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중 FTA 비준 저지, 쌀시장개방 반대 투쟁 지속
여성농민단체간 실무회의 정기적 개최로 연대 강화 모색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하 전여농) 강다복(54) 회장의 연임은 ‘뜻밖의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평소 무릎이 좋지 않아 연임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 임기동안 강 회장은 한·중 FTA 및 쌀시장개방 저지를 위해 삭발을 하고, 우리농업지키기 대장정에 나서기도 했다. 세월호 유가족과 노동자 등 사회약자들을 위한 투쟁에도 힘을 보탰다. 김제에서 3만평 규모의 쌀농사를 지으며 결코 쉽지 않았을 투쟁을, 그것도 아픈 다리를 이끌고 묵묵히 해낸 것이다. ‘계단이 가장 힘들었다’는 강 회장을 지난 22일 만나봤다.

▲연임을 하게 된 소감은.

-무릎이 좋지 않아 연임을 결의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여성으로서 집을 오래 비우는 것도 사실 부담이 됐다. 그렇다고 많은 회원들의 요구를 모른 채 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연임을 하기로 결정했다. 올해는 한·중 FTA 국회비준 저지와 쌀시장개방 문제가 있는 만큼 투쟁을 계속해 나갈 생각이다. 무릎은 살을 빼면 좋아질 것 같다.(웃음)

▲지난 임기를 돌아본다면.

-8월 3000명이 넘는 여성농민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여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한 여성농민대회를 치른 것이 가장 뿌듯하다. 이를 통해 식량주권의 문제가 단순히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전을 위한 범국민 운동본부’를 함께 구성하고 ‘우리농업지키기 대장정’에 나서는 등 연대투쟁을 강화한 것도 성과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지난해 처음으로 실시한 언니네텃밭 추수한마당 행사는 소비자들과 함께 호흡하고 토종씨앗 지키기 운동을 알리는 차원에서 의미있는 행사였다.

▲여성농민단체 간 연대는 부족한 것 같다.

-공감한다. 지난해 농식품부 간담회에서 여성농민단체장들이 여성농민관련 정책에 대해 의견을 모아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실천은 미흡했다. 대체적으로 여성농민단체들이 정책기능이 미흡하다보니 연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각 단체의 실무자들이 정책적인 부분에서 의견을 나누고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실무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성농민들의 처우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

-현재 농촌남성들의 작업조건은 이미 기계화가 많이 진행됐다. 몸으로 하는 일은 대부분 여성들의 몫이다. 품앗이를 할 수 있는 여건도 안 돼 여성농민들의 농사일이 가중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평가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고 지원책도 미흡하다.

농식품부와 여가부가 여성농민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지만,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농식품부는 여성농민들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대책이 없고, 여가부는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여성농민들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주고 지원해주는 창구가 지역에 없는 것도 문제다. 여성농민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선 도나 시군에 여성농민관련 전담부서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올해는 제4차 여성농업인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시기인 만큼 전담부서 설치와 실질적인 지원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적극 건의할 생각이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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