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국가 이의 제기시 조정 우려 국회 동의 받도록…정치권·농업계 한 뜻

올해 쌀 시장이 전면 개방되는 가운데 쌀 관세율을 결정하는데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법제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가 WTO에 제출한 쌀 관세율 513%에 대해 일부 국가들이 이의제기하면서 513%가 조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추후 검증기간 중 협상력이 약화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어 앞으로 관련 법제화를 두고 국회와 정부간 첨예한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협상력 약화될 수도” 부정적 입장 밝혀

현재 국회에는 ‘정부는 쌀 관세의 변경을 내용으로 하는 통상조약을 체결하려는 경우 사전에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쌀 관세율 결정에 관한 특별법안’과 ‘쌀에 대한 양허세율을 정하거나 변경할 경우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제출돼 있다. 이들 법안은 모두 쌀 관세율 513%가 그대로 유지되도록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는 가운데 현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에 각각 계류 중이다.

정부는 여전히 이 같은 법제화에 대해 반대입장이다. 추후 정부가 WTO에 통보한 쌀 양허표 수정안에 대한 검증과정에서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박동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법으로 관세율을 제약할 경우 우리의 전략이 드러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우리의 쌀 양허표 수정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국가들은 더 많은 것을 얻어가기 위해 여러 요구들을 해 올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법제화 했을 때 쌀 이외의 다른 농수산 분야를 다른 나라들이 양보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며 “그 강도는 더욱 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법안에 대해 이미 국회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다. 유성엽 새정치민주연합(전북 정읍) 의원은 “513%를 앞으로 계속 유지하겠다라는 약속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얘기한 것이 전부인데 사실 대통령이 선언을 해도 임기 5년 후 다음 정부에서 어떻게 될지도 담보가 안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장관의 약속만으로 농업인들에게 513%를 믿으라는 것은 과한 욕심이다”고 지적했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전남 해남·완도·진도) 의원도 “정부가 513%라는 관세율을 책정해서 협상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 관세율이 책정되고 나서도 그렇고 책정단계에서도 임의로 변경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며 “쌀 직불금처럼 쌀 관세율도 법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배 새누리당(충북 충주) 의원도 “중국산 쌀값도 오르는 등 513%의 기준이 자주 바뀌고 이 변동에 따라서 상대국들이 또 요구를 해올 수 있다는 점에서 고율관세 513%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이해가 아직 확실하지 않다”며 “정부의 보고도 잘 안되는 상태에서 걱정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농업계에서도 국회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이정환 GS&J인스티튜트 이사장은 “올해 소량이라도 쌀 수입이 이뤄진다면TPP에서 쌀의 양허제외를 법적으로 보장하라는 요구가 거세져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며 “쌀 관세율을 변경할 때 국회의 동의를 받는다는 정도의 법적 안전장치를 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513%를 관철시킨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그간 정부가 보여준 신뢰를 볼 때 의문이 든다”며 “513%로 못 박는다는 의미보다 쌀 관세율을 결정할 때 국회와 소통해야 한다는 점에서라도 관련 법제화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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