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장개척만 초점…‘가시적 성과 내기’ 급급
우리 농산물 신수요 창출 뒷전…취지 퇴색 우려
관계부처 참여 ‘신식품정책협의체’ 구성도 늑장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3월 27일 ‘신(新)식품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한 지 1년을 맞았다. 지난해 쌀 관세화와 한·중 FTA에 이어 최근 할랄 시장 등의 여건 변화로 인해 식품 분야도 크고 작은 위기와 기회의 경계 속에서 성장가능성과 혼란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식품업계에선 중국과 ‘할랄’(중동 등) 시장 진출이라는 외부시장 창출에만 급급한 채 국내 식품분야 육성책을 소홀해선 정책 취지 자체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자칫 산토끼를 잡으려다 집토끼를 놓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 이슈는 집중 추진, 국내 산업 진흥책은=정부는 신식품정책을 통해 ‘바른 먹거리, 건강한 국민, 산업의 도약’이라는 비전 아래 △국민 식생활 및 영양 개선 △국산 농산물의 수요 확대 △식품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 등 7개 분야 35개 과제를 내놓았다. 그 바탕에는 기존 식품 정책 방향을 소비자 관점으로 새롭게 접근해 생산자와 식품기업, 소비자 등이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정책 발표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사안의 중요성과는 무관하게 가시적인 성과로 비춰질 수 있는 쪽으로 정책 편차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중국 시장과 올해 할랄 시장의 진출 가능성 등이 크게 부각되면서 국내 식품산업 육성·진흥책보다는 해외 시장 개척 등의 측면에 초점이 집중되고 있어 신식품정책의 본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국가 차원의 대형 사안들은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는 반면 국내 식품산업 분야의 육성·진흥책은 그 추진 속도가 더딘 실정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식품정책의 대표적인 추진 과제 중 하나인 ‘10-10 Project’이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가공식품의 수입산 원료 10%를 국내산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으로, 2022년까지 수입농산물 100만톤(10%)을 국산으로 대체해 식품·외식산업이 우리 농산물의 신수요 창출로 이어지게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해 발표 당시 식품제조업에서의 국산 원료 비율은 2013년 기준 29.7%였는데, 최근 2014년 식품산업원료사용실태조사 이후 이 수치는 31.2%로 1.5% 가량 소폭 오른 데 그쳤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CJ와 SPC 등에 이어 올해도 식품업체와 협력을 통해 국산 농산물의 사용을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이런 흐름이 앞으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획이다.

하지만 해마다 1~2%씩의 국산 농산물 사용 비율이 변화하는 측면은 크게 체감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언제라도 국산 농산물 수급 여건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농업과 식품산업의 연계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의 중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세부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산 농산물 수요 확대와 관련해 농업과 기업의 상생협력 부분은 기대했던 것보다 잘 이뤄지고 있으며 우수사례 발굴도 이뤄지고 있고, 이런 흐름이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는 중”이라며 “정책의 큰 틀에서 국산 농산물 수요 창출 방안이 잘 추진되고 있으며, 오는 10월까지 품목별 세부 추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놓치고 있는 정책 점검도 필요=당초 계획과는 달리 현재 추진되지 않고 있는 부분에 대한 점검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식생활 지원 분야에서 계절적 과잉 농산물 등 농식품을 영양 취약계층에 공급하는 농식품 지원제도 시범 도입 방안이 지난해 8월까지 마련될 예정이었으나, 최근까지 이 방안은 추진되지 않고 있다.

최근 만난 식생활 관련 단체의 한 관계자는 “식생활국민교육 2차 기본계획이 올해 만들어지며 중장기 차원의 식생활교육이 민관 협력을 통해 잘 추진되고 있지만, 아쉬운 부분은 신식품정책 내용 중 농식품 지원제도에 대한 시범도입 방안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신식품정책의 이행과 평가 등을 위해 관계부처 국장급이 참여하는 신식품정책협의체도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그 대신 식품산업진흥법에 따라 농식품부 장관 산하에 둘 수 있는 식품산업진흥심의회가 그 역할을 일부 하고 있는데, TF 성격의 신식품정책협의체와는 성격과 위상이 차이를 보인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식품산업진흥심의회에서 식품정책 추진상황 등을 점검하고 있으며, 부처별로 추진 평가할 부분을 이달 말까지 정리한 뒤 필요할 경우 신식품정책협의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신식품정책 발표 1년을 맞아 식품업계에선 정부의 식품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 내기에 급급하기보다는 내실화를 다지는 차원에서 균형 있게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업계에선 식품산업 성장 동력이 힘을 받을 수 있도록 신식품정책 추진 현황에 대한 점검과 평가, 정교한 세부 계획 마련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식품가공업체 관계자는 “국내 수요가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시장 창출은 업계의 숙원 사안이며, 이를 정부 차원에서 나서서 지원해 준다는 부분은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라며 “하지만 기본적인 국내 식품 육성·진흥책이 함께 가야 신시장 창출 성과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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