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상인 구두계약 악용…값 하락 손해 '떠넘기기'
서면 계약서 작성 활성화·피해농민 구제방안 절실


상인들이 감귤 밭떼기(포전) 거래를 하면서 구두계약 관행을 악용, 서면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농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제주시 애월읍 내 1만6500㎡ 규모의 과수원에서 노지감귤을 재배하고 있는 강모(59)씨는 지난 9월 상인과 밭떼기 거래로 감귤을 판매했으나 감귤 가격 하락으로 손해를 봤다며 상인이 당초 계약한 4500만원 중 손실금 500만원을 제외한 4000만원만 판매대금으로 받았다. 제주시 한림읍에서 노지감귤을 재배하는 고모(64)씨 역시 3400만원의 감귤을 밭떼기 거래로 상인과 거래를 했으나 1950만원만 밖에 받지 못했다.

고씨는 “상인이 감귤에 비상품이 섞여 있어 제값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나머지 1450만원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상인들이 감귤값 하락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며 밭떼기 거래로 이미 지급한 돈의 일부를 돌려달라고 요구한 것은 물론 농사에 피해를 입히는 방법으로 농민들을 협박해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 제주시 한경면에서 감귤 농사를 짓는 이모(72·여)씨는 밭떼기 거래를 통해 3000만원을 받았으나 최근 상인이 이씨에게 감귤 손해 비용으로 1100만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상인들이 감귤을 수확하기 전 밭떼기 거래를 통해 감귤을 구매해 놓고 감귤값이 하락하자 이에 대한 손해를 농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농민들은 대부분 서면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구두계약을 하는 관행에 따라 감귤을 판매하고 있는 상황으로 상인들은 이를 악용해 농민들에게 피해 보전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감귤 판매 시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고시한 표준계약서 작성을 상인에게 요구하는 등 농민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한 농민은 “상인들이 바쁘다는 핑계로 서면계약서 작성을 거부하고 관행적인 구두계약을 요구하고 있다”며 “서면계약서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및 피해 농민 구제를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주도 관계자는 “감귤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한 서면계약 작성 의무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며 “구두계약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해 감귤 거래시 서면계약을 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강재남 기자 kangj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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