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4일 영암군 도포면에서 발생한 오리 집단폐사가 결국 고병원성 AI로 확정됐다. 전남도와 방역당국은 폐사신고를 받은 후 간이검사에서 AI가 검출되자 이 농장의 오리 2만여수를 곧바로 살처분했다. 그리고 3일후 우려했던 것처럼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인 H5N8형으로 최종 확정됐다.

이번 사고는 지금까지 발생했던 수많은 AI와 좀 다르게 생각해 볼 대목이 있다. 바로 토착질병으로 AI가 변형된 것 아닌지 의심되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올해 국내에서 발생한 AI가 중국에서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감염경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우리나라에 AI가 토착화 된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 발견되는 AI바이러스가 외국에서는 보고된 적이 없는 유형으로, 국내에 남아 있던 AI가 변이를 거쳤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특히 지금까지 AI는 모두 겨울철에 발생해 여름이 오기 전에 모두 사멸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가금류 사육환경이 급변한 것도 없다.

그런데 올해는 AI가 한 여름인 7월을 거쳐 가을로 접어든 9월까지 발생했다. 국내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겨울이나 봄에 발생해 대부분 여름이 오기 전에 끝났던 예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아직 AI 바이러스가 토착화 됐다는 확증은 없다. 오리의 경우 폐사율이 20%이내로 낮지만 바이러스 배출기간이 10일 이상으로 매우 길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AI 발생 변화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 더 이상의 확산방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유입 경로에 대한 철저한 역학조사가 필요하다.

만약 AI가 토착화됐다면, 방역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손질도 불가피하다. 때를 가리지 않는 AI에 가장 불안한 것은 축산농가다. 정부와 방역당국은 AI가 발생한 농가에 대한 패널티를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기에 앞서 AI 방역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우선돼야 한다.

최상기 전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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