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와 뉴질랜드 정부가 23일 서울에서 자유무역협정(FTA)에 정식 서명했다. 지난해 타결된 한·중 FTA처럼 쌀을 필두로 사과와 배, 포도, 감귤, 고추 등 다수의 농산물 품목이 양허제외 대상이 됐다. 원예작물 쪽에서는 뉴질랜드가 주산지인 ‘키위’가 현재 45%의 관세에서 6년 뒤 무관세로 전환된다는 것이 조금 부각될 뿐이었다. 중국과의 FTA처럼 역시나 정부에선 우리 농업계의 피해를 우려, 보수적 수준으로 타결했다고 밝히고 있다. 언론에서도 ‘국내 키위 농가 타격 불가피’ 정도의 소식만 전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키위의 무관세 전환이 키위 농가만의 문제에 그칠 것인가. 그렇지 않다. 키위는 국내산 키위뿐만 아니라 국내산 수박과 참외, 토마토, 포도 등 여러 품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포도를 양허제외했다고 해서 포도농가가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과일 농가들을 우습게 보는 처사이다. 과일소비동향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미흡한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칠레산 포도가 국내산 포도시장만이 아니라 타 품목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조금만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최근 무관세로 전환된 페루산 포도도 국내 겨울철 과일 시장의 메인 품목으로 등장했고 이로 인해 수입시기와 맞물려 출하되는 감귤과 단감, 딸기 등 국내산 과일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키위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더욱이 뉴질랜드산 키위는 어느 국가의 어떤 품목보다 인지도가 높고 현재도 많이 들어오고 있는 품목이다. 지금 당장 도매시장의 과일매장이나 대형마트의 과일매대에 가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사과는 양허제외 됐으니 사과시장은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감귤도 양허제외 됐으니 감귤 농가는 안심하라는 식의 수박겉핥기식 대응은 어쩌면 이들 품목을 무관세로 전환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행동일 수 있다. 이런 알량한 발표와 함께 이들 품목에 대한 대책도 뒷전으로 밀릴 테니 말이다.

김경욱 유통팀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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