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권한 강화, 시대 흐름 역행
비상임 명예직 이라도 영향 막강


수협중앙회장은 비상근 명예직이다. 임기는 4년, 연임은 할 수 없다.

회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총회 및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을 비롯해 회원과 그 조합원의 권익 증진을 위한 사업, 의료지원사업, 다른 경제단체·사회단체·문화단체와의 교류 협력, 국제민간어업협력사업 등으로 제한된다.

수협중앙회의 지도·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은 사업전담대표이사가, 회원에 대한 감사는 조합감사위원장이 각각 수행한다. 지도경제대표와 감사위원, 비상임이사 등에 대한 선출도 인사추천위원회를 통해 뽑는다. 2010년 수협법 개정을 통해 업무집행과 인사권 등 실질 권한에서 수협중앙회장의 역할을 배제한 것이다.

법 개정에는 이유가 있다. 회장에게 권력이 집중되면서 부작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중앙회장은 각종 청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결국 역대 회장들은 법적 구속되는 등 불명예 퇴진했다. 실제 1990년 수협중앙회장 선거방식이 직선제로 바뀐 이후 뽑힌 7명의 회장 중 6명이 금품제공과 공금횡령, 경영부실에 따른 책임 등으로 물러났다.

그런데 김임권 회장이 비상임 명예직으로 규정된 수협법 개정에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동안 “어업인들은 기대감을 갖고 나를 뽑아줬지만 현 (수협의) 여건과 환경은 일할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수협에 대해 정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 비상임 명예직으로 규정한 수협법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행동하는 회장’, ‘일하는 회장’이 되겠다고 선언한 김 회장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비상임 명예직으로 전환됐음에도 회장들의 권한이 여전히 막강하다는 비판이 도처에서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지난 2013년 5월 전격 사퇴한 농협금융지주의 신동규 전 회장은 ‘농협중앙회장의 지나친 경영 간섭’에 불만을 토로하며 “농협금융지주의 지분을 100% 가진 중앙회의 통제시스템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회장을 견제해야 하는 이사회와 총회도 사실상 거수기 역할에 불과, 비상임 명예직인 회장의 책임은 없고 권한만 더욱 강화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수협도 마찬가지다. 과거처럼 인사나 내부 사업에 대한 결재권은 없지만 이사회와 총회 의장을 맡으면서 실질적인 권한은 회장에게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수협 내 이사회 사무국을 통해 내부 정보 등이 회장에게 직접 보고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책임은 없지만 권한은 여전히 막강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에 이어 지난해 새마을금고, 신협의 중앙회장도 비상임 명예직화로 전환됐다. 회장의 권한을 더 강화해 중앙회를 끌고 가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에 비춰볼 때 김 회장의 의중대로 법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취임 초 김임권 회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어업인을 위한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그가 수협을 일할 수 있는 조직으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수협법 개정이 아니라 수협 조직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함께 일선수협과 어업인 등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자 하는 열린 리더십이 아닐까.

이현우 기자/전국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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