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질 쌀 생산·유통을 위해선 RPC(미곡종합처리장)수확 후 관리 시스템 혁신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품종으로 쌀을 생산하더라도 수확 후 제대로 가공 처리되지 못하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농림부도 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오는 2010년까지 5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건조·저장·저온·가공시설 등을 확충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이런 계획에 따라 수립된 예산은 제대로 투자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도 사업 첫해인 올해부터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어 문제다. 정부의 RPC 새로운 투자추진과 때를 같이해 국내 실정에 부적합한 일본산 정미기와 건조기가 무분별하게 설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쌀 시장개방에 대비해 우리보다 고품질 쌀 생산·유통분야를 미리 준비한데다 또한 RPC 건조·저장·가공시설이 앞선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국내 실정에 검증되지 않은 일본산 정미기와 건조기 등을 무분별하게 들여와 사용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 우리의 제품보다 2∼3배 비싼 일본산 정미기와 건조기가 이미 국내 RPC 시장에 뛰어들어 판매되고 있어 더더욱 그렇다. RPC의 기계 설비 및 설치가 수요자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일본과 우리와의 고품질 쌀 생산 유통방식과 소비자의 선호도는 차이가 크다. 농협중앙회가 한국식품연구원에 의뢰한 RPC 수확 후 품질 개선에 관한 연구 결과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지적했다. RPC 설비 전문가들이 우리같은 벼 저장에서는 현미에 맞춰 설계된 일본산이 부적합하다고 밝힌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는 이 부분과 관련, 관여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변명하지만 말고 적극 나서 시장조사를 통해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가의 예산은 낭비되고 고품질 쌀 생산 유통 정책은 겉돌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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