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위원회의 여성참여율이 역대 최초로 30%를 넘어섰다고 한다. 그만큼 정책결정과정에서 ‘양성평등’한 시각이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는데, 과연 그럴까.

최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44개 중앙행정기관 소속 457개 정부위원회의 2014년 하반기(10월말 기준) 여성참여율은 31.7%로, 전년도 27.7% 대비 4%p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정부가 ‘2017년까지 정부위원회 여성참여율 40% 달성’을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적극적인 추진노력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 뒤따랐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경우에도 24개 위원회 중 여성참여율(위촉직 기준)은 31.3%로, 정부 전체평균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양호한 것으로 조사됐다. 농식품부 위원회 중 ‘여성농업인육성정책자문회의’는 여성참여율이 60%를 기록했다.

문제는 내실이다. 양호한 듯 보이는 여성참여율의 이면에는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정부위원회의 총체적 부실이 자리하고 있다. 단적으로 지난해 ‘여성농업인육성정책자문회의’ 경우 단 1차례 모임을 갖는데 그쳤다. 본연의 역할인 정책자문이 제대로 이뤄질리 만무하다.

여성농업인단체 관계자는 “여성농업인육성정책자문회의 자체가 1년에 한번 열릴까 말까한다”며 “막상 회의에 참석해도 여성농업인 정책관련 논의가 심도 있게 진행되지 않을뿐더러 정부의 정책결정에도 영향을 거의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부위원회의 통폐합을 위해 최근 행정자치부가 칼을 빼든 이유도 여기 있다.

농식품부는 뒤늦게 ‘여성농업인육성정책자문회의’ 존속을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제4차 여성농업인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시기로, 자문회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행자부에서 개최실적이 저조한 정부위원회에 대해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제한 뒤 “여성농업인육성정책자문회의의 경우 여성농업인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존속돼야 하며, 앞으로 중요한 안건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모임을 갖는 등 활성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선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정부위원회의 여성참여율을 두고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장 여성참여율을 높이는 것도 좋지만, 정부위원회의 총체적 부실에 대한 수술이 시급해 보인다. 무엇보다 정부는 여성참여율을 논하기 전에, 최소한 여성관련 정부위원회의 내실을 먼저 다져야 하지 않을까.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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