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갑오년 한 해는 축산 강국들과의 잇딴 FTA 체결과 AI(조류인플루엔자), FMD(구제역), PED(돼지유행성설사병) 등 악성 가축질병이 축산업계를 뒤흔든 한 해였다. 올해 초 발생한 AI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생해 가금농가를 긴장케 했으며, 7월 말에는 3년여 만에 FMD가 재발하면서 백신청정국 지위를 잃게 되는 상황을 겪었다. 여기에 축산단체장들은 영연방FTA 추진에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이어가기도 했다. 2014년을 마무리하며 축산업계 및 각 축종별로 일어났던 주요 이슈들을 돌아본다.
 

▲ 지난 10월 국회 앞 여의도 문화광장에서 전국 축산인 3만여명이 집결한 가운데 ‘FTA 근본대책 수립 촉구 및 영연방 FTA 국회비준 반대 전국 축산인 총 궐기대회’가 열렸다.

#영연방 FTA 추진

호주·캐나다·뉴질랜드와 FTA 줄줄이
농가 불안 고조…단체장 단식투쟁도


올해 4월 한·호주 FTA가 정식 서명된 이후 9월에는 한·캐나다 FTA에 대한 양국간 정식 서명이 이뤄져, 12월 초 국회 비준절차까지 마무리됐다. 여기에 지난 22일에는 한·뉴질랜드 FTA 가서명 절차가 마무리돼 내년 상반기 중 정식 서명 절차를 거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이 같은 영연방 국가와의 FTA 추진은 축산농가들을 불안감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호주, 캐나다와의 FTA를 통해 향후 15년간 발생할 농축산물 피해액은 총 2조1329억원. 이중 축산분야가 차지하는 피해액이 82%인 1조7573억원 가량이기 때문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영연방 FTA 추진에 따른 농업분야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하고 축사시설현대화사업 확대, 우량송아지 생산기반 구축, 농가사료직거래자금 지원 증액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생산자단체들은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는 대책들로 농가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기에는 부족한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낙농분야의 경우 향후 15년간 피해액이 197억원으로 추산됐는데, 이를 연평균으로 따지면 13억원 가량으로, ‘피해규모가 축소된 허탈한 FTA 대책’이라는 낙농업계의 반발이 일기도 했다.

이에 지난 10월 23일 국회 앞 여의도 문화광장에서는 전국 축산농가 3만여명이 집결한 가운데 ‘FTA 근본대책 수립 촉구 및 영연방 FTA 국회비준 반대 전국 축산인 총 궐기대회’가 열렸다. 이날 모인 전국 축산농가들은 정부의 영연방 FTA 대책에 대해 성토하며 근본적인 축산업회생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전국 축산인 총 궐기대회 직후 축산 관련 단체장들은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목숨을 건 단식투쟁에 축산인들의 요구사항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정 협의체’가 구성됐고, 정부와 정치권은 정책자금 금리인하 등 일부 사항에 대해 합의를 도출해 냈지만, 무역이득공유제 도입 등 굵직한 요구사항들은 여전히 원론적 얘기만 겉돌고 있다. 아울러 지난 10일에는 베트남과의 FTA까지 타결됐는데, 축산농가들은 별다른 설명도 없이 한·베트남 FTA를 졸속으로 체결한 것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 올해 한우분야는 암소 도태사업 등으로 낮았던 시세가 반등하며 가축시장에서도 활기가 살아가는 모습을 띄었다.

#한우

암소 도태·사육두수 감소로 시세 반등
한우산업발전대책 예산 확보 ‘숙제로’

2년에 걸쳐 한우 암소 도태사업과 사육두수 감소로 인해 그간 형성되던 낮은 시세가 일부 반등하면서 한시름 놓은 한 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의 FTA에 이어 영연방 FTA까지 겹치면서 수입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우수급조절협의회를 중심으로 마련된 한우산업발전대책이 앞으로 어떤 효과를 나타낼지 질문을 던진 한 해로 평가된다. 여기에다 지난 7월에 이어 12월에 들어서면서 돼지에서 구제역(FMD)이 발생한 것도 업계의 주요 이슈 중 하나다.

2년여에 걸친 암소감축사업 등 사육두수 조절로 인해 올해 한우가격(경락가격)은 kg당 평균 1만4256원으로 전년 평균 1만2762원에 비해 11% 가량 올랐다. 3년에 가까운 가격 하락으로 겪었던 농가들의 손실을 만회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한시름 놓은 셈이다.

반면 시장개방이 가속화되면서 한우산업의 미래를 점치기 어렵게 된 것도 사실이다. 호주와 캐나다, 뉴질랜드가 축산강국이라는 점과 특히 호주와 캐나다는 미국과 함께 세계 최대 쇠고기 수출국이기 때문에 향후 피해도 적잖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

이에 따라 한우업계는 학계와 정부와 공동으로 한우산업발전대책을 마련해 전국 순회설명회를 갖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축종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축사시설현대화사업, 사료구매자금 이외에 농식품부산물 유통센터, 생축장을 활용한 우량송아지 생산기반 구축사업, 한우특성화사업단, 한우직거래활성화 사업 등이 눈에 띈다.
 

▲ PED 백신 효능실험에서 백신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자 지난 9월 한돈농가들이 백신 업체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돈

돼지고기값 강세 속 PED 발생 ‘골치’
구제역 발병 충격…백신 효능 논란도


한돈산업은 지난해 추진한 모돈 감축의 영향으로 돈가가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PED에서부터 FMD까지 가축질병 발생이 끊이지 않았고, 백신에 대한 논란도 큰 이슈가 된 한 해다.

우선 돼지고기 가격은 지난 6월 kg당 평균 6000원(탕박기준)을 넘어서며 보기 드문 가격추세를 나타냈다. 경락가격이 kg당 60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0~2011년 FMD 발생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했던 때를 제외하면 극히 드문 일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퍼지기 시작한 PED는 10년만에 제주에서까지 발생을 하며 농가들을 긴장상태로 몰아넣었다. 특히 지난 7월 PED 백신 효능 평가에서 PED 백신이 설사를 막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농가들은 사이에서 큰 혼란이 일었다. 이에 축산농가들이 백신 제조업체 4곳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FMD 발생은 축산업계 전반에 큰 충격을 안겼다. 2011년 5월 26일 안동에서 FMD가 마지막으로 발생한 이후 3년 2개월 만인 7월 24일 경북 의성군 소재 양돈농장에서 FMD 확진판정이 내려진 것이다. 이로써 올해 5월 획득한 FMD 백신청정국 지위도 날아가 버렸다. 이후 고령과 합천에서 FMD가 잇따라 발생했지만, 곧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백신접종을 하고 있는 것도 한 이유였다.

하지만 12월 3일 충북 진천의 양돈농장을 시작으로, 이달 들어서만 10여곳 이상에서 FMD가 발생했으며, 농식품부는 가축방역협의회를 열어 위기경보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조정했다.
 

▲ 낙농가들이 지난 11월 낙농수급조절협의회가 열린 낙진흥회 사무실 앞에서 쿼터 감축에 반발하며 집회를 벌였다.

#낙농

유단백 기준 반영 유대 산정체계 개선 
정상원유가격 지불정지선 도입 논란


낙농분야에서는 지난해 원유가격 연동제 도입에 이어 올해 원유가격(유대) 산정체계가 바뀌는 등 제도적 변화와 함께 원유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았던 한 해다.

올해 1월부터 낙농가에 적용된 새로운 유대 산정체계는 원유 함량 중 유지방과 체세포수를 줄이고 유단백질 기준을 새롭게 도입한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유지방 중심의 사양관리 체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올 상반기부터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낙농업계가 대책마련에 부심했다. 이에 묶음판매 등 소비촉진 행사가 진행됐지만, 소비부진 현상까지 겹치면서 하반기에도 원유공급 과잉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고, 현재 잉여원유량이 최대 30만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원유 수급상황이 좋지 못하자 올해 낙농가들은 생산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원유기본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하반기에는 정상원유가격 지불정지선 도입 문제를 놓고 논란이 불거졌다. 잉여원유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상가격원유 납유량 감축이 논의됨에 따라 낙농진흥회 납유농가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난 것이다.

낙농진흥회 납유농가들은 타 유업체의 경우 정상원유가 지불 물량을 지속적으로 늘려왔지만 낙농진흥회 소속 농가만 물량을 감축해 왔다면서 정상원유가 지불정지선을 현재보다 3.47% 감축하는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 이기수 농협 축산경제대표가 지난 7월 AI 발생 지역인 전남 함평을 방문 방역지원 활동 등을 펼쳤다.

#가금

올 초부터 터진 AI, 강원까지 확산 ‘긴장’
수입 급증, 생산량 늘었지만 소비 잠잠


가금업계에서는 올해 초부터 발생한 AI로 몸살을 앓았다. 올해 1월 17일 전북 고창의 종오리농장에서 고병원성 AI(H5N8)가 확진된 이후 인근 오리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방역당국을 긴장시켰다. 특히 철새도래지에서 가창오리 등 철새 폐사체를 정밀조사한 결과 고병원성 AI(H5N1)가 폐사원인인 것으로 나타나 철새에 의한 AI 전파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이후 설 명절을 전후에 고병원성 AI가 충청과 경기, 강원권까지 확산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갔으며, 3월에는 국내에서 방역수준이 가장 높다는 축산과학원에서까지 AI가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더욱이 철새가 떠난 뒤인 여름철에도 고병원성 AI가 발생함에 따라 가금업계에서는 AI 상재국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AI와 함께 수급상황도 좋지 않았다. 닭고기의 경우 올 들어 수입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AI 발생에도 불구하고 국내 생산량은 증가한 반면 소비는 좀처럼 늘지 않았기 때문. 이에 따라 각 계열업체에서는 자체 냉동비축에 들어가는 등 수급조절을 위한 움직임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지난 11월에는 중견 닭고기 생산업체인 청정계가 최종 부도 처리되는 일도 발생했다. 이에 청정계 계열농가들은 사육비는 고사하고 입추된 닭을 처리하지 못하는 등 현재까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이진우 김관태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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