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자재 업계 중심 조직인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이 지난 10일 개최한 정기총회에서 차기 이사장 선거를 치러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당초 경선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우여곡절 끝에 현 이사장만 출마했으며, 단독 출마는 이변이 없는 한 3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축하 받을 일만 남았다.

현직 이사장에 대해 3선 출마를 지지하는 조합회원사 대표들의 호응은 대단했다고 한다. 한상헌 이사장은 후보등록 1일차에만 320여 회원사의 추천서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전체 조합 회원사가 499개인 것을 감안하면 60%를 넘어서는 수준이며, 이후에도 계속 추천서를 더 받았다고 하니 어느 정도 수준일지 짐작이 된다. 이사장직 후보 규정은 회원사 추천서 10%만 제출하면 되지만, 복수 후보 출마일 경우 중복되는 추천서에 한해 무효로 처리되는 규정 때문에 30% 정도 받는다.

그런데 왜 현 이사장은 30%의 추천서만 받아도 안전 권에 접어드는데 회원사를 대상으로 싹쓸이 하다시피 했을까? 후보가 중복된 추천서를 첨부할 경우 무효처리 되는 농기계조합의 선거관리 규정이 있는데도 말이다. 이러면 다른 후보가 아무리 많은 추천서를 받아도 중복 무효 규정으로 인해 후보등록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놓이게 된다. 실제 이사장직 후보를 준비했던 모 업체 대표는 현 규정 때문에 후보등록을 포기하는 결과를 낳았다. 후보의 이사장 수행 능력이나 자질 문제는 차치하고 선거관리 규정을 십분 활용해 후보등록의 기회마저 저지시키는 현실은 일반인의 상식으로 봐도 공정한 선거라고 납득하기 어렵다. 선관위나 상급기관이 어떻게 유권해석을 내릴지 궁금하다. 

선거에서 이사장 당선 유무는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에 의해 결정돼야 하며, 유권자에게 주어진 권리다. 다른 후보에 비해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해서 출마기회를 막아버리는 선거문화가 고착화된다면 정책이나 공약 개발을 통한 선의의 경쟁은 기대하기 어렵다. 잘 못된 관행은 고쳐야 하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선거관리 규정이라면 개선하는 게 순리다. 선거규정을 알면서도 애써 무시하고 중복으로 추천서를 남발하는 유권자 스스로 양심을 저버리는 행위도 자제해야 함은 두말나위 없다.

이동광 기자/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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