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원예산업 발전방안 모색 세미나

우리나라 시설원예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시설원예자재의 표준화와 품질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나타났다.

지난 9일 경북 상주청소년수련관에서는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한국시설원예협의회가 주최하고 본보가 주관한 ‘한국시설원예자재산업의 현황과 개선방향 모색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는 시설원예협의회 소속 회원사들이 참석해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한 설명을 듣는 동시에 업계가 갖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가졌다. 이날 주제발표 내용과 토론내용을 정리했다.


#주제발표/이영식 농림축산식품부 원예경영과장
"첨단온실 신축사업, 융자→보조 지원 검토"


발전소 온배수 이용 난방시설 보급 추진
저비용·고효율로 농가 경영비 절감 도모

 

최근 시설원예 분야가 다른 분야에 비해 정부 정책에서 크게 부각되고 있다. ICT융복합이나 스마트팜 등 첨단화 정책이 나올 때 시설원예 분야가 우선이 된다. 그만큼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시설원예 생산액은 5조7000억원으로 전체 농업 생산액의 13%를 차지한다. 수출도 2억1000만달러에 달한다. 이같은 신선농산물 생산액과 수출이 가능한 것은 시설원예산업이 현대화된 시설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다만 1990년대 이후에 시설원예산업에 대한 지원이 주춤하면서 지속적으로 산업이 성장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종자도 해외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시설자재의 표준화나 규격화가 이뤄지지 못한 부분도 있다. 또한 규모화된 생산단지가 부족하다 보니 안정적인 수출물량의 확보가 어렵고 수출국도 특정 국가에 편중돼 있어 지속적인 수출이 부족한 면도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농업이 당면한 농산물 수급 문제나 수출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시설원예 분야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또 기상여건이나 재배여건 등 여러 현실적인 측면을 볼 때 향후 시설원예의 중요성이 커 질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개방이 확대되고 무역장벽이 완화되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선택과 기호가 강화되는 측면에 신경을 써야 한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소품목, 간편식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소비욕구가 강하고 양적 소비에서 질적 소비로 전환되고 있는 소비환경에 시설원예 분야도 맞춰야 한다. 다만 이러한 것은 개별 농민이 하기에는 힘들다. 개별 농민들은 생산에 집중하고 영농조합법인 등 규모화·조직화된 법인들이 판매와 품질관리에 나서줘야 할 것이다. 아울러 ICT융복합과 6차산업화를 농업 분야에도 적극 지원하고 있는데 성과가 나타난다면 농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더 앞서 나갈 것으로 본다.

개방화시대에 맞서 시설원예산업은 내수와 수출을 선도하는 것이 목표다. 2020년까지 생산액은 9조원으로 늘리고 수출액도 10억달러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수출시장도 일본과 같은 특정시장에 편중하지 않고 다변화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위해 첨단온실신축사업의 예산을 현재 100% 융자에서 일부 보조를 지원하려고 계획 중이다. 과거 보조에서 융자로 전환했는데 농가의 여건상 담보문제도 있어 보조를 지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농가 경영비 절감을 위해서는 발전소의 온배수를 이용한 저비용·고효율의 난방시설 보급에 대해 해당 부처와 협의가 진행 중에 있다. 에너지 절감 기자재에 대한 수요도 반영해 예산을 확대해 에너지 절감 시설에 대한 지원도 늘릴 계획이다. 시설원예 분야도 ICT융복합을 접목하고 있어 예산도 늘어날 것이고 더불어 자재산업이 발전하고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수출확대를 위해서도 안정적인 수출물량 확보에 노력하고 수출전략품목을 집중 육성하는 한편 수출 전문재배단지도 조성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

▲ 지난 9일 경북 상주청소년수련관에서 시설원예자재산업의 발전을 위한 세미나가 개최됐다. 참석자들은 시설원예자재의 표준화와 품질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종합토론

같은 용도 제품 회사마다 다른 규격
해외 바이어들 국내 업체 불신 계기
정부, 호환 가능 제품개발 지원 시급

농민에 시설 품질 검증할 기회 줘야
내구성 높아지면 추가 비용 안 들어
가격 경쟁력 갖추면 해외 공략 충분


▲전종길 연구관=시설원예자재사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재의 품질이 우수해야 한다. 원예연구소에서 하우스용 밸브를 사용하고 있는데 겨울철에 1~2개씩 말썽이 생겨 수리를 수차례 반복했다. 이렇게 되면 시설원예자재에 대한 농가의 신뢰도가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시설원예자재의 품질 성능을 높이는 것이 1차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자재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센서를 일례로 든다면 특정 회사의 제품이 아니면 호환이 되지 않아 사용이 힘들다. 이렇게 되면 그 회사가 없어지면 부품을 대체하기가 불가능하다. 단순히 센서만이 아니라 관수자재로 마찬가지다. 공산품에서 전구 소켓은 각 회사마다 표준화가 돼 있어 어떤 전구를 사용해도 되는 것처럼 농민들이 원하는 자재를 대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많이 미흡하다.

▲여권택 회장=시설원예산업은 20여년 동안 많은 발전을 이뤄왔다. 해외에서도 국내 시설원예산업은 물론 자재산업의 성장과 발전에 놀라고 있다. 그런데 생산 및 공급업체가 난립되고 자재의 표준이 없어 해외 수출시 같은 용도의 제품도 회사마다 규격이 달라 바이어들이 의아해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모터의 경우 국내 5개 업체 정도가 있는데 이들 업체마다 규격이 모두 다르다. 부직포의 경우는 50여개의 생산업체가 과당경쟁을 펼치고 있다. 농업용 개폐기도 회사마다 축 등이 서로 달라 농가들이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과당경쟁 뿐만 아니라 자재의 기준이 달라 100개의 부품 가운데 심하게 말해 1~2개의 부품만 없어도 호환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가격경쟁만 하다 보니까 해외 바이어들이 국내 업체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다. 수출을 추진하려 해도 국내 업체와의 계약을 불안해 하기도 한다. 따라서 정부에서 시설원예자재의 표준화를 위해 호환이 가능한 부품과 제품의 개발을 위한 개발자금을 지원해 주길 바란다. 농기계는 이미 제품과 부품의 표준화가 돼 있어 안정한 공급 및 사후관리가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점을 볼 때 자재의 표준화를 통해 내수시장의 안정을 기반으로 해외시장 개척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김호연 대표=제품의 호환성은 시설원예 농업인의 입장에서는 가장 절실하게 바라는 부분이다. 다음으로 온실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구성이다. 다만 이러한 사항들은 업체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범적으로 농가에 설치된 후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여러 농가나 전문가들에게 충분히 검증을 받은 후에 보급이 돼야 농가들에게 이익이 돌아갈 것이다. 현재 첨단온실 3만6300㎡(1만1000평)을 짓고 있는데 모두 자부담으로 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에는 보조사업을 일부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현재 자부담으로 짓고 있거나 지은 농가들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유리온실은 담보가 가능한데 비닐온실은 그렇지 못하다. 유리온실과 비닐온실의 내부 시설은 동일하고 오히려 비닐온실이 에너지 효율화 측면에서는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볼 때 비닐온실도 유리온실과 같은 조건으로 지을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면 시설원예산업도 발전하고 생산농가는 수취가격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우리의 시설의 활용도와 생산성을 높여 가격경쟁력을 갖춘다면 일본의 미국 완숙토마토 시장을 충분히 공략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농업인들이 필요한 시설의 품질에 대한 품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그로 인해 시설의 내구성을 높여 추가비용이 들지 않는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생산성이 높아지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될 것이다.

▲김일섭 교수=자재산업은 그동안 시설원예산업의 발전을 견인해 왔고 현재 높은 수준에 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시설원예를 말할 때 네덜란드를 얘기한다. 이유는 고급화되고 첨단화된 시설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ICT융복합이나 스마트팜도 시설이 전제가 돼야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도 선택을 해야 한다. 네덜란드가 성공을 한 이유는 바로 선택과 집중에 있다. 우리나라의 농정 기조도 선택과 집중이 큰 틀이다. 법인 등을 통한 규모화 정책이 여기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하는 과정에서는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이제 시설원예산업도 전환점이 필요한 시기다. 이를 통해 재도약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에서 첨단온실신축사업을 실시하면서 정부 보조가 융자로 바뀌었다. 그런데 지방비를 보조하는 측면에서 볼 때 지역별 편차가 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은 정부가 추진하는 단지화나 규모화에 발을 맞추기 쉽지 않다. 따라서 국고 보조를 좀 더 늘리는 방안을 고려해 주길 바란다.

▲강창용 연구위원=시설농업이 농업의 성장동력이라는 말에 충분히 공감한다. 다만 공급자와 수요자의 입장에서 보면 시설기자재산업과 시설농업은 서로 부딪히게 돼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경향이 최근에는 많이 변했다. 농업은 기자재산업의 발전이 없이는 발전이 어렵다는 것이 바로 이러한 경향이다. 농업을 하나의 빌딩이나 건물이라고 생각한다면 시설기자재산업 없이는 빌딩이나 건물이 세워지지 않는다. 정부에서 6차산업을 많이 얘기하지만 생산이 없는 6차산업은 있을 수 없다. 생산은 농민들이 하지만 이 생산을 지원하는 것이 바로 기자재산업의 종사자들이다. 이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청중 질의 및 답변

시설원예사업 비중 구체화 필요
국가사업 참여할 기회 많아져야


▲신동창 화신농건 대표=시설원예산업이 매년 두 자리 이상의 성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농업에서 시설원예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커지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궁금하다. 이런 것이 자료화가 된다면 시설원예산업의 가치나 정체성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우만호 남경 대표=현재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가적 사업들이 많은데 이러한 사업에 시설원예협의회가 참여하는 계기가 주어져 우리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하면 국내 시설원예산업도 발전할 것으로 본다. 이런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제공되길 바란다.

▲이영식 과장(답변)=자재의 표준화나 기술향상은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정부에서 앞장서기 보다는 산업의 관계자들이 우선 나서줘야 한다. 또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도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을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정책이 100% 수요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발전과 보완을 해야 하는 것이다. 첨단온실신축사업의 100% 융자를 일부 정부 지원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외개발의 참여 기회도 해외개발 자금에 직접 신청을 하면 참여가 가능할 것이다. 개인이 하기에는 힘이 들겠지만 시설원예협의회 차원에서 정보도 교환하고 역할을 자처해서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 오늘 제기된 좋은 의견들을 최대한 정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참/석/자
강창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좌장)
여권택 한국시설원예협의회장
김일섭 강원대학교 교수
전종길 농촌진흥청 시설원예연구소 연구관
김호연 우듬지영농조합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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