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디 조합장(나가려는) 누구인데, 우리 것 신경 좀 써줘.”

도매시장에서 만나는 경매사들은 최근 들어 이와 같은 전화를 자주 받는다고 전한다. 이 말에 처음으로 떠올린 단어는 ‘애쓴다’였다. 다수 품목의 농산물 시세가 가라앉아있는 상황에서 자기 조합원들의 농산물 판로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경매사의 다음 말은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이며, 지금까지 이런 적은 없었다”였다. 그 말인즉슨 내년 3월 치러지는 동시 조합장 선거를 의식한, 한마디로 ‘표’하나 더 받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는 “정말 적극적으로 뛰려했다면 농산물이 본격적으로 출하되기 직전에 찾아 시장 동향을 보고 중도매인이나 경매사 등과 이야기 나누면서 농산물 홍보도 하고 앞으로의 상황을 분석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지적했다.

조합장 동시 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에 조합장이 되려는 자들의 전화 통화는 단순 오비이락(烏飛梨落)일까. 그렇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아니 진정성을 가지려면 배(梨)가 있지 않았던 순간에도 날아다녔어야 했다. 선거철이 아닌 상황에서도 동분서주하는 진정어린 행보를 보여주었어야 했다. 

그런데 산지에서 만난 농가들은 조합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를 자주 내뱉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같이 농산물 바닥세가 너무나 빈번하게 발생한 경우에도 조합이 함께 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종종 토해내곤 했다. 시장 관계자들 역시 비슷한 의견이다. 해야 할 때는 하지 않고 선거철 앞두고 생색내기만 하려한다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국 동시 선거를 진행하며 조합장 선거에 대한 체감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선거의 주인이 돼야 할 농가들은 철저히 무너지고 있는 시세 앞에서 조합장 선거에 관심일 기울일 여력이 없다. 한마디로 먼저 찾아서 볼 정도까지는 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더라도 이번 조합장 선거의 중요성은 어느 누구보다 농가들에게 가장 크다. 농가들이 철저히 검증할 수 있는, 애써 찾아보지 않아도 후보들의 면면을 잘 알 수 있는 자리가 자주 마련되고 관련 정보도 소상히 공개되길 바란다. 그래서 선거 한철이 아닌 사시사철 농가를 위해 일하는 조합장이 많이 배출되길 기원한다. 

농업부 유통팀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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