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재배 농가들이 울상이다. 한여름 뙤약볕아래 시커멓게 탄 얼굴에 근심까지 드리우니 걱정이 크다. 흉년이 든 것도 속상한데, 가격까지 밑바닥이다. 

수확의 계절 가을에 접어들며 고추 수확이 마무리중이다. 일부 주산지 농협에선 농가들을 대상으로 고추수매가 진행 중이다. 보통 무·배추 가격이 낮으면 고추 등 양념채소가 비싸다는 속설이 있다. 어느 한 품목이라도 가격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그나마 농가들이 버틴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속설도 무너진지 오래다. 지난해부터 배추는 물론 마늘, 고추, 양파 등 각종 양념채소까지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참 기이한 것은 대부분 가격폭락은 생산량 증가에 기인한다. 그런데 올해 고추는 흉작이다. 수확이 한창 진행될 7월 말부터 한 달간 거의 매일 비가 내리다 보니 탄저병 등 병이 급속도로 퍼졌다. 여기에 잦은 비에 고추 줄기가 내려앉았다.  농가들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보다 수확량이 평균 30~40%정도 줄었다. 평년 같으면 고추가격이 1근당 1만5000원 이상 고공행진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인데, 어찌된 일인지 유래 없는 대풍이었던 지난해와 같은 가격이다. 

가격을 떨어트리는 요소는 두 가지다. 하나는 지난해 쌓아둔 재고물량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산 냉동고추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중국산 냉동고추다. 일반 건고추의 관세율은 270%에 달하지만 냉동고추나 다데기는 27%밖에 안된다. 여기에서 문제가 시작된다. 업체들은 중국산 냉동고추를 들여와 국내에서 건조과정을 거쳐 판매한다. 건조기술이 발전하다보니 일반고추를 말린 것이나 큰 차이가 없다. 이렇게 들여온 고추가 국내 시장을 몽땅 흐리는 것이다. 

이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정부의 근절대책은 마뜩치 않다. ‘고추농사 다 망해야 대책을 내놓을 생각이냐’는 농민들의 얘기를 가슴에 새겨야 할 때다. 

안병한 기자 전남취재본부 anb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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