원은 “마을숲은 겨울철 북서풍의 찬바람과 여름철 태풍의 강한 바람을 막기 위해서, 또 일시에 불어난 물이 마을을 덮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읍성주변에 적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서, 풍수적 의미에서 마을에 해가 되는 산이나 바위, 강 등의 자연물을 가리기 위해서, 동제 등의 중요한 의식을 치르기 위해서 각각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장 전문위원의 말처럼 전통마을숲은 여러 유형으로 나뉘어진다. 우선 배산임수의 마을을 중심으로 마을의 좌·우와 앞에 숲을 조성하는 ‘수구막이형’. 계절풍의 영향을 줄이기 위한 전통마을숲이지만, 이 수구막이형은 풍수지리적 성격이 강하다. 택리지에서는 “수구를 닫아주지 못하면 당년의 부귀는 쓸데없는 것이나, 수구를 잘 잠그어 준 것이라면, 여러 세대를 두고 호걸과 영웅이 난다”고 수구막이형을 설명하고 있다.

또 허한 마을 뒷산을 보완하는 형태인 ‘뒷산형’의 경우 상수리나무 등 구황수목을 식재하거나 땔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통마을숲이다. 더불어, ‘비보엽승형’이 있는데, 이는 마을에 나쁜 기운을 누르거나 막는 역할을 하는 전통마을숲으로 돌거북, 돌탑 등 마을 주변에 바위를 비롯해 돌산과 같이 뾰족하거나 굽어치는 산이 있는 곳에 조성됐다. 또한 마을 주민이 수해로부터 피난할 수 있는 장소로 활용하기 위해 보전하고 가꾼 ‘뫼형’의 전통마을숲도 있다. 이 4개의 유형 외에 보호수, 사찰림, 문중묘지림 등도 마을숲의 유형으로 분류된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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