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협 500여명 여성이사 활약…새바람 일으키자

▲ 여성임원할당제 도입을 위한 농협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지역농협의 임원비율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사진은 지역농협의 여성임원 확대를 위해 지난달 28일 개최된 ‘2014년 농협 핵심리더 역량강화 교육’ 모습.

‘여성임원할당제’ 도입
여성조합원비율 30% 이상인 조합 
1명 이상 여성이사 의무 선출
협동조합 교육 강화 서둘러야


지역농협의 여성임원 비율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9일 여성임원할당제 도입을 골자로 한 농업협동조합법(이하 농협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여성조합원이 30% 이상인 지역농협은 여성이사를 1명 이상 의무적으로 선출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역농협의 여성조합원 비율은 1995년 복수조합원제도가 시행된 이후 2013년 29.7%까지 빠르게 늘어왔지만, 여성임원 비율은 2013년 기준 3.6%에 불과한 상황이다. 현행 농협법상 ‘지역농협은 이사 정수의 5분의 1이상을 여성조합원과 품목을 대표할 수 있는 조합원에게 배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강제조항이 아니다보니 여성임원이 늘어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여성임원할당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지역농협의 여성임원 비율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농협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여성임원할당제 도입으로 향후 500명이 넘는 여성이사가 새롭게 배출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여성농업계가 이번 농협법 개정안 통과를 일대 ‘사건’으로 규정한 이유다.

심창훈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사무국장은 “여성임원할당제 도입은 지역농협의 여성임원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일대 사건”이라며 “기회의 장이 마련된 만큼 여성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협동조합 교육 등을 통해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황경산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국장은 “이번 개정안 통과는 환영할만한 일이고 충분한 의미를 갖는다”면서도 “현재 지역농협의 임원 구성이 남성위주로 돼 있는 상황에서 진정으로 여성농업인을 위한 사업이 추진되기 위해선 여성임원 참여를 더욱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보택 생활개선중앙연합회 사무총장 역시 “농협법 개정안이 여성농업인들의 임원참여의 첫발을 내딛었다는 의미에서 매우 환영한다”며 “주요 여성농업인단체가 여성임원할당제 조기 정착을 위해 힘을 모아 대응할 가치가 있다”고 역설했다.

여성농어업인의 직업적 역할과 지위향상을 위해 생산자조직(농협)의 여성임원 비율을 2015년까지 1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도 환영의사를 보이긴 마찬가지다. 이시혜 농식품부 농촌복지여성과장은 “여성임원할당제 도입으로 여성농업인의 직업적 권익향상 등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앞으로 판매농협 발전에 여성농업인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서 기여했으면 좋겠다”며 “정부에서도 여성농업인들이 농협이해를 제고할 수 있도록 협동조합 교육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번 농협법 개정안을 12월 24일경 공포할 예정이며, 이 법안은 공포 6개월 후 시행된다.

 

“여성농업인 스스로 변화…농업인재로 우뚝 서야”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

농협이 변하면 농업·농촌도 변화
교육 강화로 주도적 참여 뒷받침 

 

 

농협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는 등 여성임원할당제 도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 그는 여성임원할당제의 필요성을 몸소 일깨워준 주인공이다. 정치 '초보'로 국회에 왔지만, 지금 여성농업계에선 윤명희 의원이 없었으면 어쩔 뻔 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성농업인관련 분야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여성인재가 없다는 반대논리에 맞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윤 의원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만난 윤 의원은 여성임원할당제 도입과 관련 ‘이제 여성농업인 스스로 변화할 때’라고 강조했다.


▲여성임원할당제가 도입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궁금하다.

=여성조합원이 30%가 넘는 지역농협을 고려했을 때 여성임원할당제 도입으로 500명 이상의 여성 상임이사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995년 복수조합원제도 시행으로 여성조합원 가입이 허용된 이후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농촌의 52%가 여성이고 6차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농협의 변화가 농촌의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농협법 개정안을 발의한 계기는.

=그동안 여성농업인들은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가 아닌 밑에서 시키는 일을 하는 하위구조에만 머물러 있었다. 현행 농협법상 ‘지역농협은 이사 정수의 5분의 1이상을 여성조합원과 품목을 대표할 수 있는 조합원에게 배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권고사항이다 보니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조합원의 농협이기 때문에 당연히 여성임원을 배출할 수 있도록 법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남성들이 많은 역할을 해온 것은 맞지만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성이 지역농협에서 의사결정에 참여하면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단적으로 여성조합장인 지역농협은 모두 흑자를 내고 있고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선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임원할당제 도입의 반대논리는 여성이사를 할 만한 인재가 없다는 것이었다. 여성농업인들에게 기회도 주지 않고 여성인재가 없다고 치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신념을 갖고, 여성임원할당제가 도입되면 분명히 여성인재들이 나올 것이라고 설득했다.


▲여성농업인들에게 당부 한 말씀.

=변화는 스스로 하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기회가 와도 잡을 수 없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앞으로 여성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와 협의해서 교육이 필요한 분야를 지원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교육을 통해 여성농업인들 스스로 변화된 모습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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