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태풍이 와야 하는 겁니까? 그래야 농산물 수급을 맞출 수 있는 그런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겁니까?”

일기예보에서 갑자기 날씨가 궂어진다거나 태풍 등 큰 기상변동이 관측될 경우에 의례적으로 마지막에 하는 멘트가 있다. “농작물 관리에 유념해 주시길 바랍니다”라는 의미에서 큰 차이가 없는 그런 말들이다. 그런데 오늘날 산지에선 어쩌면 이러한 농작물 관리에 유념해야 할 궂은 날씨가 ‘환영받을 날씨’가 돼 가고 있는지 모른다.

얼마 전 배추 주산지에서 만난 한 농민은 “마음 속 한편으로는 태풍이 오길 바라고 있는 것 같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태풍이 오지 않는 이상 물량은 줄었는데 시세도 떨어지는 현재의 이 난국을 타개해갈 수 없을 것 같다”는 것이 이 농민의 설명이었다.

정말 ‘태풍’이 오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농산물 수급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없는 것일까. 농민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더불어 조금만 물가가 뛰면 농산물을 주범으로 몰고 가는 여러 작태들, 이 틈을 타고 기막힌 타이밍에 들어오는 수입산 농산물들, 한 박자 늦거나 여러 품목을 아우를 수 없는 여러 시책들 등등, 이런 것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곤 한다.

농민들은 2년 연속 시세가 하락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처럼 물량이 줄어든 품목도 시세가 떨어진 경우는 유례가 없었다는 말도 하고 있다. 올 한해 별다른 태풍은 오지 않았지만 농민들의 마음속은 그 어느 태풍보다 강한 ‘태풍’이 찾아들고 있는 것이다.

고민해야 할 때, 아니 이제는 심각하게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그리고 그 자리는 정부가 농협중앙회나 대형유통업체 관계자 등 일부를 놓고 진행하는 비공개 간담회가 아닌 농민을 비롯한 여러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그런 자리가 돼야 한다.

/농업부 유통팀 김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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