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고 달라질까?”

현장의 진짜 얘기다. 산림청이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현장 사람들은 일단 사용하던 톱의 전원을 끄고 방제현장의 주위를 둘러본다. 이쪽에서 저쪽까지, 혹시 지적을 받을 만한 상황이 있을까 둘러본다. 이렇게 하길 1시간. 산림청장이 방문하고, 현장 책임자는 상황을 보고하고, 산림청장의 몇 마디를 듣는다. 또 1시간이 흘렀다. 산림청장이 돌아가고, 현장은 잠시 놀렸던 톱에 시동을 건다. 결국 이날, 방제하기로 한 목표치는 채우지 못했다. 한번 휙 둘러보고 가는 것에 불과한 ‘현장방문’, 과연 방제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산림청에서는 산림청장이 재선충병 방제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자랑스럽게 홍보를 한다. 재선충병 피해고사목을 얼마나 제거했는지,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지, 어디가 심각하고, 어디가 방제가 어려운지 등등 정작 국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내용은 뒷전이다. 그냥 ‘우리는 재선충병을 완벽히 방제하기 위해 이만큼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은 게다. 

분명 격려는 필요하다. 독려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격려와 독려만으로는 방제효과를 높일 수는 없다. 산림청은 현장의 애로사항을 정책으로 풀어줘야 한다. 발품을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발품을 통해 들고 본 사안들을 법과 제도로 다시 현장으로 내어줘야 한다. 이것이 바로 산림청의 역할이 아닐까?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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