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상 경력’ 규정 있지만 전수 교육 5년 이상 10년 이상 종사자도 대상 포함
‘전통식품 원형 보존, 실현하는 자’ 기준도 애매…업계 “남발 우려 높다” 개선 주문


해당 식품 분야의 최고 권위를 인정하는 차원에서 국가가 지정하는 식품명인의 지정 기준이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문제 제기가 나온다. 문제로 거론되는 것은 ‘경력 활동’ 부분인데, 자칫 자격 시비 논란으로 비화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식품명인의 지정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고 평가 방법을 객관화하는 등의 보완 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식품명인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지정된 식품명인 중 일부에 대한 경력 활동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분야에서 20년 이상의 경력을 갖고 있지 않아 식품명인의 자격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요지다.

식품산업진흥법에 따르면 식품명인으로 지정받고자 하는 자는 ‘해당 식품의 제조·가공·조리 분야에 계속해 20년 이상 종사’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경력 20년 이상’이 식품명인의 자격 요건에 포함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전통식품의 제조·가공·조리 방법을 원형대로 보존하고 있으며 이를 그대로 실현하는 자’와 ‘식품명인으로부터 전수교육을 5년 이상 이수 후 10년 이상 그 업에 종사한 자’라는 규정도 제시하고 있어 세 가지 기준 중 어느 하나만 충족할 경우 식품명인 지정 대상에 해당된다.

따라서 경력이 20년 이상 되지 않더라도 식품명인으로 지정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통식품의 제조·가공·조리 방법을 원형대로 보존하고 있으며 이를 그대로 실현할 수 있는 경우에는 경력 20년 이상 되지 않아도 자격 요건에 충족할 수 있으며, 20년 이하의 경력 부분은 지정 평가에서 영향을 미친다”며 “20년 이상 경력은 최고점의 의미이며, 그 이하로는 감점 요인에 따라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목은 논란이 일 수 있는 지점이다. 3개의 기준 중 ‘경력 20년 이상’이라는 부분과 ‘전수교육 5년 이상 10년 이상 경력’이라는 부분은 누가 보더라도 객관화된 기준인 반면 ‘제조·가공·조리 방법을 원형대로 보존하고 이를 그대로 실현하는 자’의 기준일 경우 상대적으로 자의적 해석 또는 판단이 들어갈 여지가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평가 방법을 들여다보면 또 다른 논란도 우려된다. 식품명인 지정 시 평가 항목과 방법은 크게 △전통성 △우수성 △정통성 △경력 및 활동사항 △계승·발전/보호·보존가치 △그밖의 항목 등으로 나눠 총점 80점 이상을 받아야 하고, 최하점 개념인 ‘C’로 평가된 항목이 1개 이하여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이 중 경력 부분에 대한 평가는 20년 이상이 최고점(A)인 25점에 해당된다. 그밖에 15년 이상 20년 미만과 10년 이상 15년 미만은 각각 20점과 15점을 받게 된다.

이 기준대로라면 10년 이상 15년 미만의 경력을 갖고 있는 식품명인 지정을 희망하는 자가 경력 항목에서 10점 감점을 받은 이후 나머지 항목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총점 80점 이상을 받으면 식품명인으로 지정받을 수 있다. 이럴 경우 경력 기간이 20년 미만의 식품명인들이 나타나게 되고, 이는 기존 식품명인과 차이를 보이게 된다.

또한 식품명인 지정이 의도치않게 남발될 수 있는 소지를 낳을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업계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식품명인은 20년 이상 경력을 갖고 있는 해당 분야의 최고 장인이라고 인식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경력 부분은 단순히 점수로 감점 처리하는 정도의 항목으로 치부돼선 안 된다”며 “지정 기준대로라면 사실상 경력 10년 이상만 되면 명인 신청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굳이 20년 경력 이후에 명인 지정 신청을 하려는 이들이 없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경력 부분과 관련해선 평가표에 나와 있는 대로 평가가 이뤄지고 있으며, 다양한 항목들을 통한 평가가 종합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자의적인 해석이나 판단 등이 최소화된다”며 “식품명인이 20년 이상 종사자들이라는 측면에서 소비자들이 오해의 소비가 있을 수 있다는 측면은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보도자료나 외부자료 등에선 이와 관련한 세부 내용을 규정한 세부규칙에 따른 부분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 업계 내부에선 식품명인이 국가가 지정한 명예로운 지위인 만큼 지정 요건을 명확히 하고, 이를 객관화하고 검증하는 측면을 강화해 식품명인의 긍지를 높이고 다른 유사 명인과의 차별성을 꾀해야 할 것이라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한 식품명인은 “가뜩이나 식품명인 쪽에선 명인 지정이 너무 남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 지정 기준을 명확히 해 모두에게 명실공히 명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식품명인이라는 가치도 더 빛날 수 있다”며 “식품명인 지정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고, 객관화시켜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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