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사라지는 농촌마을/충남 금산 과소화마을을 가다

▲금산군 복수면 목소리 바탕골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이길섭 씨가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는 빈집을 가리키며 주민감소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압수마을 "37명이던 주민 수, 2년새 21명으로 급감"

거동 불편한 고령 농민,
자녀 따라 떠나거나 
홀로 있다 자연사

빈집 10여채 그대로 방치
일손 없어 휴경지 증가
소득도 갈수록 줄어 걱정

충남 금산군 부리면 어재2리 ‘압수마을’은 주소가 없으면 찾기 어려운 산골 오지마을이다. 교통이 불편하기는 하나 1970년대만 해도 50여 가구가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1980년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주민들이 하나둘 마을을 떠났고, 2015년 현재 11가구 21명의 주민들이 황량한 마을을 지키고 있다. 특히 2013년 충남발전연구원 조사 당시 37명이었던 마을주민이 2년 만에 16명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농촌마을의 고령화·과소화 실태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장영관(61) 이장은 “고령의 노인분들이 많이 돌아가셨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자녀들이 도시로 모셔가면서 인구가 급속하게 줄었다”며 “지금도 편찮으신 분들이 많고 대다수 주민이 60세 이상인데다, 최고령 주민이 83세다 보니 마을주민은 계속해서 줄어들 것 같다”고 밝혔다.

방치되고 있는 빈집도 10채가 넘는다. 최근 1가구가 귀농을 하긴 했지만,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장 이장은 “최근 1가구가 귀농을 하긴 했지만, 외지에 나가있는 자녀들이 빈집 판매를 꺼리고 있다”며 “향후 귀농귀촌 목적이 있거나 투자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마을주민들이 감소하면서 휴경지가 늘고 마을소득은 줄고 있다. 장 이장은 “현재 11가구가 마을에 있는데 가구당 평균인구 수가 1~2명이니까 예전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일할 사람이 없고 품팔이도 불가능해지다보니 휴경지가 늘고 소득은 감소하는데, 최근에는 어르신들이 혼자 집에 있다가 돌아가시는 불미스러운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산간 오지마을이다 보니 병원 등 기초생활서비스 이용도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다행히 하루 2번 버스가 들어온다. 장 이장은 “예전에 학생들이 있을 때 등하교를 위해 아침 6시반과 저녁 6시반 하루에 두 번 버스가 배차됐고, 지금까지 쭉 이어져오고 있다”며 “시골에서 거의 90%가 병원을 이용하기 위해 버스를 이용하는데, 하루 이용객이 1~2명에 불과해도 버스가 운행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바탕골마을 "버스 안다니고, 학교도 없고…주민 이주 부채질"


금산군 복수면 목소리 바탕골마을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산골짜기에 위치해 있다 보니 버스가 다니지 않고, 마을 진입로 역시 차 한 대가 간신히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비좁다. 불편한 교통은 마을주민들의 이주를 부채질 했다. 과거 100명이 넘었던 마을주민은 20명으로 감소했다.

그나마 지난해 한 가구(4명)가 귀촌하면서 인구가 조금 늘었지만, 아이울음소리는 그친지 오래고 인근의 용진초등학교는 한참 전에 문을 닫았다.

지난해까지 마을이장을 맡았던 이길섭(66) 씨는 “버스도 안 다니는 불편한 교통으로 인해 주민들이 마을을 떠났고, 100명이 넘던 마을주민은 1/5로 줄었다”며 “이곳은 대전과 멀지 않고 경관이 좋기 때문에 교통불편만 해소되면 귀농귀촌 유입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곳 주민들은 마을버스가 다니지 않아 자가용이나 오토바이 등을 이용해 4~8km 거리에 있는 병원과 슈퍼마켓 등을 이용하고 있는 처지다.

주민 수가 적다보니 금산군 내에서도 정책소외를 당하고 있다는 게 이길섭 씨의 주장이다. 이 씨는 “교통불편을 해소해 달라는 민원을 계속 제기했지만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도로는커녕 아직도 슬레이트지붕이 방치되고 있는데, 주민 수가 적어 역차별을 받는 기분”이라고 씁쓸해했다.

 

'20호 미만’ 3091곳…고령 독거가구 비율 높아 '소멸 초읽기'

#흔들리는 농촌마을

기초생활서비스 접근 불편
마을 소득기반도 취약
인구 유입 사실상 중단

귀농·귀촌과 연계
주거지 생활환경 정비
마을공동체 회복을


농업생산의 기반이자, 생활환경 보전과 전통문화 계승 등 다양한 사회적 기능을 담당해온 농촌마을이 사라지고 있다. 고령화·과소화로 인해 ‘소멸’될 처지에 놓인 마을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 누구하나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기준 ‘20호 미만’의 과소화마을은 총 3091개로, 전체 농어촌마을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5년 기준 2048(5.7%)개 대비 무려 1000개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인구유입이 이뤄지지 않는데다, 고령화 문제가 누적되면서 ‘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마을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과소화마을 대부분은 산간지방에 위치해 교통이 불편하고, 병원과 학교는 물론 은행·이미용실·목욕탕 등 기초적인 생활서비스 시설 접근이 어려워 인구유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인구가 없으니, 작목반·농업법인 등 생산자조직 구성이 어렵고 마을 소득기반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정부의 마을만들기 등 정책사업에서도 철저하게 배제되며 역차별을 받고 있어 ‘인구감소’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최근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맞물려 귀농귀촌 인구가 증가하면서 전체적인 농어촌인구 감소세는 둔화되는 추세지만, 문제는 이같은 귀농귀촌 인구의 증가가 과소화마을의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과소화마을은 대도시 주변을 제외한 농어촌지역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2005년에는 과소화마을이 한 개 이상 분포하는 읍면이 전체 읍면 중 약 47%인 661개였는데, 2010년에는 전체의 63%인 884개 읍면으로 집계됐다.

농촌경제연구원 성주인 박사는 “올해 통계청에서 농림어업총조사를 실시하면 내년에는 2015년 기준의 과소화마을 실태를 파악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귀농귀촌이 증가하면서 농촌지역의 총량인구는 다소 늘거나 감소세가 완화될 수는 있지만, 과소화마을 문제는 지속되거나 심화됐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특히 과소화 마을일수록 고령독거 가구 비율이 높아 마을의 존속 여부 자체가 문제되는 상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2년에 경기, 충북, 전북, 경북의 4개 시·군(12개 읍·면) 행정리를 조사한 결과, 20호 미만의 가구가 거주하는 마을 가운데 고령 독거가구 비율이 30%를 초과하는 경우가 절반을 차지했다. 농어촌의 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과소화마을은 앞으로도 더욱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다.

따라서 과소화마을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인구유입이라는 측면에서 귀농귀촌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가 요구된다. 당장의 인구유치가 아닌 농촌마을을 지키는 수단이자, 국토의 효율적 관리 차원의 체계적인 귀농귀촌 정책을 추진하자는 얘기다.

충남발전연구원 조영재 박사는 “과소화마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이 사실상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논의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정부와 지자체는 귀농귀촌 유치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국토의 효율적 관리 측면에서 과소화마을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귀농귀촌 증가 추이를 감안, 농어촌 마을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는 새로운 사업수단을 도입하자는 것.

성주인 박사도 “과소화마을에서 기존 주거지의 생활환경은 퇴락한 채 방치되는 반면 산간계곡부를 중심으로 이주 도시민의 주택개발은 분산적으로 진행될 경우 기존 주민들과의 갈등 야기는 물론 농어촌 지역개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마을의 생활환경 정비와 신규 주택지 조성을 병행하는 새로운 사업의 추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을 과소화·공동화 및 도시민의 정주 수요 증가 등 향후 예상되는 복합적인 변화에 대응하는 농어촌마을의 리모델링 방안을 모색하고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성 박사는 “귀농귀촌을 농촌마을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부분에 대해선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다만 체계적인 마을 정비와 연계한 귀농귀촌을 유도하기 위해선 보다 정확한 실태조사와 함께 과소화마을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전문가 진단
귀농귀촌, 침체마을 회생 열쇠

과소화 마을 빈집·휴경논 활용
귀농인 주택·농지고민 해소를

 

농촌마을의 과소화·고령화 현상은 농업생산인력 및 후계인력의 감소, 마을의 기능 및 마을공동체의 상실 등의 다양한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으며, 이렇게 방치할 경우 머지않은 장래에 농촌마을의 상당수가 실제 소멸의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일본의 경우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50% 이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어 공동체의 기능 유지가 한계에 달한 마을’을 ‘한계(限界)마을’로 정의하고, 이와 관련된 논의가 비교적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농촌마을의 소멸에 대한 사회적 관심 및 공감대 형성 노력과 함께 농촌마을의 한계화(限界化) 진행을 억제하고 활성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재생·재편의 정책들이 발굴·추진되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과소·고령마을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낮고, 특히 중앙 및 지방정부의 정책추진에서 소외되어 있는 실정이다. “국가적으로 과소·고령화 및 소멸되는 마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들 마을을 어떠한 노력과 비용이 수반되더라도 살려낼 것인가?”, 아니면 “어차피 소멸될 마을이라면 사회적 비용 낭비를 최소화하고 자연스럽게 소멸되도록 해야 할 것인가?” 등에 대한 양성화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정책추진 대상도 대부분 경쟁방식에 의해 일정 수준 이상의 역량을 갖춘 마을에 집중되어 상대적으로 제반여건이 불리한 과소·고령마을은 소외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문제해결의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는 귀농귀촌정책에서 조차 과소·고령마을이 소외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귀농귀촌은 침체된 농촌마을을 회생시키는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으며, 실제 활성화된 농촌마을에는 반드시 우수한 귀농귀촌인 리더 등 외지출신의 인적자원이 존재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과소·고령마을의 공동체 복원에도 반드시 귀농귀촌정책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예로, 귀농귀촌인 유치의 관건이 되고 있는 귀농귀촌 인큐베이팅 시설과 귀농귀촌인이 실제 거주할 주택과 농경지 확보의 문제에 과소·고령마을의 빈집과 휴경지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또한 신규마을이 아닌 기존 과소·고령마을의 일부 또는 전면 리모델링을 통한 도시민 유치도 귀농귀촌 활성화 및 농촌공동체 복원의 새로운 정책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과소·고령마을 정책에 관해서는 더 많은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전제 돼야 하지만, 우리 모두의 고향이자 마음의 안식처인 농촌마을이 침체되고 소멸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가능한 많은 농촌마을에 다양한 구성원이 거주할 수 있는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지원하는 것이 귀농귀촌정책 추진의 원칙이 되어야 할 것이며, 이는 곧 침체된 농촌마을 활성화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조영재/충남발전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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