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어촌 지키기 운동본부’ 출범

▲‘우리 농어촌 지역 지키기 운동본부’ 출범식에 참석한 농어민들이 ‘우리 농어촌 지역 선거구, 우리 손으로 지킵시다’라고 쓰인 손수건을 펼쳐보이며 농어촌 지역구를 함께 지내자는 의지를 나타냈다. 

농어촌 지역구 축소. 농어촌 지역을 대변할 수 있는 ‘통로’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정확하게는, 농어촌의 목소리가 정책으로, 또 예산으로 반영되는 길이 좁아진다는 얘기다. 그만큼 농어촌 지역구의 유무는 우리 농어업과 농어촌, 농어민의 미래와 상관관계가 깊다. 농어촌 지역구 감소를 초래할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맞서, 범농업계가 ‘우리 농어촌 지역 지키기 운동본부’에 참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농업계가 농어촌의 대표성을 감안한 선거구 조정을 이루기 위해 26개의 농수축산단체를 비롯해 농업경영인조합장협의회 소속 261개 지역농축협, 전국농어촌지역군수협의회 소속 67개군 등이 ‘우리 농어촌 지역 지키기 운동본부’에 이름을 올렸고, 이들은 5월 20일 오후 2시, 그 시작을 알렸다.


#농어촌 선거구, 우리 손으로

26개 농수산단체·261개 지역 농축협·67개 군 등 참여
상임대표에 김진필, 공동대표에 이홍기 등 5명 임명


‘우리 농어촌 지역 지키기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가 첫 발을 뗀 지난 20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은 이른 시간부터 농어업인들로 북적였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400여명의 농어업인들은 ‘농어촌 지역구 축소에 대응하고, 400만 농어업인의 권익을 지켜낸다’는 굳은 신념과 함께 처음 문을 연 운동본부를 향해 격려를 보냈다.

운동본부 상임대표인 김진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5개 상임이사국이 무소불위의 거부권을 행사하는 UN마저도 총회에서는 인구가 적거나 국력이 약하다고 절대 소외시키지 않고, 한 나라가 한 표씩 행사하도록 보장하고 있다는데 우리 농어촌 국회의원 지역구 문제도 마찬가지”라며 “우리 모두의 희망과 의지, 힘과 지혜를 모아 농어촌 지역 국회의원 선거구를 반드시 지켜내자”고 말했다. 운동본부는 김진필 상임대표와 함께, 운동본부를 이끌어갈 공동대표로 이홍기 전국농어촌지역군수협의회장, 이형권 농업경영인조합장협의회장, 이병규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 이윤수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 등 5명을 임명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이철우 새누리당(경북 김천) 의원 등도 참석해 운동본부가 출범하게 된 배경에 대해 공감대를 나타냈다.

김춘진 위원장은 “농어촌 지역의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당시 18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학생수에 비례해 교육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얘기를 상임위 눈치도 보지 않고 얘기를 했는데, 결국, 농어촌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들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라며 “농어촌의 특수성을 국회에서 이해시키고, 또 대변하려면 농어촌 지역구를 살려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운동본부는 출범선언문에서 “농어업·농어촌의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일방적으로 축소시키는 국회의원 지역구 축소를 반대하며 국가 기간산업인 농어업의 위상과 농어촌의 지역대표성을 온전하게 반영할 수 있게끔 선거구 획정 및 선거제도를 개편해줄 것을 요구한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내 설치될 선거구획정위원회에 농어업·농어촌의 지역대표성을 반영할 수 있는 복수의 위원이 위촉될 수 있도록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선관위가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또 이들은 “소외받고, 홀대받아 온 농어업·농어촌을 대변할 수 있는 도덕성과 능력을 갖춘 대표자가 지역구 및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반드시 진출할 수 있도록 여·야 정당이 성실하게 검토해달라”며 “농어촌 지역 읍·면 사무소 및 각급 학교의 무분별한 통·폐합에 반대하며, 농어촌 주민의 삶의 질을 유지·발전시키는데 필요한 행정·복지 등의 서비스가 원활히 제공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성의를 다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출범식은 ‘우리 농어촌 지역 선거구, 우리 손으로 지킵시다’라고 적힌 손수건을 펼치는 출범 퍼포먼스를 마지막으로 성료됐다.


#앞으로 활동방향은

농어촌 지역 대표성·면적 반영한 ‘선거구 조정’ 목표
매달 토론회 개최, 농어업계 입장표명·여론 조성 계획 


운동본부는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과 면적이 반영된 선거구 조정’을 목표로 제시했다. 일단 현행 선거구가 원안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면서, 인구수 뿐만 아니라 면적도 함께 고려해 선거구를 획정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선거구 관할 면적이 선거구 평균면적의 2배를 초과하면 인구수 편차와 관계없이 선거구를 보호하도록 하는 방침도 더했다.

운동본부는 앞으로 농어촌 지역구와 관련된 토론회를 월 1회씩 개최할 예정이다.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과 특수성 등을 고려한 선거구 조정의 필요성을 논의하는 것은 물론, 농어촌 지역구가 축소됐을 경우의 문제점에 대해 여론을 조성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한다는 생각이다.

더불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보고 및 각 당의 입장발표에 맞춰 농어업계 입장을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농어민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한 대규모 집회도 계획 중이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을 국회의 ‘농어촌 지방 주권 지키기 의원모임’과 함께 제기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국회의원지역구는 시·도의 관할구역안에서 인구·행정구역·지세·교통 기타 조건을 고려해 이를 획정하되, 자치구·시·군의 일부를 분할해 다른 국회의원지역구에 속하게 하지 못한다’는 공직선거법 제25조1항에 근거해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한 선거구 획정은 지역대표성을 훼손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6월 1일 낸다는 것.

그 외에도 전국 농어촌 지역을 기반으로 한 농·축협, 면사무소 등에 서명서를 비치해 전국 대상 500만 서명운동을 전개할 뿐 아니라, 선전문을 제작하고, 현수막도 거는 등 농어촌 지역민들도 함께 농어촌 지역구 축소의 심각성을 공감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출범식이 끝나고 난 오후 3시, 운동본부는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가운데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한 문제점과 함께 향후 농어촌 지역구 조정방향 등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가졌다. 

‘인구수 기준 선거구 개편, 무엇이 문제인가?’ 정책토론회
“농어촌 지역구 통폐합, 농어촌 쇠퇴로 이어질 것”

선거구, 국가 균형발전 요소
헌재 결정대로 조정 시
모든 국민 평등 실현 ‘의문’
인구보다 면적 반영 바람직


‘우리 농어촌 지역 지키기 운동본부’ 출범식을 마친 운동본부는 곧바로 오후 3시에 ‘인구수 기준 선거구 개편,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에서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한 문제점과 함께 향후 농어촌 지역구 조정방향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도농간 불균형 심화 우려=농어촌 지역구의 통·폐합은 농어촌 경제의 쇠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선거구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 때문이다.

박노욱 봉화군수는 “국회의원이 많은 수도권과 광역시는 대규모사업들이 많고, 실제 여러 명의 국회의원이 있는 지역구는 서로 합세해 지역구 예산을 챙기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농어촌은 지방재정이 열악해 다리 하나를 놓는데도 국가의 지원이 없으면 힘든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앙과 지방을 연결하는 유일한 고리가 국회의원”이라고 강조하면서 “인구수가 적다는 이유로 추진 중인 사업들이 지연되거나 사장까지 시키는 상황에서 선거구를 줄인다면 국회의원의 역할도 축소돼 농어촌은 더더욱 황폐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이유에서 농어촌을 지키려면 농어촌 지역구부터 유지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형권 농업경영인조합장협의회장은 “예산 등 농어촌을 위해 목소리를 낼 국회의원 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는 농어업·농어촌의 대표자가 없어진다는 것이고, 최종적으로 농어업·농어촌의 환경이 피폐해져 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또 윤주이 본보 대표이사 사장은 “농어촌의 가치를 알리고, 이 가치가 실현될 수 있기 위해서는 농어촌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선거구 조정으로 그 가능성마저 없어진다는 것은 걱정스럽다”며 “지역간 불균형 등 농어촌을 지켜야 한다는 확실한 논거로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히려 헌법의 평등가치 ‘위헌’=‘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헌법 제11조1항), ‘국회는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한다’(헌법 제41조1항). 헌재가 현행 선거구 획정제도가 헌법에 불합치하다는 판결을 내린 근거가 담긴 조항이다. 이처럼 ‘투표가치의 평등’을 우선시 한 헌재의 판결이 또다른 불평등을 낳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정환 GS&J인스티튜트 이사장은 “헌재의 결정대로 선거구를 조정할 경우 모든 국민의 ‘평등’이 과연 실현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 이사장은 “현실적으로 국회의원의 수에 비례해서 그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 이익의 크기가 결정되는 게 현실이고, 그렇기 때문에 국회의원 수에 따라 지역간 불균형이 생길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헌법적 평등가치에 맞지 않는다”며 “인구수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헌법적 평등가치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를 어떻게 설득력있게 만들 것인가, 헌재의 논거를 법리로 어떻게 논박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좀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황영철 새누리당(강원 홍천·횡성)의원은 투표가치의 평등이 주민들의 선거권을 침해하는 행위인 만큼 이 또한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황 의원은 “투표가치의 산술적 평등에 보다 접근시키기 위해 어느 행정구역의 일부 주민을 다른 행정구역에 편입해 하나의 선거구를 만들면 의원의 주민대표성이 약화된다”며 “이것은 자기 구역에서 분리돼 타구역에 편입당한 주민들의 선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투표가치의 산술적 평등을 지역대표성에 우선해 결정하는 선거구의 획정이 오히려 위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면적도 선거구획정 기준 고려=농어촌의 특성상 인구보다는 면적을 반영해 선거구를 획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면적 대비 의석수를 보면 현재 수도권과 광역시의 면적은 전체 국토의 16%에 불과한데, 국회의원은 전체 66.3%(163석)로 높은 비중이다. 한 예로,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의 면적은 3747.09㎢로 국회의원은 1명인데, 서울특별시 동대문구는 14.2㎢의 면적에 국회의원이 2명이다. 국회의원 1인당 관할면적의 격차가 535배에 이르는 만큼 면적도 반드시 선거구를 조정하는 핵심 기준이 돼야 한다는 것. ‘국회의원지역구는 시·도의 관할구역안에서 인구·행정구역·지세·교통 기타 조건을 고려해 이를 획정하되, 자치구·시·군의 일부를 분할해 다른 국회의원지역구에 속하게 하지 못한다’는 공직선거법 제25조1항에도 선거구를 획정할 때 인구수외에 다른 요소들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김호 단국대 교수는 “물리적으로 생각해봐도, 도시 지역은 국회의원이 밖에 나가면 유권자를 얼마든지 만날 수 있지만, 농어촌 지역에서는 유권자를 만나려면 많은 시간을 소요해 먼 거리를 다녀야 한다”며 “인구와 함께 면적도 고려한 선거구 획정이 맞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인구만을 기준으로 한 선거구 획정을 비판, “한 집안에 10명이 살든, 100명이 살든 필요한 살림살이는 다 똑같이 필요한데, 농어촌에 10명이 사니까 이 사람들을 대변하는 사람은 없애고, 100명이 사는 곳에는 1명을 더 주겠다고 하는게 말이 되는가”라고 지적했다.

박노욱 군수도 “봉화가 포함된 지역구,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중 봉화에서 영덕을 가려면 3시간이 걸린다”며 “인구수의 기존을 제시할 경우 면적에 대한 기준도 최대 5배나 10배 이상을 초과할 수 없다는 기준도 함께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참/석/자

박노욱 봉화군수
이형권 농업경영인조합장협의회장
윤주이 한국농어민신문 대표이사 사장
이정환 GS&J인스티튜트 이사장(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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