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규 고려대 사회학 교수

 

시장 중심 세계화에 대한 비판
먹거리 매개로 공동체 복원 지향
농민·자연·농업에 감사함 느껴야


요즘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여러 지자체들이 농민장터나 직매장을 열고, 각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농식품부에서는 유통구조사업의 일환으로 2017년까지 로컬푸드 직매장 100개소, 직거래 장터 10개소를 설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언론에서도 로컬푸드에 대한 기사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로컬푸드 ‘열풍’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현실을 보며, 2000년대 중반부터 몇몇 학자들과 로컬푸드 연구회를 만들어 함께 공부해 온 사람으로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쉽게 뜨거워지고 쉽게 식어버리는 여러 현상들을 봐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로컬푸드의 참 의미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로컬푸드란 무엇인가. 그동안의 논의를 정리해보면, 로컬푸드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사회적· 물리적 거리를 줄이는 농식품 체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간단한 정의에는 제법 깊은 의미가 있다. 

첫째, 기존의 대형유통업체 중심의 물류와 세계화된 식품사슬에 대한 대안 모색이다. 현재 농식품체계는 자유무역 이념으로 무장하고, 공간을 맘껏 넘나들며 생명의 의미를 담고 있는 먹거리를 과잉 상품화하고 있다. 로컬푸드는 바로 이러한 시장 중심의 세계화에 대한 비판이며, 지역을 강조하는 ‘공간 운동’이다. 

둘째, 로컬푸드 운동은 기존 농식품체계에서 사라져버린 생산자와 소비자를 복원하는 ‘공동체 운동’이다. 20세기 중반 이후에 만들어진 대량생산-대량소비형 농식품체계는 생산자와 소비자들 간의 사회적 거리를 극대화했다. 농민들은 익명의 도시 소비자들을 겨냥해서 시장에 상품을 출하하는 생산자가 되었다. 소비자들은 매장에 가서 쌓여 있는 식품을 카트에 담아 와서 냉장고에 채우는 사람이 되었다.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 시장 기제, 특히 대형마트에 종속된 수동적인 행위자 역할만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생산자나 소비자들은 먹거리에 포함된 자연, 생명, 소중함 등을 생각할 수 없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돈을 벌고, 돈을 쓰는 시장 매개자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로컬푸드는 수동적 생산자·소비자를 적극적 ‘먹거리 시민’으로 주체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먹거리를 매개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를 만나고, 신뢰를 쌓고, 나누는 공동체 복원을 지향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로컬푸드 열풍이 과연 이러한 로컬푸드 운동의 의미를 담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이러한 성찰은 관련 주체들 모두에게 요구된다. 우선 소비자들은 로컬푸드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단순히 값싸고 신선한 먹거리를 구입하기 위한 방법으로 로컬푸드의 의미가 축소되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직매장이나 꾸러미를 통해 밥상에 올린 푸성귀들을 통해 농민에 대해, 자연에 대해, 그리고 우리 농업에 대해 감사함을 느낄 수 있어야 로컬푸드가 그 본연의 의미를 다한 것이다. 생산자들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더 좋은 값을 받거나 출하가 용이해서가 아니라 내가 생산한 먹거리가 이웃에게 건강과 행복을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로컬푸드는 그런 의미에서 행복한 사회를 향한 교육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나 지자체의 역할은 무엇인가? 단기적 성과와 양적 팽창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로컬푸드의 핵심 주체인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로컬푸드의 원칙과 의미에 충실하게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도와주면 된다. 늘 겸허하게 현장과 지역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다소 더디더라도, 로컬푸드가 뿌리를 내리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로컬푸드가 가지는 운동성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의 경험에서, 아무리 좋은 운동이라도 과잉 제도화되면서 그 의미와 가치가 훼손된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로컬푸드가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고, 우리 사회에 지속가능한 농식품체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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