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선거구획정위 독립기구로 구성 합의…농어촌 특수성 외면 우려
수도권은 22석 증가 반면 영남권 5석, 호남권 4석 등 9석 감소 전망

여·야가 최근 2월 임시국회에서 선거구 획정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한데 대해 농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현행 선거구 획정제도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농어촌 지역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의 문희상 비상대책의원장과 우윤근 원내대표 등 여·야 대표단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2+2’ 회동을 갖고, 2월 임시국회에서 선거구 획정을 포함한 주요 정치개혁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농업계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선거구 획정. 지난해 10월 30일 헌법재판소는 현행 선거구 획정제도가 헌법에 불합치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 결정대로라면 수도권 지역구 의석수는 22석이 늘어나는 반면, 농어촌 지역구는 영남권 5석과 호남권 4석 등 총 9석 가량 줄어드는데, 당시 농민단체에서는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라며 강하게 반대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2월 임시국회가 개원하는 다음달 2일부터 여·야가 선거구 획정을 논의선상에 올리기로 합의하면서 이 같은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독립기구로 구성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 농어촌의 특수성을 배제한 채 일률적으로 선거구 획정을 논의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농어업·농어촌 분야의 대표성이 훼손·축소돼 400만 농어민들의 직·간접적인 피해로 연결되는 일이 없도록 선거구 조정 협상은 공정성과 투명성을 유지하면서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농업계에서는 미국의 예를 들며 지역의 대표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의회는 상원과 하원으로 운영되는 가운데 상원의원은 지역 대표로서 인구와 관계없이 주마다 2명씩 선출되고 있다. 인구 3800만의 캘리포니아주와 58만명의 와이오밍주는 인구 편차는 크지만 이 지역을 대표하는 상원의원은 똑같이 2명이다.

원철희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이사장은 “뉴욕주나 아칸소주나 인구의 차이가 매우 많이 나지만 이들은 인구와 관계없이 모두 2명씩의 상원의원을 뽑고 있다”며 “상원의원들은 지역을 대표하면서 지역만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는데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관련법도 국회에 제출돼 주목되고 있다. 장윤석 새누리당(경북 영주) 의원은 “최근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현행 3대1에서 2대1로 바꿔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다면 국회의원 1인이 5개 이상의 기초자치단체를 대표하게 되는 경우와 국회의원 5인 이상이 1개의 기초자치단체를 대표하게 되는 경우마저 발생할 수 있다”며 “기초자치단체의 지역 대표성을 현저히 훼손시킬 수 있는 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법에 1개 지역구는 인구와 상관없이 최다 3개의 자치구·시·군으로 한다는 규정을 추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예를 들어 무주군·진안군·장수군·임실군, 군위군·의성군·청송군, 보은군·옥천군·영동군 등이 하한 인구수가 미달하는 선거구인데 여기에 또다른 지역구가 편입될 경우 4~5개의 지역구를 1명의 국회의원이 대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장 의원은 “현행법은 국회의원 선거구역 획정과 의원 정수를 정함에 있어 인구와 함께 행정구역 등 지역 대표성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는 만큼 이를 유지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월 임시국회에서 선거구 획정논의가 본격화되면 이 개정안도 소관 상임위인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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