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합물류협회가 반대하고 있는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에 대해 농업계가 찬성하는 목소리를 냈다. 물류협회는 농협이 택배사업에 나설 경우 중소 택배회사는 물론 택배시장 전체가 공멸할 것이란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만, 농업계에서는 우체국의 토요휴무 등으로 인한 농업인의 택배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농협이 택배사업에 진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류협회는 강력 반대…청와대 등에 탄원서 제출
한농연 "택배 단가 인상·농산물 배송 기피 애로" 지적


물류협회는 지난 7일 ‘농협의 택배진출을 반대한다’는 입장의 탄원서를 청와대, 국무총리실,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등에 제출한 바 있다. 올해 농해수위의 농협 국정감사에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농협이 토요일, 일요일 없이 상시로 배달하는 취지로 택배사업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힌데에 대해 물류협회는 “농협중앙회의 민간택배사업 진출은 물류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해 해외 글로벌 물류기업과의 경쟁을 준비하고 있는 대한민국 물류기업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시장 질서를 붕괴시키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면서 농협의 택배사업계획을 철회할 때까지 반대목소리를 계속 낼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물류협회의 생각과는 달리, 농업계에서는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물론, 농협이 택배사업을 단순한 수익 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데에는 선을 그었다. 

농산물은 신선도가 중요한 만큼 신속하고 정확한 운송이 절대적인데, 기존의 택배회사들은 이 같은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일반상품과 함께 취급하는 경향이 크다. 이 때문에 농산물이 배송과정에서 상품성이 하락되는 문제점이 자주 발생하곤 한다. 여기에 우체국이 토요휴무를 시행하고 있는데다 단가 또한 10kg기준 5000원에서 7500원까지 인상된 것도 농가에게 걱정거리다. 다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지역망이 넓다는 장점에 우체국 택배를 자주 이용해오던 상당수의 농가들이 농산물 배송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농업계에서는 농산물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전국 조직망을 갖춘 농협이 택배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최근 성명서에서 “금년 초 우체국을 선두로 모든 택배사가 농축산물 택배비를 대폭 인상시켜, 농가 택배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0kg이상 농축산물의 택배단가가 지난해 대비 1000~3000원 인상된 5000~8000원 수준이어서 현장농업인들의 한숨소리는 커져만 가고 있다”며 “올해 농축산물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택배비만 20~40%까지 상승했지만 65세 이상 농업인이 전체 농가의 50%를 차지하고 연평균 소득이 500만원 미만인 농가비율이 50%나 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택배단가 인상은 농가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체국 외에 다른 택배회사의 가격을 알아본 결과 10kg기준 대부분 7000~8000원 수준이고, 포장박스 규격 등에 따라 1000~2000원을 더 지급해야 하는 곳도 있다. 특히 교통이 불편한 산간지역의 경우는 또다시 추가하도록 하는 등 농산물을 배송하는데 자칫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도 나타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농연은 이 같은 현장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7월 KGB택배(주)와 업무협약을 맺고, 농산물 판매확대를 위한 물류 및 택배서비스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한농연은 “대기업 택배사들은 부피가 크고, 무겁고, 물량이 산재돼 있는 농산물 택배를 기피하고 있으며, 중소택배사들은 배달조직이 불완전해 제때 배달되지 못해 소비자 클레임이 발생하면서 변상까지 해줘야 되는 등 농가는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고령 농업인이 경운기 이외에 별다른 화물운송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대기업 택배사를 이용하기 위해서 최소 10km이상 떨어진 시내까지 농산물을 싣고 가야하는 것이 농촌의 현실”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한농연은 “직거래 확대를 위해 농어촌 등 취약지역에 전국망을 갖춘 농협이 택배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에서 법률적·경제적 지원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며 “농협은 사업성만 집착하지 말고 농업인의 농협으로 거듭나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농축산물의 안전하고 신선한 판매를 위한 전문 택배망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택배시장에 진출하기를 촉구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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