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한·중FTA중단! 농축산인 결의대회’에 참석한 비대위 소속 대표자들이 야구방망이로 한·중FTA가 적힌 상자를 부수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김흥진 기자

200여명의 농민들이 수확의 기쁨도 누리지 못한 채 또다시 서울 여의도에 모였다. 비록 적은 수의 농민들이 함께 했지만 “한·중 FTA 중단”을 외치는 그들의 목소리는 여의도를 울리기에 모자라지 않았다. 이 외침이 여의도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전국 곳곳에서도 각 지역의 농민들은 한·중 FTA를 서두르는 정부를 다같이 규탄했다. 그렇게 한·중FTA중단농축산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소속 농민들은 지난 5일 여의도 국민은행 앞 및 전국 시·도청 앞에서 ‘한·중 FTA 중단! 농축산인결의대회’를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개최했다. 여의도 및 경북·전북 등에서 진행된 결의대회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다.
 

“우리농업 무너지면 대한민국 미래도 없다” 목청 높여
1200개 초민감품목에 농축산물 배정, 양허 제외 촉구
무역이득공유제 도입·피해보전직불제 현실화 등 목청

#현장스케치

아침까지 쌀쌀했던 날씨가 오후들어 다소 풀렸다. 그러나 결의대회를 위해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으로 모여드는 농민들의 마음은 여전히 추웠다. 이날 결의대회는 전국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여의도에는 중앙단위의 비대위 소속 농민들을 비롯해 서울, 강원, 충북 등 일부 지역에서 합류, 총 200여명의 농민들이 ‘일당백’의 마음으로 결의대회에 참여했다. 결의대회장 주변은 이미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개방정책 즉각 중단하라’, ‘농민의 피땀서린 농산물이 생산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 정상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농민의 ‘우리 농업 무너지면 대한민국 미래도 없다. 우리 농업 파괴하는 한·중 FTA 즉각 중단하라’ 등의 현수막이 결의대회 시작 전부터 농민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하고 있었다.

결의대회는 이전과 달리 노래패의 공연없이 담담하게 진행됐다. 한·중 FTA를 바라보는 농민들의 착잡한 심정을 보여주기 위함이기도 했다.

오후 2시, 결의대회가 시작하자 농민들은 “농민생존권 사수, 한·중 FTA 중단하라”, “우리 농업 말살하는 한·중 FTA 중단하라”, “졸속협상 추진하는 박근혜 정부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부르짖으며 한·중 FTA를 막아내겠다는 뜻을 모았다. 이 구호는 중간 중간 계속됐다.

비대위 상임대표인 김준봉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농촌 들녘에는 일손이 없어 아우성을 치고 있는데도 모든 것을 제치고 한·중 FTA의 부당성을 얘기하기 위해 여기에 모인 것은 농업이 정부의 안중에도 없기 때문”이라면서 한·중 FTA를 막아내는데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이홍기 한국4-H본부 회장과 홍미희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장은 결의문에서 “한·중 FTA 14차 협상을 반드시 저지하고, 농축산물 가격 폭락과 수급 불안정 해결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관철시키기 위해 350만 농축산인은 하나로 뭉쳐 강력히 투쟁해 나갈 것”을 촉구했다.

야구방망이로 한·중 FTA라고 쓰인 스티로폼 상자를 부수는 상징의식을 끝으로 결의대회는 마무리됐다. 결의대회 후 비대위는 참석자들에게 지역구 국회의원 면담 투쟁을 이어가 줄 것을 약속했다.

 


#대회사

“끝까지 투쟁해 농업 보호”

▲김준봉 비대위 상임대표=중국에서 한·중 FTA의 마지막 협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국익을 위해서 한·중 FTA를 한다고 하지만 과연 농업을 위한 예산을 세웠는가. 내년도 국가 전체예산 증가율은 5.7%라고 하는데 농업예산은 뒷걸음치고 있다. 정부가 농업을 포기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농업인들은 포기할 수 없다. 한·중 FTA 협상을 이뤄서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우리 농업인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끝까지 투쟁해서 농업을 보호하고 농촌사회를 지킬 것이다. 한·중 FTA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협상을 지켜보겠다. 한·중 FTA를 막아내서 대한민국 농업을 지키자.

 

#규탄발언

“함께 일어서 한·중 FTA 저지”

▲정현찬 한국가톨릭농민회장=농촌현장에는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 내내 피땀흘려 가꿨던 농산물을 막 수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농산물 중 하나도 제값 받는 게 없다. 농산물값이 농민의 가치라고 했다. 이 정부 들어서 농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결과다. 마찬가지다. 정부는 한·중 FTA에 대해 우리 농민들의 소리를 듣기는커녕 한·중 FTA 협상을 결국에는 타결하려고 하는 중이다. 지금도 제값을 못받고 있는데 한·중 FTA가 타결되고 나면 아무것도 되는 게 없다. 한·중 FTA를 저지하지 않으면 이 땅의 농민들은 다 죽을 수밖에 없는 위기에 처해있다. 이 땅의 농민들, 같이 함께 일어서자. 그렇지 않으면 농민들 다 죽는다.


“국익에 얼마나 도움되나 의문”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지금 한·중 FTA가 여러 차례 열리고 있지만 농민대표자들 중에 이 내용을 알고 있는 게 있는가. 한국 농업의 미래가 달려있는 한·중 FTA에 대해 당사자인 농민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이런 협상을 국익이라고 내세우면서 서둘러서 마무리 하려고 하고 있다. 그동안 FTA 추진과정에서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농민이 양보해야 한다고 매 정부는 얘기해왔는데 그 결과 한국경제는 여전히 힘들다고 얘기하고 있다. 각종 FTA가 한국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국민들에게 낱낱이 얘기해야 한다. 모든 농민단체, 그리고 국민들과 함께 한국 농업을 위해서 싸워나갈 것을 약속드린다.


“말로만 농업 챙기는 정부 안돼”

▲문정진 한국토종닭협회 부회장=FTA로 농업피해가 있다는데도 농업예산이 적다는 것은 농업을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FTA를 통해서 대기업은 배터져 죽고, 농민들은 배 곯아죽는다. 이 가운데에서 정부가 결정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농업예산을 줄이는 행위는 말로만 농업을 생각하는 정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2012년에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에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서명한 바 있다. 현 정부는 영연방을 포함한 FTA에 대한 충분한 피해대책을 세워놓고 FTA를 하던지 해야 하는데 아무 대책도 없이 FTA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를 우리가 믿을 수 있는가. 전 농축산인 하나가 돼 FTA에 대한 대책이 있을 때까지 투쟁하겠다.

 

#한·중 FTA 14차 협상 중단 촉구 농축산인 긴급 결의문

오늘 우리 농축산인들은 농업·농촌의 위기를 심화시킬 한·중 FTA 14차 협상을 저지하고, 식량주권의 핵심인 국내 쌀산업 보호와 농축산물 가격 안정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관철시키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

한·중 양국 정부는 11월 6일 중국 베이징에서 14차 협상을 진행해, 11월 10일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통해 양국 정상이 협상 타결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번 14차 협상을 통해 우리나라 농수산물 개방 문제와 함께 중국측의 제조업 조기 관세철폐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여, 이번 협상이 대중국 농축산물 시장 개방 여부를 결정짓는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 FTA 타결을 앞둔 농업·농촌의 여건은 절망적이다. 여름철의 양파산성, 마늘산성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배추, 무, 감자는 물론 단감, 배, 대추 등의 홍수출하와 가격폭락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농민들의 마지막 보루인 산지 쌀값마저 불안한 상황에서 정부는 18만톤의 시장격리 방침을 발표했지만, 정부와 농협 차원의 선제적인 가격·수급안정 정책이 제때 시행돼야 한다는 현장 농민들의 요구는 높아지고 있다.

120년 전, 갑오년의 농민들은 보국안민의 기치를 높이 들고 백산 위에 대나무 숲을 이루고 황토현에 횃불을 올렸다. 이제 그 후예인 우리 농축산인이 떨쳐 일어서 나설 때다. 7000만 민족의 식량주권을 내팽개치는 한·중 FTA 14차 협상을 반드시 저지하고, 쌀을 포함한 농축산물 가격 폭락과 수급 불안정 해결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관철시키기 위해 350만 농축산인은 하나로 뭉쳐 강력히 투쟁해 나갈 것임을 이 자리에서 엄숙히 결의한다!

 

#요구사항

비대위는 우선 “농업·농촌의 총체적 붕괴를 초래할 한·중 FTA 14차 협상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정부가 아무런 대책없이 속전속결로 한·중 FTA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한 350만 농민들의 규탄이다. 그러면서 1200개의 초민감품목에 농산물(축산물 포함)이 배정되도록 해야 하고, 이 초민감품목은 양허제외로 설정해야 한다는 점도 제시했다. 이들은 “한·중 FTA 협상 초기에 1200개의 초민감품목군 대부분을 농산물에 배정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상당수 초민감품목에 농산물이 포함되더라도 TRQ나 부분철폐, 계절관세 등이라면 국내 농농산물 피해는 마찬가지”라며 “양허제외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FTA무역이득공유제를 담은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를 도입할 것도 촉구한 가운데 영연방 FTA에 대해서도 축산정책자금금리 인하, FTA 피해보전직불제 현실화 등 축산업계의 목소리도 함께 강조했다.

또한 △정부와 농협은 수확기 쌀값 및 수급안정을 위한 실효성 있는 보호대책을 시행할 것△정부는 채소·과일류의 홍수출하와 가격폭락에 대응한 안정대책을 조속히 시행할 것 등을 요구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 “한·중 FTA 즉각 중단하라” 전국 들썩 

 

#한농연전북도연합회

한농연전북도연합회(회장 전창재)는 5일 한·중 FTA 협상 규탄과 농산물 수급안정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전북도청 앞 광장에서 개최했다.

이날 도연합회는 오늘 전북농업경영인은 농업·농촌의 위기를 심화시킬 한·중 FTA 14차 협상을 규탄하고 식량주권의 핵심인 국내 쌀 산업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관철시키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면서 한중 양국 정부는 지난 아셈회의는 물론 오는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에이펙 정상회의를 통해 14차 협상에서 한중 FTA를 타결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 우리나라 농수산물 개방 문제와 함께 중국 측의 제조업 조기 관세철폐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여 이번 협상이 대중국 농수산물 시장 개방 여부를 결정짓는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농촌은 지난여름 양파, 마늘에 이어 배추, 무, 감자, 단감, 배, 대추 등의 홍수출하와 가격폭락 사태가 이어지면서 농심은 검게 썩어가고 있다며 농민들의 마지막 보루인 쌀값마저 불안한 상황으로 정부와 농협 차원의 가격·수급 안정 정책이 제때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전북농업경영인들은 ▲농업·농촌의 총체적 붕괴를 초래할 한·중 FTA 14차 협상 즉각 중단 ▲정부와 농협은 수확기 쌀값 및 수급 안정을 위한 실효성 있는 보호대책 시행 ▲정부는 채소와 과일류의 홍수출하와 가격 폭락에 대응한 안정 대책 조속 시행 등 3개항을 요구했다.

전주=양민철 기자 yangmc@agrinet.co.kr
 

 

#경북도 농업인단체협의회 

경북도 농업인단체협의회(이하 농단협)가 ‘한·중 FTA 14차 협상저지! 농축산물 수급안정 대책촉구!’ 기자회견<사진>을 가졌다.

지난 5일 대구시 수성구 새누리당 경북도당 앞에서 가진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농연과 한여농, 농촌지도자, 한우협회 등 경북지역 농민단체 대표 등 50여명이 참여했으며,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대책 없는 한·중 FTA 협상의 즉각적인 중단과 농축산물 수급안정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 농단협 공동대표인 백민석 한농연경북도연합회 회장은 “한·중 FTA는 우리 농업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며 “특히, 이로 인해 경북 농업의 피해가 가장 크게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정부와 새누리당은 현실적인 농업피해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조성제 기자 ch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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