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법상 말 사육은 가능, 승마장 시설 운영 못하게 돼있어…곳곳서 마찰음
농지 용도변경 없이는 개설 불가…"이제와서 안된다고 하면 어쩌나" 볼멘소리

경마 중심에서 승마중심의 말산업 육성을 하겠다며 정부가 도입한 농어촌형승마장 사업이 군데군데 허점을 드러내면서 사업을 추진하려던 승용마 사육농가들의 애만 태우고 있다. 말사업육성법에 따라 설치되는 농어촌형 승마장은 ‘체육시설의 설치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제외된다는 법률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부지를 체육시설부지로 변경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충북 청원에서 주몽승마장을 운영하고 있는 최기영 씨는 최근 농어촌형 승마장 신고를 위해 준비를 해오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말산업육성법에서는 농어촌형 승마장은 ‘체육시설의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저촉을 받지 않는다고 돼 있는데, 막상 농어촌형 승마장으로 지자체에 신고를 하려니 ‘승마장은 체육시설이기 때문에 농지를 체육시설부지로 변경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2007년에 충북도가 말산업전문가 양성과정 교육이 있다며 참여를 하라고 하면서부터 승마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 전통무예 계승차원에서 승마장을 운영하다가 2011년에는 체육시설법을 어겼다며 벌금을 내기도 했었다”며 자신을 소개 했다.

그는 “2011년 벌금을 내고 난 즈음 말산업육성법과 5개년 발전계획이 나왔고, 체육시설로 등록되는 일반승마장과 달리 몇 가지 기준만 갖추고 있으면 농어촌형 승마장을 할 수 있다는 내용에 따라 준비해 왔다”면서 “승마장이 위치한 임대 농지에 지어졌던 무허가 건물을 가건물로 등기하려고 강제이행금 등 1500여만원 가량의 비용도 들였다”고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말산업육성법과 한국마사회가 제작해 보급한 농어촌형 승마장 지침에는 500㎡의 부지면적에 마사·관리사·운동장을 갖추고, 한국마사회에 등록된 말 1두를 비롯해 3두 등의 기준만 충족하면 농어촌형 승마장으로 신고가 가능하다고 돼 있다.

그는 “당연히 될 것으로 예상했고, 담당 공무원도 된다고 했다”면서 “신고 서류를 제출하고 공무원이 나와서 현장 실사를 하고 돌아갔고, ‘내일이면 신고증이 나올 것’이라고 했었는데 ‘체육시설의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농지를 체육시설부지로 변경해야 한다’면서 ‘신고가 안 될 것 같다’는 연락을 다시 받았다”고 말했다.

걸림돌이 된 것은 농지법. 말산업 육성법상의 농어촌형 승마장 기준과는 달리 현행 농지법 상 승마시설은 농업진흥구역 내 설치할 수 없는 시설이기 때문에 용도를 체육시설부지로 변경하라는 것이었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최 씨만의 것은 아니다.

이 같은 문제는 농어촌형 승마장 육성책이 시행되자마자 현장 민원으로 터져 나왔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이에 대해 “농업진흥구역 내에서 말 사육은 가능하지만 승마장 시설 운영은 불가능하다”면서 “이유는 승마장을 체육시설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말산업 육성법에 따라 농어촌 지역에 맞는 승마시설을 설치해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 창출을 목표로 농어촌형 승마장이 도입됐지만 농지법에 저촉돼 말만 키울 수 있을 뿐 승마장은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사실상 농어촌형 승마장을 개설하기는 불가능 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8월 말, 감사원은 경기도와 수원시 기관운영감사를 통해 ‘농업진흥구역 내 농어촌형 승마시설 신고를 부당으로 수리했다’면서 안성시와 이천시 연천군 등의 관련 공무원에 대해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징계처분 또는 주의를 촉구하는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유는 농업진흥구역에 승마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농지법에 저촉되는지를 확인하지 않고 신고를 받아줬다는 이유 때문.

징계조치가 내려진 상황에서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공무원이 농어촌형 승마장에 대한 신고를 접수받을 리 없고, 따라서 농지의 용도변경 없이는 사실상 농어촌형 승마장 개설은 불가능한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최기영 대표는 “하라고 해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법상 문제가 있다며 신고도 안받아 주는 격”이라면서 “정부가 미국과의 FTA 때는 마필산업을 내세워 농가 참여를 독려하다가 이제는 한 번도 언급이 없었던 토지용도를 문제로 들어 안된다고 하는 것은 사기”라고 지적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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