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계 “농촌 지역특성 외면, 예산 절감효과 의문” 반발

독거노인 등 취약농가를 지원하는 ‘가사도우미 사업’과, 농촌지역에 우수한 보육교사 유인을 위한 ‘보육교사특별근무수당’이 보건복지부의 유사사업과 통·폐합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사실상 농촌복지 사업의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최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복지재정 효율화 추진방안’이 확정됨에 따라, 정부는 중앙부처의 360개 복지사업 중 그 목적과 지원내용, 지원대상이 중복되거나 유사한 48개 사업을 대상으로 통·폐합 및 운영방식 개편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복지 사업 중에선 ‘가사도우미 사업’과 ‘보육교사특별근무수당’이 보건복지부의 ‘단기가사지원 사업’ 및 ‘교사근무환경개선비’와 통·폐합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미 총리실 주재로 1차 관계부처 회의를 마쳤고, 내년도 예산안 편성 전까지 통·폐합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농촌복지 특성을 감안해 보건복지부 사업과의 통·폐합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가사도우미 사업’과 ‘보육교사특별근무수당’이 보건복지부 사업으로 통·폐합될 경우 지원부서 일원화로 행정 효율성 제고를 기대할 수 있지만, 예산절감 및 서비스 전달의 효율성 측면에선 개선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가사도우미 사업’이 ‘단기가사지원 사업’으로 통·폐합될 경우 추가비용은 물론 사업 추진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읍면 단위 농협과 연계함으로써 농촌노인이 활용하기 쉬운 장점을 지닌 ‘가사도우미 사업’과 달리, 복지부의 ‘단기가사지원’은 주로 도시지역 자활센터 등을 통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지원하기 때문에 농촌의 노인·장애인·조손가구 등은 수혜를 받기 어렵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보육교사특별근무수당’ 역시 농촌 특성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복지부에서 통합 운영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농촌에 대한 배려 부족, 보육교사의 농촌근무 기피 경향 등으로 인해 사업 축소 및 보육서비스 질의 저하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미 2011년 유사사업 조정을 통해 농식품부로 이전됐고, 복지부와 협업을 통해 잘 운영되고 있는 ‘보육교사특별근무수당’을 또 다시 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통폐합이 복지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데 목적이 있지만, 특별근무수당은 통폐합을 해도 예산 절감효과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농업계도 즉각 반발하고 있다. 전국 7만여 여성농업인을 대표하는 (사)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는 지난 21일 성명서를 내고 “농촌은 도시보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 비율이 높아 복지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가사도우미와 농촌보육교사 특별근무수당지급 사업은 보육 및 노동부담 경감 등 여성농업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확대해야 한다”며 “정부는 5000만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여성농업인들이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고, 삶의 질을 훼손하지 않도록 부처별 사업 특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업인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해 농촌특성을 잘 이해하는 농식품부가 복지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를 설득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