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탓하기엔 너무나도 힘듭니다. 이제 남은 것은 쌀밖에 없어요. 그런데......’ 현장에서 만나는 농업인들마다 한숨이 깊다. 벌써 일 년 넘게 현장기사를 쓸 때마다 제목이 ‘폭락’ 뿐이니, 농업인들의 심정은 오죽하겠는가. 대파, 겨울배추, 마늘, 양파에 이어 또다시 가을배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이제 농업인들이 기댈 곳은 딱 하나 남았다. 바로 쌀이다. 쌀까지 가격하락을 이기지 못한다면 더 이상 희망을 둘 곳이 없다. 그런데 쌀 가격이 벌써부터 심상치 않다. 수확기에 들어서면서 가격이 더욱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산지 햅쌀가격은 17만7844원(80kg)으로 전년 동기 18만3560원보다 3.1%나 낮다. 작황이 좋을 것이란 보도에 하락세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산지 쌀값은 올 일 년 내내 하락세다.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진 하락세가 매 분기마다 1~2%씩 떨어졌다. 2013년산 쌀의 경우 역계절진폭이 4.5%에 달할 만큼 심각하다. 역계절진폭이 발생하면 농협 등 산지에서 쌀을 매입하는 조직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 큰 문제는 가격하락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고가에 대량으로 쌀을 매입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 결국 출하처를 찾지 못하는 쌀은 가격하락을 더욱 부추길 수밖에 없다.

정부의 9.15 작황조사에 따르면 올해 쌀 예상수확량은 418만톤이다. 내년도 전체 수요량이 400만톤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이미 과잉이다. 여기에 의무수입량까지 더해지면 자칫 가격폭락까지 우려된다.

쌀은 농업의 뿌리이자 핵심소득원이다. 그동안 수없이 반복됐던 채소류의 가격파동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제 정부도 효율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수요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수확기부터 과감히 시장격리 조치를 취하고, 수입쌀에 대한 규제 및 관리강화도 필요하다. 아울러 농협 등 산지유통조직에 벼 매입자금을 과감히 지원해 안정적인 출하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정답은 현장에 있다’는 불변의 진리를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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