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농업 체질개선…생산·유통 조직화, 수출농업 힘 길러야”

 

민선6기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취임한지 6개월이 지났다.

새해를 맞아 본사와 신년 인터뷰를 진행한 원희룡 지사는 “농업은 단순한 먹거리 산업이 아닌 생명산업이자 미래산업”이라며, “주권국가라면 비교우위론의 관점에서 농업을 홀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중FTA 타결 이후 제주농업의 주요 농정 방향을 생산·유통의 조직화와 수출농업 활성화로 잡은 원 지사는 “어렵지만 결국 농업회생의 주체는 농민이 될 수밖에 없다”며 “생산을 조직화하고 유통구조를 혁신하는 데 농민들이 직접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이어 “자구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도가 예산과 행정력을 적극 투입해 돕겠다”고 약속했다. 인터뷰는 지난 7일 제주도지사실에서 진행됐다.

대담 : 이상길 편집국장


▲취임한지 반년, 어떻게 지냈나.

-정말 다사다난이라는 말을 실감하며 지낸 것 같다. 그동안은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이라든지 난개발, 한중FTA 대응 등 해묵은 과제들을 하나하나 정돈하면서 제주발전의 밑그림을 그려나가는 시기였다. 이제 2015년 새해에는 각 분야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제주가 좁은 지역사회이다 보니 부딪칠 때도 소리가 더 나는 부분이 있지만, 한·중·일 요충지로서 제주의 가치, 희소성이 있는 자연과 문화의 가치를 살리면서 제주가 힘을 합쳐나간다면 정말 더 큰 제주, 하나 된 제주,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제주를 이뤄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많이 갖게 됐다. 특히, 땀 흘려 농사를 짓는 농민들과 어민들의 노력이 보람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주도가 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해 열렸던 한 토론회에서 농업을 어머니와 비유하시기도 했는데, 농업에 대한 철학을 말씀해주신다면.

-우리 어머니는 팔십 평생 농사만 지어 오셨다. 그래서 농업을 생각하면 어머니가 먼저 떠오른다. 농업은 인류가 가장 오래전부터 해왔던, 생명의 원천이자 토대가 되는 산업이고, 주권국가라면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산업이다. 이미 선진국들은 농업을 단순한 먹거리 생산이 아닌 생명산업으로 인지하고 자국의 미래를 위한 전략사업으로 키워가고 있다. 지도자라면, 이러한 철학 없이 농업을 단순히 비교우위의 관점에서 평가하고 홀대해서는 안된다.


▲한·중 FTA 타결로 제주농업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제주농정은 어떻게 추진되나.

-청정 환경과 온난한 기후로 사계절 다양한 품목의 재배가 가능하다는 것이 제주농업의 강점이다. FTA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최적지가 우리 제주라고 생각한다. 청정 브랜드를 적극 활용하고 생산과 유통의 조직화를 통해 시장 조절능력을 갖게 되면 소비자들이 찾을 수밖에 없는 농업환경을 만들 수 있다. 또 제주가 갖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수출하는 농업으로 갈 수 있도록 힘을 길러야 한다. 제주 1차산업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고 농업정책도 더 크고 멀리 내다봐야 할 시점이다.


▲수출농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있다면.

-먼저 물류, 병해충 검역, 식품가공과 같은 부분의 수출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인력과 기술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 또 관세장벽을 넘을 수 있는 고급 농수축산물과 식품, 건강보조제 등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한 수출 프로젝트가 마련돼야 한다. ‘메이드 인 제주(made in jeju)' 하면 물량이 부족해서 못 파는 그런 시점이 되도록 할 것이다. 해외 식품시장 진출을 위한 타깃지역, 소비층, 유망 품목 등에 대한 심층적인 시장조사를 위한 TF팀도 가동했다. 최근 제주와 수출업무협약을 맺은 중국 녹지그룹은 2015년 약 30억원어치를 수입하고 3~5년 내에 약 500억원 규모의 수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앞으로 화장품류, 건강기능식품, 신선농산물 등으로 단계적으로 수출을 확대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농업은 생명산업이자 미래산업
비교우위관점서 홀대는 안될 말
의식·고품질·유통 ‘3대 혁신’ 핵심
크게 뭉쳐 위기 헤쳐나가야


▲영세 중소농의 고령화로 지역농업이 점차 쇠퇴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쟁에 취약한 영세농업인을 위한 지원 확대가 절실한데 이에 대한 실천방안은 무엇인가.

-제주에는 70세, 80세가 돼도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는 농민들이 적지 않은데, 농촌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이다 보니 일손 부족과 인건비 부담은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무인항공 방제헬기, 소형농기계 등 영농기계화를 통해 부담을 줄이고 있는 상황으로 2017년까지 농기계화율을 56%에서 65%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임대용 농기계도 많이 보급하고, 농협의 농촌인력수급종합지원센터 운영 활성화도 적극 뒷받침해 나이나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영농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


▲친환경농업 육성을 위한 정책방향은 무엇인가.

-우선은 2017년까지 경지면적의 20%를 친환경농업으로 바꿀 계획이다. 마음 같아서는 100% 친환경농업지역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여러 가지 지역의 농업환경을 고려하고 농업하시는 분들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제주도는 2005년 전국 최초 친환경 우리농산물 급식 실시, 2008년 친환경시범도 선포, 2010년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지원 100% 실시, 2014년에는 친환경농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친환경연구센터를 제주대학교에 설치하는 등 안전하고 건강한 국민의 식탁을 위해 힘쓰고 있다. 앞으로 친환경직불제 및 인센티브 특별 지원, 환경친화적 자원순환농업 구조 정착, 지역단위 친환경지구 및 단지 조성, 생산자와 소비자 중심의 유통 및 가공시스템 구축을 통해 친환경 농업을 정착시켜 나가겠다.

해외 식품시장조사 TF 가동
2017년까지 농기계화율 65%로
친환경농업 경지면적 20%로
수입과일 맞서 감귤 품질로 승부


▲제주지역 특성상 농산물 물류난이 제기되고 있다. 공약실천과제로 ‘물류·유통 시스템 개선’이 포함돼 있는데 향후 추진방향은 어떻게 되나.

-올해 지역물류 기본계획이 수립된다. 이를 통해 공동물류센터 운영, 지역물류 통합정보망(DB)구축, 물류시설 종합개발계획, 가칭 물류유통공사 설립 등이 구체화될 것이다. 이와 함께 시범적으로 월동채소류 해상운송 물류비를 지원하고, 2016년 도내·외 공동물류지원사업 발굴을 위해 국토교통부와 공동으로 컨설팅을 진행해 실질적인 지원계획을 마련해서 농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감귤가격이 좋지 않아 걱정들이 많다.

-우선은 생산량 조절이 필요하다. 그래야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 또한 이제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 최근 감귤은 겨울시장에서 딸기와 경쟁 중이다. 망고 등 열대과일의 도전도 갈수록 거세질 것이다. 겨울과일이 없을 때 팔던 것에 안주해서는 절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기술농업을 통해 높은 당도와 고품질로 소비자 입맛을 공략, 시장 점유율을 확보해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현장 도지사실을 운영하며 농촌지역도 여러 차례 방문했다. 제주농촌을 돌며 느낀 점과 이를 어떻게 농정에 반영해 나갈 것인지 궁금하다.

-거의 매일 농업인들과 만나고 있다. 한·중FTA에 대한 걱정도 많았고, 농산물 판로와 생활환경 개선 문제, 또 귀농·귀촌한 분들의 경우 영농과 원활한 정착을 위한 지원 요청이 많았다. 무엇보다 현장의 목소리가 행정에 생각만큼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운 토로도 많이 들었다. 새로운 소통창구로 현장 도지사실을 계속 운영해 나가고, 현장경험이 많은 농업인들이 정책 결정과 집행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농정협치위원회를 준비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 농업인들이 정말 원하는 농업의 변화, 농업에 대한 지원이 되도록 현장에서 해주신 좋은 이야기들을 정책으로 만들어나갈 것이다.


▲앞으로 어떤 제주를 만들고 싶은가.

-지금도 매달 1000명, 많을 때는 1500명씩 제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쾌적하고 여유로운 생활환경에서 살고 싶은 글로벌 기업, 두뇌기업, 첨단기업들이 제주로 오고 있다. 제주의 가치를 키워내면 더 크게 제주도가 품을 수 있다. 제주의 가치는 대한민국을 품고 나아가 세계를 품에 안을 수 있다. 또 제주는 동북아 최고의 체류형 휴양관광지, 또 IT와 청정 환경, 물과 바람 등 새로운 에너지 자원을 활용한 스마트그리드 비즈니스 도시가 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고 있다. 다음 세대도 지금 제주의 온전한 가치를 누리고 이어갈 수 있도록 제주의 미래 가치를 키우고 함께 누리는 그런 제주를 만들고 싶다.


▲마지막으로 제주 농업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난해 한·중FTA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감귤 등 제주지역 주요 품목의 양허제외 등으로 최악은 막았지만, 계속 나빠지는 추세를 돌려놓지는 못했다. 올해도 분명 어려움이 있을텐데, 앞으로 다가올 도전도 힘을 합쳐 넘어야 한다. 그래서 저는 의식혁신, 고품질혁신, 유통혁신 등 3대 혁신을 이루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혼자만 살겠다는 식의 일부 일탈이 제주농업, 나아가 제주 1차산업 전부를 위기에 빠트릴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그동안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배웠다. 생산부터 유통까지 정말 작은 이해관계를 넘어서서 크게 뭉치지 않으면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없다. 더 힘내시길 바라고 저도 열심히 돕겠다.


정리=강재남 기자 kangjn@agrinet.co.kr

•원희룡 제주지사는...

1964년 제주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태어나 중문초·중문중·제주제일고·서울대 법과대학 공법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재학당시 각종 학내시위에 참가하고 노동운동을 하는 등 학생운동 경력도 있다. 1992년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해 검사와 변호사 생활을 거쳐 1999년 당시 한나라당에 입당, 2000년 16대 총선에서 서울 양천갑을 지역구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17·18대 총선까지 내리 3선에 성공, 개혁적 보수를 천명하며 차세대 리더로 여의도 정치를 이끌었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도지사 선거 사상 최고 득표율인 60%를 기록,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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