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개국 중 117위. 얼마 전 스위스 민간 싱크탱크인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우리나라 ‘성 격차 지수’의 초라한 성적표다. 이는 2013년 111위 보다 오히려 6단계나 하락한 것으로, ‘여성 없는 여성대통령시대’라는 자조적인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오명을 벗기 위한 유력한 수단으로 ‘여성임원할당제’ 도입이 꼽힌다. 지난 2003년 노르웨이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여성임원할당제는 현재 스웨덴과 핀란드 등 많은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고위관리직(임원급)에 최소 30%를 여성으로 임명하는 임원할당제 법안이 추진 중이다. 여성의 능력을 사회에서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시대적 흐름이자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농업·농촌 역시 마찬가지다. 갈수록 고령화 및 공동화되고 있는 농촌에서 여성농업인의 비율은 이미 50%를 넘어선지 오래고, 가공과 서비스 등 여성농업인들의 역할과 비중은 날로 커지고 있다. 여성농업인들의 능력 여하에 따라 우리 농업·농촌의 미래가 바뀔 수 있다는 얘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농업협동조합법(이하 농협법) 일부개정안’은 일대 ‘사건’으로 규정될 법하다. 여성조합원 비율이 30% 이상인 지역농협은 여성임원 1명 이상을 할당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 법안은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농협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향후 500명이 넘는 여성이사가 배출된다고 하니, 이 법안이 갖는 파괴력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그동안 ‘여성인재가 없다’는 이유로 노골적으로 반대의사를 보여 온 농협은 지금이라도 태도를 바꾸고, 여성조합원 및 대의원 교육에 적극 나서야 한다. 철저히 남성조합원 위주의 제한적 교육이 시행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여성인재 타령을 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 농협법 개정안 시행에 발맞춰 여성조합원 및 대의원 교육 활성화와 여성임원 확대 계획을 세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여성농업인들의 능력을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농협이 사는 길이고, 나아가 우리 농업·농촌이 사는 길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전국사회부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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