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 현재 51곳…지난해 9월보다 5배로 껑충
중앙정부 차원 규제개혁 드라이브 맞물리면서 탄력
효과 제대로 보려면 홍보 강화·농가 판로 확보해야


정부의 6차산업화 및 규제 개혁 방침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식품 가공 분야의 활성화를 위한 특례 제정 움직임이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소규모 농가들이 자가 생산 농산물을 가공하는 데에 현실에 맞지 않는 시설 기준 등의 규제들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책 취지인 농산물 부가가치 향상과 농가 소득 제고 등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으론 이 같은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면서 해당 조례·규칙의 홍보와 활용 부분 등의 과제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요구되고 있다.

▲지자체 51곳, 특례 규정 제정=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소규모 농가 등의 식품 가공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식품위생법 시설기준을 완화하는 특례 조례·규칙을 제정한 지자체는 5월 15일 현재 총 51곳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약 10곳에 불과한 것에 비해 수치상으로 약 5배나 늘었다. 지자체별로 경기 5곳·강원 7곳·충북 4곳·충남 3곳·전북 10곳·전남 9곳·경북 5곳·경남 6곳·제주 1곳·부산 1곳 등이다. 제정 추진 중인 지자체를 감안하면 그 숫자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변화에는 중앙정부의 역할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9월 농식품부는 지자체의 제정 움직임을 독려하기 위한 차원의 관련 조례·규칙(안)을 만들며 대대적인 교육·홍보를 펼쳤다. 당시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이 시설기준 완화 등을 위한 조례·규칙이 조속히 제정될 수 있도록 관심과 협조를 요청하는 내용의 서한을 228개 기초지방자치단체장에게 발송하는 한편 전국 4개 권역별 지자체 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도 개최된 바 있다. 이런 흐름에 정부 차원의 규제 개혁 드라이브가 맞물리며 추진 속도가 탄력을 받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 관계자는 “농식품부의 정책 추진 의지와 더불어 행정자치부의 규제 개혁 방침이 맞물리면서 식품위생법의 시설기준을 완화하는 조례나 규칙을 제정하는 지자체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소규모 농가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들어 긍정적 차원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1999년 12월부터 자가 생산한 농산물을 제조·가공할 경우 특례 조항을 둬 시설기준을 지자체가 조례 등을 통해 정할 수 있도록 해 왔지만, 지자체의 전문성 및 관심 부족 등의 이유로 조례·규칙 움직임이 미흡한 실정이었다. 이에 따라 최근 지자체의 변화 움직임은 여러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기 지역의 한 과수 농가는 “수입산 과일이 갈수록 늘고 있는 시점에서 농가들이 생산만으로는 예전만큼의 소득을 올리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농가들이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공·판매 등의 과정을 거쳐 부가가치를 창출해 농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식품 가공 활성화를 위한 지자체의 제도적 노력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며, 이를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론 확산 여부, 장기적으론 판로 확보 등이 관건=이처럼 소규모 식품 가공 활성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이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향후 과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요구되고 있다.

우선 분위기 확산 차원에서 지자체의 제정 사례를 늘리는 것이 단기적인 과제로 꼽힌다. 51곳의 지자체가 관련 조례·규칙을 제정했지만 전국적으로 볼 때 활성화까지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우선 올해까지 지자체의 분위기 조성 및 여건 마련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가이드라인 배포 이후 올해 들어 지역 특성에 맞는 조례·규칙을 제정하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으며, 현재 이런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올해까지 이런 움직임을 최대한 확산해 분위기와 여건을 조성하는 데 역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별로 전문성 부족과 인력 한계 등의 어려움이 있어 지자체의 자발적인 노력에만 기대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수사례 발굴을 통해 제정 동기를 부여하는 등의 외부 노력도 요구되고 있다.

또 제정 이후 운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도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지자체에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하기 위한 차원에서 관련 규정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농가 홍보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판로 부족 등의 이유로 일부 지자체에서 농가 참여가 크게 부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후 관계를 떠나 이 부분에 대한 보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자체의 조례·규칙 제정 확산 움직임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조례 제정에 따른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해당 조례 제정으로 인해 시설기준이 크게 완화돼 농가들의 참여가 늘 것으로 예상했지만, 개별 농가들이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조례 제정에 따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여러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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