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심으로 자율적인 나트륨 줄이기 노력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에 대한 근거로 제시되는 WHO(세계보건기구)의 나트륨 섭취 권고량의 적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 식문화와 맞지 않게 지나치게 낮게 설정돼 있어 이를 재검토하고 한국인에 맞는 적정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숙종 박사 "WHO 1일 섭취 권고량 2000mg, 한식 한 끼 수준"
유럽·북미 기준…지리·음식 문화 고려한 정량 설정 주장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이 주최하는 제12회 식량안보세미나 ‘나트륨줄이기운동의 성과와 발전방향’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숙종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박사는 ‘WHO의 나트륨 섭취권고량은 우리에게 합당한가?’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WHO의 나트륨 섭취 권고량이 한국 실정과 전혀 맞지 않도록 설정돼 있다고 지적하며, 한국인의 나트륨 상한섭취량의 설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WHO의 나트륨 섭취 권고량은 1일 2000mg 가량. 정부는 이를 토대로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량이 지나치게 높다고 보고, 201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자율적인 나트륨 저감화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식품업계에선 이 국제 기준의 적합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돼 왔었다.
이 박사는 “WHO 나트륨 섭취 권고량 결정에 참고가 되는 자료들은 일부 유럽과 북미의 선진국들에 치우쳐 있으며 우리나라는 나트륨 섭취와 혈압, 심혈관계질환, 일반 사망률과의 관계에 대한 과학적 자료가 매우 부족하다”며 “높은 나트륨의 섭취가 혈압을 올리고 각종 질병에 대한 위험성을 증대시키는 것이 사실이라 해도 동일한 유전적 특성을 가지고 유사한 생활습관으로 살아가는 집단별로 적정 소금섭취량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우리의 나트륨 권장량은 성인기준 충분섭취량 1500mg, 목표섭취량 2000mg으로 일본은 물론 영국이나 미국보다도 낮다. 평범한 한식 한끼 식사의 나트륨 양은 약 2000mg이며, 이를 하루 세끼로 계산하면 6000mg으로 한식 식단에서 보편적인 현상”이라며 “따라서 WHO 권고량을 충족하는 한식식단을 내놓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뿐만 아니라 세계 99.2%의 사람들은 WHO의 나트륨 권고량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WHO의 나트륨 섭취 권고량이 아닌 한국인의 나트륨 상한섭취량에 대한 설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종합토론에서도 과도한 나트륨 섭취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나트륨 저감화의 적정 기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이철호 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나트륨 저감화 노력의 기준이 되는 나트륨 섭취 권장량이 나라마다 다르고, 특히 세계보건기구의 나트륨 섭취 권고량의 적합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며 “지리적 환경과 음식문화의 차이를 고려한 한국인을 위한 나트륨 섭취 권장량의 재검토가 필요하고, 이에 따른 적정 목표치의 설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