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선 (건국대 교수)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용어가 있다. 노이즈, 즉 잡음을 일부러 조성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는 마케팅 기법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처음으로 무상급식 예산지원을 중단해서 연일 매스컴에 등장하고 있다. 정치인의 입장에서야 매스컴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경남도의 6만6000여명의 저소득층 자녀와 특수학교 학생을 뺀 21만8000여명은 급식비를 내야 하는 상황이고, 이렇게 해서 절약한 예산은 서민층 자녀의 교육지원사업에 쓴다고 한다. 

무상급식은 대표적 사회안전망

‘무상급식’이 옳은 말이냐, 혹은 ‘의무급식’이 옳은 말이냐 에서부터, 부자급식논쟁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는 지난 10여년간 학교급식과 관련해서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그리고 이러한 논란은 지난 2010년과 2014년의 지방선거, 2012년의 대통령선거 등을 거치면서 무상급식·의무급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서울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전면적 무상급식을 반대하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학교급식문제와 관련해서 시장의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또한 지난 2014년의 지방선거에서 학교급식문제로 가장 첨예하게 여·야 후보자의 의견이 크게 엇갈렸던 서울시장선거에서도 무상급식을 온전하게 유지시키면서 아이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토록 하겠다던 후보자가 당선됐다. 홍 경남도지사의 경우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모든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흔쾌히 전면적 무상급식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지만, 무상급식에 대한 사회적 요구 뿐만 아니라 무상급식의 성과 때문에 이를 거부하기 어려운 분위기 속에 무상급식은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사회안전망의 하나로 자리잡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경남도에서 솔솔 연기가 나오던 무상급식예산에 대한 지원중단이라는 사태가 현실화됐고, 이에 따라 경남도의 많은 학생들이 무상급식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홍 경남도지사는 한정된 재원으로 정책우선순위를 결정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서민자녀교육지원이라는 새로운 사업을 제안하기 전인 지난 가을에 홍 경남도지사는 교육청이 도청의 감사를 거부한다는 것을 이유로 “감사 없는 예산 없다”는 몽니를 부리기 시작했던 사실을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이러한 홍 경남도지사의 결정과 관련은 몇 가지 점에서 중대한 잘못이 있다.  

첫째, 경남도에서 지원한 예산이 올바르게 사용됐는가에 대한 감사를 도교육청이 거부했다는 이유가 경남도의 예산지원중단을 정당화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만일 급식과 관련해서 예산을 집행하는 도교육청이 미덥지 못하면 현물지원이라는 방식을 통해서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국민과 도민의 세금으로 이뤄지는 예산지원이 학생을 포함한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있느냐 아니냐가 판단의 관건이지, 감사를 받느냐 안 받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방법을 찾지 않고 핑계를 찾는 홍 경남도지사의 행동은 경상남도의 크기에 걸맞지 않다. 

경남도, 방법보다 핑계찾기 '빈축'

둘째, 한정된 재원 때문에 정책에 우선순위를 두고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는 홍 경남도지사의 주장도 무상급식 예산삭감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바꿀 때에는 사회구성간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거래비용’이라는 말로 이를 설명하면, 새로운 상황이 벌어지게 되면 이에 따라 추가정보를 수집하는 비용이 들게 되고, 이것이 사회적 부담을 증대시킨다는 것이다. 먹거리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필수재이고, 또한 먹거리는 안전이라는 가치를 중시하는 탐색재이기도 하다. 겉만 봐서는 안전성을 확인하기 어려운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공적인 개입이 필요한 영역인 것이다.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통한 공적관리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의 노력에 의해서 잘 갖춰진 이러한 ‘사회적 자본’을 용도 폐기하는 것이야 말로 정책의 우선순위를 잘못 매겨도 한참 잘못 매긴 것이다. 경남의 다양한 시민사회와 농민단체들이 학교급식운동과 결합해서 만든 가치는 돈 몇 푼으로 만들 수도, 평가할 수도 없는 소중한 가치이다. 무상급식포기는 ‘기회비용’이 너무 큰 것이다.   

셋째, 무상급식은 단순하게 공짜 점심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사회에서 학교급식은 무상급식 이전부터 급식을 통한 사회적 실천이라는 큰 그림이 존재해 왔다.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농민들에 의존해서 안전하지 못한 먹거리에 노출된 학생들의 식판을 건강하고 안전한 식판으로 바꾸자는 신념이 학교급식운동으로 전개돼 왔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건강한 식판이 생태를 살리는 농업, 지역을 살리는 농업을 실천해 온 우리의 농민들에게 원군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배려의 마음이 학교급식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경남도처럼 농업과 수산업을 배후로 하고 있는 좋은 입지를 가지고 있으면서, 학교 가까이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공적인 관리를 통해서 아이들이 안전한 먹거리를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차별 없는 밥상을 통해서 아이들의 자존감을 손상시키지 않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그러면서 경남도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도교육청과는 구체적인 협의도 없이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을 펼치겠다는 건 무슨 오만인가? 

정책 우선순위 변경 한참 잘못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존에 성공적으로 잘 진행되어 온 사업을 걷어내고, 학교현장에서 새로운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일단 시끄럽게 해 놓으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천박한 노이즈 마케팅 이외의 다른 것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리고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노이즈 마케팅을 벤치마킹하려는 다른 지자체가 숨어있지는 않은가 하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 경남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와 농민단체들의 경남도와의 싸움은 한국 전체의 의무급식과 우리의 농업을 지키는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정치인의 현명하지 못한 선택에 아이들의 끼니와 농업이 휘둘리는 사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서 끝났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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