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시기의 차는 있지만 산지마다 탐스러운 신고배를 수확하는 농가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바쁜 농가만큼이나 배 수출업계도 호흡을 가다듬으며 수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신고배는 국내 과실류의 주요 수출품목 중 하나다. 보통 9월 하순~10월 초순부터 수출이 시작된다. 그러나 일부 수출업체가 숙기가 덜 된 신고배를 조기에 출하, 평소보다 한 달 이상 일찍 수출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조기 출하된 신고배는 대만에 수출됐다. 대만은 지난해 기준 국산 배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덜 여문 신고배는 아무래도 당도나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해외시장에서 국산 신고배의 전반적인 이미지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또 수출물량이 시기에 앞서 미리 풀려버리면, 의지에 상관없이 후발주자가 돼버린 수출업체와 해외 바이어 간의 가격협상에서도 주도권을 갖기 쉽지 않다.

다수의 수출업체들이 조기 수출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때문에 수출업계는 품목별 수출협의회를 만들어 사익보다는 공공선을 위해 암묵적으로 ‘룰’을 지키는 것이다. 

해당 업체는 배 수출협의회 소속 회원사다. 최근에는 정부로부터 농식품 전문무역상사로 선정됐다. 전문무역상사는 수출 초보기업의 체계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도우면서, 수출선도업체로서의 모범을 보이는 자리다. 해당 업체는 조기 수출로 이익을 얻었을지 모르나, 좋지 못한 본보기를 남겼다.

이번 일로 적기 수출을 위해 땀 흘려 준비한 다수의 수출업체와 산지 농가들은 제대로 수출도 해보기 전에 의욕부터 꺾이게 됐다. 중국산 동양배가 미국 시장에 본격 유통되고 이른 추석과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부진으로 신고배의 국내 시세가 좋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수출업계와 산지농가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된 상황이다.

이러한 일이 또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수출협의회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지속적인 배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사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이 우선돼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작은 것을 쫓다가 큰 것을 잃게 된다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다.

국제부 박성은 기자 parkse@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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