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필름온실단지를 가다 ③정책 제안

▲ 터키를 방문한 국내 생산자조직 대표 등이 안탈리아 지역에서 토마토를 재배하는 야프라크 농장의 온실 내부 환경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파프리카 재배 온실 측고 5.4m가 3m보다 생산성 30% ↑
최적화된 재배시설이 농가 소득 향상에 직접적인 요인
시설농업 정책 마련 때 현장 농민의견 듣고 결정해야


터키 첨단온실 단지를 둘러본 시설농가들은 국내에서도 생산성을 담보하는 규격화된 온실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설농업에서 작물재배에 최적화된 온실은 성공적인 농사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온실 측고, 양액 및 복합환경제어 시스템, 피복의 재질, 스크린 등에 따라 작물 생산성이 극명하게 차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촌진흥청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파프리카를 온실 측고 5.4m인 온실에서 재배했을 때 생산성은 3m 내외인 기존 1-2W형 비닐하우스보다 30% 이상 높았다. 내부 환경을 제어해 농산물을 재배해야 하는 비닐하우스에서 시설이 소득향상에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김호연 우듬지영농법인 대표는 “2중 터널구조에 측고 3.5m의 내재해형 1-2W 연동 비닐(필름)하우스 규격에서 농사 잘 짓는 농민들도 있지만 보편적인 사례라기보다는 개인의 능력이라고 봐야 한다”라면서 “네덜란드 유리온실을 보면 벤로형이 기본으로 설치되는데 국내도 누구나 제대로 농사지을 수 있는 표준모델이 보급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품목에 따라 온실의 높이나 지역별 온실 설계 강도 기준에 맞게 서까래나 중방 등을 탄력적으로 조절 가능한 1개 모델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시설농업 관련 지원 사업을 보면 농업 현실이나 비닐하우스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집단에 의해 정책 결정이 이뤄진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김호연 대표는 “비닐하우스는 건축법상 가설물로 등록할 수 없는 시설물인데 시공은 면허 소지한 건설업체 등에서만 하도록 규정된 것은 모순된 것”이라면서 “시설농업 정책을 마련할 때 최소한 시설농업 현장에서 농민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을 했으면 좋겠고, 농업현장에서 제기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빨리 개선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전문적인 업체 온실 시공을 맡겨야만 되는 현실에 대한 불만은 성태근 한농연진안군연합회장도 함께 가지고 있다.

성태근 회장은 “진안에는 약 400농가가 터널형태 수박으로 연간 약 24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고품질 수박생산을 위해 단동하우스 설치 지원을 진행했었다”라면서 “그런데 내재해형으로 설치하면 3300㎡ 기준으로 농가부담이 4000만원에 달해 부담 경감을 위해 자재보조 사업으로 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무산됐다”라고 밝혔다. 성 회장은 “타 지역은 진안보다 3.3㎡당 3만원이나 저렴하게 시공했는데 업체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문제가 있다”라면서 “진안 농가별 순소득이 1000만원에 불과해 과연 시설농업에 투자해야 할지 고민스러운 부분으로 망설여지는데 행정기관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 건축법상 유리온실은 가설물로 등기할 수 있는 반면 동일한 규모 및 시설을 갖춘 비닐하우스는 등기하지 못하는 환경적인 문제도 지적됐다.

김호연 대표는 “농업현장에서 돈 없는 농가는 유리온실을 짓고 돈 있는 사람은 비닐온실을 짓는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라면서 “건축물로 등기되는 유리온실은 담보물로 인정돼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며, 시설농업 현대화가 절실한 국내 사정을 감안하면 대책 마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성춘 이사는 “스페인의 apr 회사의 온실 모델을 도입하게 된 것은 저렴한 가격에 2년간 농자재에 대해 보증하는 책임시공 때문인데 국내도 최소한 온실을 보증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라면서 “터키나 유럽에서 4ha 이상 대규모 온실을 시공할 때는 대부분 유통업체의 투자가 이뤄지는데 우리는 농가들이 자금을 책임져야 한다. 시설이 경쟁력인 현실을 감안하면 우리 정부도 빨리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끝>

이동광 기자 leed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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