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막고 있다.”

52.7%라는 찬성률로 가까스로 국회 인준을 통과한 이완구 국무총리가 후보자 시절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영란법’에 언론인을 포함시키지 않고 있는데 자신이 일조하고 있다면서 내뱉은 말이다. 언론인이라는 밥을 먹고 사는 한 사람으로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기는 커녕 진한 아쉬움만 남는다. 이완구 국무총리의 지역구인 충남 부여와 청양은 농업을 업으로 하는 대표적인 농도이기에 더 그렇다.

김영란법으로 익숙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법률 자체만으로는 꼭 필요한 법이다. 신문 사회면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사건, 사고들을 보면 그 법의 존립 필요성을 알 수 있다. 문제는 ‘농산물’이다. 2011년 김영란법이 논의되면서 ‘공직자에게 3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지 못하도록 하자’는 조항이 함께 제기되고 난이 대표적인 사례로 오르내리자 난을 비롯한 화훼 시장은 크게 침체됐다. 명문화되지 않은 조항이었지만 관가에선 미리 몸을 잔뜩 움츠린 것이다.

여기에 최근 3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한 김영란법이 정치권에 다시 화두로 올라서며 조만간 국회를 통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과일업계의 우려감은 팽배해 있다. 과일 소비의 주축 중의 하나가 명절 선물세트용인데 적용대상이 1000만명을 넘어선다는 김영란법에 과일 등 농산물도 적용될 경우 과일업계의 피해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민해봐야 할 때다. 꽃을 나누는 사회를 부정사회로 치부할 수 있는지, 명절 제사상에 올라가는 사과와 배를 명절 대목에 건네는 것이 금품 수수 행위라고 할 수 있는가를. 이제라도 김영란법에서 농산물을 배제해야 하고, 그런 논의가 일어야 한다.

언론인이 아닌 ‘농산물은 내가 막고 있다’, 이런 국회의원 적어도 몇 명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유통팀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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