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 장관 국회 농해수위 현안보고서 입장 밝혀
예산부처와 합의 ‘숙제’, 관련법 개정일정 등 미정


일부 지자체가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 등이 발생해 가축을 살처분·매몰할 경우 드는 비용을 발생농가에 전가하고 있는 가운데 농식품부가 이 비용의 절반을 부담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9일 열린 국회농림식품해양수산위원회 현안보고에서다. 하지만 예산부처와 합의가 된 것은 아니라는 게 농식품부의 입장이고, 관련법 개정일정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당분간 일부 지자체의 농가 살처분·매몰 비용 전가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열린 농해수위 현안보고에서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는 살처분·매몰비용의 절반을 중앙정부가 부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 살처분·매몰비용은 전액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같은 날, 농해수위는 또 경대수 의원(새누리당 증평·진천·괴산·음성)이 지난해 4월 대표발의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 같은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국가와 지자체가 피해보상, 그리고 방역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을 분담해서 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하고 있는데, 전염병 발생지역 대다수가 재정자립도가 낮은 농촌지역이라는 점과 효율적인 방역을 위해서는 국가가 이를 부담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개정목적의 골자다.

이와 함께 농식품부는 지난 11일 열린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 설 대책 브리핑에서 살처분·매몰비용의 절반을 중앙정부가 부담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예산부처와 합의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 조류인플루엔자 방역대책을 마련하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5:5로 비용을 부담하는 방안이 마련됐고 예산당국과 협의 중”이라면서 “예산당국과의 협의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가축전염병예방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현재의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른 농가불만과 지자체의 예산부족 현상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이 농해수위를 통과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법사위와 국회 통과라는 과정이 남아 있는 상황이고, 법률 개정 자체가 중앙정부의 예산수반을 전제해야 하는 것이어서 얼마나 빨리 결정이 될지도 주목된다.

한편 오세을 대한양계협회장은 최근 경기도가 조류인플루엔자 살처분 비용을 발생농가에게 부담하도록 하자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오 회장은 이에 대해 “오히려 농가가 신고를 기피하게 되고, 살처분 작업 지연으로 조류인플루엔자를 확산시킬 뿐”이라면서 “경기도의 결정을 철회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또 가축전염예방법 해석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축전염병예방법 제 50조에 따르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살처분과 방역활동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원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이에 대해 오세을 회장은 “가축전염병예방법에 ‘지원 할 수 있다’라고 나와 있어, 각 지자체들이 유권해석을 달리해 농가가 살처분 매몰비용을 부담하는 곳도 있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오 회장은 이에 대해 “지자체가 농가에게 매몰비용을 전가하는 건 말이 안된다”며 “더욱 답답한 건 농식품부는 가운데서 지자체 핑계만 대고 있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또 “산란계의 경우 총 농가의 30%가 경기도에 모여 있는데, 경기도가 정책을 결정하면 다른 지자체도 따라 할 수 밖에 없다”며 “경기도청을 항의 방문하고, 그래도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1인 시위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재 경기도청 관계자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르면 지자체가 꼭 살처분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된다는 의무는 없다”면서 “매몰 비용을 농가에 부담케 하는 것은 방역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라는 뜻으로, 농가가 살처분 비용을 부담해야 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진우·안형준 기자 leejw@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