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0여개 시군 체육시설 판명…“농지법 위반” 원상회복 통보

최근 지자체들이 체육시설부지로 전환하지 않고 농어촌형 승마장을 하려고 마장이 지어진 농지에 대해 농지법 위반이라면서 철거를 요구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농식품부가 만든 ‘말산업 육성법’만 믿고 농어촌형 승마장 사업을 추진했다가 낭패를 본 경우라는 것이다.

청주시 오창읍 석우리에서 주몽승마장을 운영하고 있는 최기영 전국말축산농민협회 회장은 최근 청주시로부터 ‘농지에서 승마연습장 영업행위를 하는 것은 농지법 위반사항’이라면서 야외 마장을 농지로 원상회복 할 것을 통보 받았다. 전국말축산농민협회에 따르면 승마시설 철거 명령서는 충북 청주·충주, 경북 경산·영주, 그리고 경기 고양·이천, 인천 강화 등 전국 50여 곳 이상에 날아든 것으로 추정된다. 

이유는 말산업 육성법 상 농어촌형 승마장을 하기 위해서 농지를 체육부지로 전환할 필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농지법 위반이라며 이를 체육부지로 전환하라는 행정의 요구 때문이다. 2011년 만들어진 말산업 육성법은 FTA로 인한 시장개방화에 따른 농업피해를 상쇄하고자 내놓은 대책 중 하나.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야 하는 특별법으로 당시 농식품부는 향후 10년간 5000억원의 자금을 풀어 말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말산업 육성법의 주요 사업 중 하나는 농어촌형 승마장 사업. 농가가 ‘말을 키우는 것만으로는 소득을 올릴 수 없으니’ 승용말 임대업이나 말 트래킹, 승마체험 등의 말 이용업을 할 수 있도록 해 준 것. 

말산업 육성법에 따르면 △말 이용업에 대한 정의를 ‘체육시설의 설치ㆍ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승마장이 아닌 장소에서 승용말 임대, 말 트레킹, 승마체험 등 말을 이용한 용역을 제공하는 사업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농어촌형 승마시설에 대해서는 ‘농어업ㆍ농어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따른 농어촌 지역에서 말의 위탁관리, 승용말의 생산·육성 등의 사업과 말 이용업을 겸영하는 시설이라고 돼 있다.

특히 말산업 육성법 상 승마시설에 대해서는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의 적용에서 배제되도록 돼 있기 때문에 농지를 체육부지로 전용하지 않아도 해당 영업이 가능하다. 문제는 말산업 육성법 조항과는 달리 승마체험 등 말을 이용한 용역을 할 수 있도록 지어진 마장을 정부와 지자체가 체육시설이라고 보고 있다는 점. 

이에 대해 원주에서 농어촌형 승마장을 하려다 이 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는 한 농민은 “알려진 것과는 달리 농어촌형 승마장이 체육시설이 아니고, 말산업 육성법에도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의 적용에서 배제돼 말 임대·트래킹·체험승마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면서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꾸 농어촌형 승마장이 체육시설이라고 우기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양평에서 같은 경우를 겪고 있는 한 관계자는 “정부의 법을 믿고 사업을 추진해 3억원을 들여 건물을 지었는데, 이제는 범법자가 됐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정부의 말만 믿고 사업을 추진한 죄 밖에 없기 때문에 오히려 정부가 이를 보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농식품부 내에서도 말육성 관장 부서에서는 ‘허용’을, 농지업무 과장 부서에서는 ‘전용’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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