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수협중앙회장 선거방식이 직선제로 바뀐 이후 총 7명이 수협중앙회장으로 뽑혔다. 이중 6명(홍종문, 이방호, 박종식, 정상욱, 차석홍, 박종식)의 회장이 퇴임식을 갖지 못했다. 금품제공과 공금횡령, 경영부실에 따른 책임 등 제각각의 이유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모두 불명예 퇴진했기 때문이다. 임기를 채운 사람은 이종구 현 회장이 유일하다. 이 회장은 연임까지 성공해 8년의 임기를 모두 채웠다. 그런 점에서 이번 퇴임식은 매우 의미가 크다.

경쟁 후보들을 누르고 차기 수협중앙회장으로 당선된 김임권 당선자의 취임식도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공약으로 어민을 대변하는 강한 수협을 만들고 어민을 섬기는 회장이 되겠다고 약속한 그가 취임사를 통해 향후 수협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등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히는 첫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주목받는 중요한 자리다.

그런데 퇴임식과 취임식의 날짜가 다르다. 퇴임식은 24일 14시에 열리고 취임식은 25일 11시다. 왜일까. 두 사람의 불편한 관계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퇴임식과 취임식이 따로 열리면서 두 행사를 모두 참석해야 하는 조합장들 중 상당수는 낭패를 보게 됐다. 근거리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서울에서 하루를 묵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당초 26일이었던 취임식이 조합장들의 불만으로 하루 앞당겨졌지만 조합장들은 여전히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또 이종구 회장과 김임권 차기 회장 모두에게 축하를 해주고 싶었던 외부 인사들도 두 행사 모두 참석하는 것이 쉽지 않게 됐다.

모양새가 이상하게 됐다. 어업인들의 대표조직을 이끄는 지도자들이라면 좀 더 성숙하게 대처했어야 했다. 수협에 대한 이미지만 훼손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퇴임식과 취임식을 따로 진행해 두 사람의 갈등을 외부에 드러낼 필요가 없었다.

전직 회장들의 중도하차로 퇴임식과 취임식을 동시에 치른 적이 없던 만큼 이번 사례는 선례로 남을 수 있다. “같이 치르는 것이 이상적이긴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수협 관계자의 말이 뇌리에 남는다. 수협은 4년 마다 퇴임식과 취임식을 따로 치를 것인가.

이현우 기자 전국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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